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바다로 간 달팽이 8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미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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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우정이 흐르는 일상 미스터리라고 적어놓고선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적절한 제목을 찾지 못하겠어요. 표지가 예뻐서 출간 당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해놓고선, 책의 홍수에 떠밀려 - 사실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서 -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만, 아이의 방학 권장 도서 목록에 이 책이 있더군요. 이번 기회에 나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 아이보다 살짝 먼저 읽었습니다. 


어느 소도시의 평범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네 명의 아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방황하는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내면의 갈등은 심하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고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천문부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관측회가 있는 날 밤에나 만나고 안면이 있으니 인사를 하는 정도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우연히 만난 그들은 의기 투합하여 스파이라는 이름으로 스페셜 한 기분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정한 코드네임. 덩치가 크고 믿음직한 기가와다 유이치는 부장이니까 붓치, 멋내기를 좋아하는 갸루 스타일 야스다 아케미는 기, 여자들에게 립 서비스가 좋고 예술가 타입인 아요야마 다카시는 게이지, 서늘한 미인에다가 선을 정확하게 긋는 나카지마 미도리는 아가씨(오조사마)라는 뜻의 조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밤은 그저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특별한 냄새가 난다. 학교 옥상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하물며 그것이 학교 밖이라면 얼마나 더 특별할까. 이렇게 생각한 나는 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p.71



그들은 천문부 모임이 있는 날 학교 옥상에서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보글보글 끓여먹습니다.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도 즐기고요. 이래서야 천문부라기 보다는 옥상에서 먹자 모임을 하는 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그들은 먹기만 하는건 아닙니다. 조그만 단서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능력자들이기도 했으니까요.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면서 그들은 성장합니다. 서로의 사정을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정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마음을 누일 장소가 꼭 필요한데요. 그 장소가 가정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참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요.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빛을 발견하고 상대방의 빛으로 나의 빛을 찾아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습니다.  원제가 夜の光 이니 이 제목도 참 어울립니다. 


붕붕, 붕붕, 붕붕, 쉬지 않고 파닥거리는 날갯짓 소리. 살아 있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 나는 벌들이 귓가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있는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살고, 끝까지 살았기에 죽는다. 발밑에 있는 사체들은 그저 온 힘을 다해 죽어 있었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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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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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습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통해 미각의 즐거움과 에너지의 공급은 물론,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을 부여받고 있는 것인데요. 맛없는 것을 먹을 때 보다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좀 더 기분 좋고 만족감을 느낍니다. 기분에 따라서 맛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변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음식에 관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실은 음식 속에 들어있는 어떠한 성분 때문에 감정의 변화가 생깁니다.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은 '초기값의 법칙(Law of Initial Value)'때문인데요. 이 법칙에 따르면 유전적 특성이나 생리 기능, 질병과 건강 상태, 약물 복용력, 환경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흥분의 초기 값(p.34)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을 조금 빼먹었네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음식이라는 것은 우리가 입을 통해서 섭취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말합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식품 일수도 있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카페인이나 니코틴류의 약간의 중독성을 지닌 식품일 수도 있고 때로는 향정신성 약물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 혹은 우리의 감정에 대한 것을 말해주는 책, < 감정의 식탁 > 입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물질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뇌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물질은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향신료, 식물, 동물 부위, 모든 종류의 약물, 커피, 차 니코틴, 초콜릿이 모두 음식이라고 가정한다. 또한 음식이란 영양소가 있든 없든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p.35~37


저자가 책의 초반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섭취된 것들에 대한 뇌의 변화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꾸만 향정신성 약물 쪽으로 기울어지는데요. 감정의 식탁이라는 제목을 보고 선택한 저로서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물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선택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자의 빼어난 글솜씨 덕분에 어려운 용어들을 그냥 눈으로만 접수하고 뇌에까지 전달시키지 않더라도(어폐가 있지만) 책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책의 페이지 수는 얼마 되지 않는데요 (250여 페이지). 그 얼마 안 되는 분량을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중간중간 이건 이래서 그랬구나, 저래서 그랬구나 생각도 하게 되고 아이에게 재미있는 부분은 읽어주며 공유했거든요. 


