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 - ‘여성스러운 소녀’ 문화의 최전선에서 날아온 긴급보고서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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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때는 쉴새없이 읽었지만, 막상 리뷰를 하려니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기분이냐하면, 요사이 새로 알게 된 지적인 친구가, 자신의 의견을 열심히 저에게 일대일로 이야기 해주고, 전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동의하며 들었지만, 막상 집에 오니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당췌 알 수 없게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책의 내용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괜찮지 않은 건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는 70퍼센트 이상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길래 이렇게 처음부터 갈등하는고하니...

 

아름다움이나 섹시함 같은것.. 공주님같은 것을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아이들이 잘 못된 방향으로 커 나갈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여성문제를 주제로 글을 써온 저널 리스트이며,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지요, 딸을 키우면서, 그리고 자신의 주변사람을 관찰하고 생각한것에 멈추지 않고 완구박람회, 장난감 상점, 마일리 사이러스의 콘서트장,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를 직접 방문해서 취재하며 자신의 생각, 마케터,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아이들의 부모, 아이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밖에요.

 

저도 귀엽고 예쁜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라는 기준으로 보아서 그런 것이지, 그 아이들이 공주흉내를 낸다거나, 어른스러운 화장, 표정, 몸짓을 하고 있기때문에 사랑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 우리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 미국에서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이것참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쁘면 다되는 세상인 것 처럼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것은 무척 잘못 된 일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들이 색조화장품을 사러 다녀서, 일부 매장에는 초등학생에게는 색조화장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있을 정도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초등학교 5학년이 아이라인 그리는 법을 질문하고 있고요. 예쁜게 나쁜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예쁜게 나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에게까지 뻗쳐있는 각종 상술, 성상품화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딸아이의 의식문제까지요.

 

어렵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갈팡질팡. 딸이 있어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딸을 키우는 부모님들,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정말로 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 먹은 것인지. 아니면 딸을 잡아먹은 것은 '나'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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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 개정판,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
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 문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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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작년에 추적 60분에서도 방송을 했었고, 이 사건을 극화하여 연극으로도 공연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저는 이 사건의 공모자입니다. 왜냐하면, 몰랐기때문에.

 

<살아남은 아이>는 입소당시 9살에 불과했던 어린이가 겪어야만 했던 생지옥을 이젠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한종선이 직접 서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창 아시안게임과 88서울 올림픽 준비로 들떠 있었던 그 시기에 그들은 부랑자 청소라는 명목으로 복지원에 갇혀서 수용소 생활을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너무나 화가나는 건, 실적때문인지, 아니면 국가로부터 두당 수당을 타내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말 그대로 아무나 잡아 가두었던 것입니다. 퇴근길 회사원도, 술취해 잠시 눈붙이고 있던 사람도, 누나랑 즐겁게 놀던 아이도.

 

그리고선 지옥이 그들 앞에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죽지 않으면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얻어맞고, 고문받고, 강제노동에, 여자나 어린아이들은 성폭행에... 그런 지옥에서 어쨌든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복지원 폐쇄당시에 그 곳에 갇혀있던 몇천명의 사람들에게 갈 곳도, 보상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채 그냥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고아원으로. 그렇지 않으면 한 푼 없이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이럴수가... 화가 났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아니면 부산에서 친구를 기다릴때 길에 있던 다리 절던 거지들 중 몇몇은 그 때의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소름끼쳤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들어가면 정신병자, 장애인, 아니면 시신이 되어 나오는 곳. 그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던 박인근은 아직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고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니.. 화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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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레이의 달콤한 도시락 - 식어도 맛있는 160가지 사랑 레시피
김보연 지음 / 달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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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사이즈도, 내용도 무척 알차고 좋아요. 요리방법도 친절하게, 담는 방법까지 예쁘게, 잘 알려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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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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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하나하나마다 각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단편집 <대답은 필요없어>를 읽었습니다. 이 책이 1991년 작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초기작이라고 하면 좀 미흡하기도 하고, 흠도 있고 뭐 그럴수도 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탄탄했습니다.

