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쟈크 오펜바흐는 유태인입니다. 그는 살아생전 극장을 운영하며 여러 작품을 남기며 세태를 풍자하고 꼬집기도 했었는데요. 그의 사후 50년도 되지 않아 많은 유태인들이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가 생각하지 못 했던, 생각할 수도 없었던 많은 일들이 그의 후손과 같은 민족들에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너무 예쁜 소녀>의 저자 얀 제거스의 이번 소설은 <한여름 밤의 비밀>인데요. 전작보다 좀 더 탄탄한 구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전작에서 조금 실망했었기에 제가 다시 얀 제거스의 소설을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신작 소식을 듣고 잠시 망설였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과연 오펜바흐의 친필 악보라는 소재를 어떻게 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궁금했거든요.


오펜바흐의 미완의 유작 '호프만의 이야기'라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인 호프만의 인생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오페라로 그려나가는데요. 제가 클래식에 대해 잘 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오페라 속의 호프만과는 다른 호프만이 이 소설에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유태인이 아닌 프랑스 사람으로 살아가며 작은 극장을 운영했던 그는 어느 날 TV 쇼에 출연해서 고향인 독일에 가지 않았던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방송 출연 후 그에게 도착한 한 통의 서류봉투가 그를 놀라게 하는데요. 그 안에는 오펜바흐의 미공개 오페레타 <한여름 밤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악보가 들어있었습니다. 오펜바흐의 미공개작이라니. 그 값어치는 어마어마할 테지요. 방송기자인 발레리는 그 악보를 가지고 호프만의 대리인으로서 저작권 계약을 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합니다. 그러나, 계약을 하기로 한 장소에서 느닷없이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그녀는 납치당합니다. 범인은 어째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납치했을까요?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강력계 팀장 로버트 마탈러는 이 사건의 범인과 동기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칙칙하고, 어둡고 광기도 있고, 무언가.. 독일은 이렇게 어두운 곳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밝은 사람보다는 무언가 힘겨워 보이는 사람들이 채칵채칵 돌아가며 그 사회를 돌리고 있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어떻게든 살아가더군요. 소설 속에서의 묘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실제로 독일인의 삶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저는 소설을 읽어가면서 결국 정말로 모를 일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아우슈비츠,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들의 광기. 인간의 잔인함.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앞서 이야기 한 호프만의 이야기 중에는 뱃노래라는 유명한 곡이 있습니다. 그 곡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되었는데요. 귀도가 도라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오페라 관람신에 등장합니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곡이 그들을 감싸지만, 그들은 결국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죠. 이 소설 역시 아우슈비츠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아우슈비츠는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지만 사실은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요? 그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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