읽다 보니 향정신성 약물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지만, 실제로 사용해 볼 생각은 없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 것의 중독성, 그것들이 어떻게 뇌를 지배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거든요. 모든 약은 독이 될 수 있고, 모든 독은(정말입니까)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호기심에 읽어도 좋고,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어도 좋을 책이었습니다. 워낙에 방대한 내용을 품고 있어서 요약이 되지 않네요. 재미있으니 직접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패스하셔도 읽는데 무리는 없습니다만 과학을 좋아하거나 이과생 혹은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많이 들어보았던 용어이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친숙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을겁니다. 저는 계피차나 끓여마셔야겠습니다. 벤조산나트륨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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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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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루이 암스트롱의 '하이 소사이어티'였습니다. 걸쭉한 그의 음색은 저를 1900년대 초반의 뉴올리언스로 데리고 갔지요. <액스맨의 재즈>라는 제목에, 재즈 음악을 랜덤으로 들려주는 벅스의 라디오 기능을 이용했었는데요. 자꾸만 현대적인 음악이 흘러나와 책에 몰입을 방해하길래 차라리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을 계속 들으며 책을 읽자 싶어서 루이 암스트롱으로 검색, 그의 음악과 트럼펫 연주를 들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뉴올리언스는 영국 스타일의 미국이라기보다는 프랑스 스타일의 미국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지역이었으니까요. 중간에 에스파냐의 영역이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다시 프랑스. 독립할 때까지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아직까지도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등장인물 중 루이스 암스트롱. 그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읽으면 루이가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루이 암스트롱이지요. 그가 아직 어린 청년이었던, 20대 초반이었던 그 시대의 뉴올리언스에는 도끼 살인마가 설쳐대고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도끼 살인마는 의외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인지 신문을 통해 재즈를 연주하는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선언합니다. 연쇄 살인마들의 특징 중 하나인 과시욕이 엿보이는 부분인데요.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두어 죽음의 천사를 피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재즈를 통해 도끼 살인마를 피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과연 액스맨이 누구인가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소설에서 범인을 찾는 주요 인물은 탐정이나 형사로 국한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두 명의 형사, 기자, 그리고 세 명의 탐정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사건에 접근하며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먼저 이 사건의 전담 형사인 마이클 탤벗은 수 년전 동료였던 루카를 밀고 했다는 이유로 다른 형사들에게서 따돌림당하는 신세이지만, 따돌림당하는 이유는 그뿐 만이 아닙니다. 천연두 후유증으로 얽은 얼굴, 흑인 아내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아직은 인종 차별이 심하던 시기의 뉴올리언즈라 그 역시 그런 이유에서도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러나 케리라는 경찰이 그와 파트너가 되어 함께 수사하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그 둘은 경찰로서 사건에 접근합니다. 마이클에게서 밀고 당해 복역 중이던 루카는 모범수로 가석방되지만 카를로스 마트랑가의 의뢰로 도끼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도끼 살인마 때문에 경찰이 구역을 어지럽히고 다니는 바람에 사업에 상당한 지장이 있었거든요. 이 형사들과 루카도 매력적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명한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사환 취급을 받으며 일하던 아이다와 재즈 연주자인 루이스의 콤비 플레이가 제일입니다. 둘은 아마추어에 가까운 탐정들이었지만, 도리어 베테랑 형사나 탐정보다 사건에 더 근접하는데요. 그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액스맨의 재즈>는 1918년에서 1919년에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범인이 보내온 편지는 그 당시 실제로 범인이 보냈던 편지를 그대로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편지 전문을 보면 자신감이 넘치고 과시욕이 넘치는 성격으로 보입니다. 그 편지에 나온 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면 그저 범인의 허세라고 했을 텐데,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난폭함에 사람들은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재즈를 연주하라고 했던 그날, 뉴올리언스가 재즈로 덮일 정도였으니까요. 사실은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어요. 어떤 규모의 음모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마피아의 싸움이었을지도 모르겠고, 미치광이의 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모두 다 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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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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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고 살아야 하는 건지, 눈 감고 귀 닫고 뉴스 같은 건 모른 채 그냥 나만의 세상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는 건지, 어느 쪽이 과연 나에게 이로운지 잘 몰라 방황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아니,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요새 더 진하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사는 이 지역에서도, 우리나라 전체를 보아서도, 전 세계적으로 보아서도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저지르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는 정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도 좋은 것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뒤에서는 더러운 짓들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착한 사람, 나라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사람인 것처럼 멋지게 포장해놓고선 사실은 코웃음치며 나 같은 사람을 비웃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선거 때만 되면 그놈이 그놈이지만 좀 더 나은 놈을 뽑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게 만듭니다. 이런저런 약속들을 해대지만 정말로 해낼 것인가 의심이 되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떤 곳에서 얼마만큼의 희생을 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인지까지 고민하다 보면 나의 작은 한 표가 진실로 소중한 것인가 하는 허무함을 느낍니다. 


공공의 적 OST를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잔잔한 클래식과 커피 한 잔을 소모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공공의 적 OST가 필요해졌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스리는 클래식이라고 하더라도 이 책 안에 있는 내용을 다스리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오히려 공공의 적 OST의 두근거리는 비트와 욕이 난무하는 가사(일부 곡이지만)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는 결심할 때가 되었다.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 맬 수 없다. 