스토리의 흐름도, 인물의 심리도 그렇고, 정말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요즘의 미미여사가 독자들을 에도시대로 끌고 간다면, 이 책에선 일본의 도심으로 저를 끌고 갔습니다.

 

1991년이라고 하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시대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였던지라,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사람사는 것은 마찬가지로구나, 실연의 아픔도 있고, 고부간의 갈등도 있고, 당시 우리나라도 문제가 되었지만, 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으로 정신못차리는 젊은이들도 있고...그래서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름만 일본식일 뿐,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도 살인이라던지, 신용사기라든지하는 우발적, 지능적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잔인하다거나 화가난다거나 그런 기분이 아니라 슬퍼집니다. 그러면서도 펑펑 눈물흘리게 하는 그런 슬픔이 아니라 잔잔하게 일어나는 파문 같은 그런 슬픔입니다. 그러다보니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사건이 있는 잔잔한 단편소설 같은 그런 느낌을 줍니다. 아니, 진짜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추리물이라고 오해하고 있을지요...

 

이 책에 실린 단편중 <배신하지마>는 미야베 미유키의 유명한 작품 <화차>의 원형이라고 합니다. 전, 아직 화차를 읽어보지 않았지만요. 별 일 아닌 일로, 혹은 자신의 내면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은 어쩐지 <솔로몬의 위증>에 나오는 사건들중 하나를 떠올리게 했는데,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에 남에게 원한을 살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한편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면.

아마도 건전한 소비는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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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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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변신>중에서 -

 

바로 위의 글은 카프카 <변신>에서의 저자의 말이자, 박웅현의 인문한 강독회 <책은 도끼다>에서의 저자의 말, 제일 첫 구절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부드러운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름아닌 '다독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나라는 문구에 좀 뜨끔했던 것이지요. 많이 읽고 깊이 느끼면 괜찮겠지만, 내 스스로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냥 난, 이책도 알고 저책도 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요번의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라는 책을 읽고 리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서 사라진 것을 볼때, 다독콤플렉스를 버리라는 말이 그냥 예사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한문장, 한문장을 이해 할 수 있는 힘, 자연이나 어떤 현상을 보아도 그대로 넘기지 않고 꼭꼭 씹어먹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싫어하는 분류의 책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렵고, 머리 아픈, 그러니까 현학적인 책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도 지나친 미사여구라고 생각되는 그런 문장들을 나열해 놓은 책을 보면 어쩐지 허세를 떠는 것 같아서 싫었습니다.

그러니까, 옛날의 연애편지를 들여다보는 그런 기분이 드는 글들 있잖습니까. 이를테면, 이런거죠.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눈부신 푸른 빛깔에 어쩐지 눈물이 날것만 같은데 몇조각 떠있는 하얀 구름이 내 눈물을 멈추게하는 그런 가을입니다. 밤이 되면 풀벌레도 내 마음을 대신하여 구슬프게 울겠지요. 벌레는 아는가 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을."

위의 글은 적절한 예가 떠오르지 않아 제가 그냥 끄적여 본 것인데요. 이런 문장을 무척 싫어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글귀로 가득차 있다는 시집도 읽지 않고- 고3때 담임선생님이 시인이어서 시가 싫어졌을지도 모릅니다. - 아름다움이 차있다는 문학작품도 잘 읽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다보니 나는 참, 책을 그냥 핥아먹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는 조금만 이상해도 인상을 찌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을땐 그 모양새, 향, 맛을 음미하며 먹으면서, 책은 그냥 모양새를 보고 쓱쓱 핥아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아마도 이 책을 통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문학작품만을 읽는다거나, 지금까지의 독서패턴을 확 바꾼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떤 작품을 읽던간에 책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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