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 개정판,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
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 문주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작년에 추적 60분에서도 방송을 했었고, 이 사건을 극화하여 연극으로도 공연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저는 이 사건의 공모자입니다. 왜냐하면, 몰랐기때문에.

 

<살아남은 아이>는 입소당시 9살에 불과했던 어린이가 겪어야만 했던 생지옥을 이젠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한종선이 직접 서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창 아시안게임과 88서울 올림픽 준비로 들떠 있었던 그 시기에 그들은 부랑자 청소라는 명목으로 복지원에 갇혀서 수용소 생활을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너무나 화가나는 건, 실적때문인지, 아니면 국가로부터 두당 수당을 타내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말 그대로 아무나 잡아 가두었던 것입니다. 퇴근길 회사원도, 술취해 잠시 눈붙이고 있던 사람도, 누나랑 즐겁게 놀던 아이도.

 

그리고선 지옥이 그들 앞에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죽지 않으면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얻어맞고, 고문받고, 강제노동에, 여자나 어린아이들은 성폭행에... 그런 지옥에서 어쨌든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복지원 폐쇄당시에 그 곳에 갇혀있던 몇천명의 사람들에게 갈 곳도, 보상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채 그냥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고아원으로. 그렇지 않으면 한 푼 없이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이럴수가... 화가 났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아니면 부산에서 친구를 기다릴때 길에 있던 다리 절던 거지들 중 몇몇은 그 때의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소름끼쳤습니다. 멀쩡한 사람이 들어가면 정신병자, 장애인, 아니면 시신이 되어 나오는 곳. 그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던 박인근은 아직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고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니.. 화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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