시장 후보로 선거운동 중인 강호성의 아내 주미란과 어머니 장옥란은 한 날 한 시에 자택에서 사망합니다. 평생 아들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던 장옥란은 치매로 며느리인 주미란을 괴롭힙니다. 주미란은 그런 시어머니로 인해 괴로웠지만 더욱 괴로운 것은 좋은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파렴치한 남편 강호성과 자신을 먹어들어가는 암세포까지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습니다. 죽기 전에 남편의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만, 준비한 서류를 믿을 수 있는 기자에게 넘기기도 전에 시어머니에게 들키고 맙니다. 며느리를 공격해 기절시킨 장옥란은 아들을 불러 주미란을 신병을 비관한 투신자살로 꾸미자고 했지만, 아들은 어머니마저 교살하고 아내를 베란다에서 추락시킵니다. 치매 시어머니를 죽이고 투신한 며느리의 자살 사건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이 서동현 형사의 치밀한 추적으로 점점 그 더러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게다가 조연에 불과했던 그 집의 가정부 서산댁의 증거물 제출로 사건은 더욱 확실하고 끝을 향해갑니다. 법이심판할 수 없는 그 남자는 과연 누구의 심판을 받을까요?



가독성이 엄청 좋습니다. 손에 착 달라붙으면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 책이지요. 챕터의 나뉨도 무척 훌륭합니다. 범인과범행 동기가 애초에 드러나있는 소설임에도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기대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를 하며 범인이 누구인가 생각하게 하는 소설도 좋지만, 이런 종류의 책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니 이 책은 대만족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의 <누군가>도 좋았지만 <악의>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또 하나 저를 만족시키는 부분이 있는데요. <악의>에서 서동현 형사와 콤비 플레이를 보여줬던 지신우 형사가 <누군가>에서 활약합니다. 역시. 인물들이 살아있다는 건 좋은 일이네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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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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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쟈크 오펜바흐는 유태인입니다. 그는 살아생전 극장을 운영하며 여러 작품을 남기며 세태를 풍자하고 꼬집기도 했었는데요. 그의 사후 50년도 되지 않아 많은 유태인들이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가 생각하지 못 했던, 생각할 수도 없었던 많은 일들이 그의 후손과 같은 민족들에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너무 예쁜 소녀>의 저자 얀 제거스의 이번 소설은 <한여름 밤의 비밀>인데요. 전작보다 좀 더 탄탄한 구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전작에서 조금 실망했었기에 제가 다시 얀 제거스의 소설을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신작 소식을 듣고 잠시 망설였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과연 오펜바흐의 친필 악보라는 소재를 어떻게 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궁금했거든요.


오펜바흐의 미완의 유작 '호프만의 이야기'라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인 호프만의 인생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그려나가는데요. 제가 클래식에 대해 잘 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오페라 속의 호프만과는 다른 호프만이 이 소설에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유태인이 아닌 프랑스 사람으로 살아가며 작은 극장을 운영했던 그는 어느 날 TV 쇼에 출연해서 고향인 독일에 가지 않았던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방송 출연 후 그에게 도착한 한 통의 서류봉투가 그를 놀라게 하는데요. 그 안에는 오펜바흐의 미공개 오페레타 <한여름 밤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악보가 들어있었습니다. 오펜바흐의 미공개작이라니. 그 값어치는 어마어마할 테지요. 방송기자인 발레리는 그 악보를 가지고 호프만의 대리인으로서 저작권 계약을 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합니다. 그러나, 계약을 하기로 한 장소에서 느닷없이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그녀는 납치당합니다. 범인은 어째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납치했을까요?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강력계 팀장 로버트 마탈러는 이 사건의 범인과 동기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칙칙하고, 어둡고 광기도 있고, 무언가.. 독일은 이렇게 어두운 곳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밝은 사람보다는 무언가 힘겨워 보이는 사람들이 채칵채칵 돌아가며 그 사회를 돌리고 있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어떻게든 살아가더군요. 소설 속에서의 묘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실제로 독일인의 삶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저는 소설을 읽어가면서 결국 정말로 모를 일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아우슈비츠,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들의 광기. 인간의 잔인함.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앞서 이야기 한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는 뱃노래라는 유명한 곡이 있습니다. 그 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되었는데요. 귀도가 도라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오페라 관람신에 등장합니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곡이 그들을 감싸지만, 그들은 결국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죠. 이 소설 역시 아우슈비츠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아우슈비츠는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지만 사실은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요? 그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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