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액스맨의 재즈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의 시작은 루이 암스트롱의 '하이 소사이어티'였습니다. 걸쭉한 그의 음색은 저를 1900년대 초반의 뉴올리언스로 데리고 갔지요. <액스맨의 재즈>라는 제목에, 재즈 음악을 랜덤으로 들려주는 벅스의 라디오 기능을 이용했었는데요. 자꾸만 현대적인 음악이 흘러나와 책에 몰입을 방해하길래 차라리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을 계속 들으며 책을 읽자 싶어서 루이 암스트롱으로 검색, 그의 음악과 트럼펫 연주를 들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뉴올리언스는 영국 스타일의 미국이라기보다는 프랑스 스타일의 미국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지역이었으니까요. 중간에 에스파냐의 영역이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다시 프랑스. 독립할 때까지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아직까지도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등장인물 중 루이스 암스트롱. 그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읽으면 루이가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루이 암스트롱이지요. 그가 아직 어린 청년이었던, 20대 초반이었던 그 시대의 뉴올리언스에는 도끼 살인마가 설쳐대고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도끼 살인마는 의외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인지 신문을 통해 재즈를 연주하는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선언합니다. 연쇄 살인마들의 특징 중 하나인 과시욕이 엿보이는 부분인데요.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두어 죽음의 천사를 피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재즈를 통해 도끼 살인마를 피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과연 액스맨이 누구인가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소설에서 범인을 찾는 주요 인물은 탐정이나 형사로 국한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두 명의 형사, 기자, 그리고 세 명의 탐정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사건에 접근하며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먼저 이 사건의 전담 형사인 마이클 탤벗은 수 년전 동료였던 루카를 밀고 했다는 이유로 다른 형사들에게서 따돌림당하는 신세이지만, 따돌림당하는 이유는 그뿐 만이 아닙니다. 천연두 후유증으로 얽은 얼굴, 흑인 아내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아직은 인종 차별이 심하던 시기의 뉴올리언즈라 그 역시 그런 이유에서도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러나 케리라는 경찰이 그와 파트너가 되어 함께 수사하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그 둘은 경찰로서 사건에 접근합니다. 마이클에게서 밀고 당해 복역 중이던 루카는 모범수로 가석방되지만 카를로스 마트랑가의 의뢰로 도끼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도끼 살인마 때문에 경찰이 구역을 어지럽히고 다니는 바람에 사업에 상당한 지장이 있었거든요. 이 형사들과 루카도 매력적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명한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사환 취급을 받으며 일하던 아이다와 재즈 연주자인 루이스의 콤비 플레이가 제일입니다. 둘은 아마추어에 가까운 탐정들이었지만, 도리어 베테랑 형사나 탐정보다 사건에 더 근접하는데요. 그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액스맨의 재즈>는 1918년에서 1919년에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범인이 보내온 편지는 그 당시 실제로 범인이 보냈던 편지를 그대로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편지 전문을 보면 자신감이 넘치고 과시욕이 넘치는 성격으로 보입니다. 그 편지에 나온 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면 그저 범인의 허세라고 했을 텐데,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난폭함에 사람들은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재즈를 연주하라고 했던 그날, 뉴올리언스가 재즈로 덮일 정도였으니까요. 사실은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어요. 어떤 규모의 음모가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마피아의 싸움이었을지도 모르겠고, 미치광이의 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모두 다 일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