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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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우 작가님이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내고 잠시 휴식 중이라는 소식에 힘 내시라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관절 내가 이 책을 읽는 것과 작가님이 힘내시는 것이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게다가 내가 이 책을 읽는지 안 읽는지 작가님이 아실리도 없을 텐데. 뭐. 그러니까 작가님께서 아프니까 문득 이 책이 생각났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남 이야기하듯.) 지금은 병가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작가님께서는 회복을 하셨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소설 <달리는 조사관>은 국가 기관인 인권 증진 위원회(인권위)가 어떤 사건 속에서,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인권이 제대로 지켜졌는가를 조사하는 조사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탐정이나 형사와는 달리, 사건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인권'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를 하고, 사실관계를 보고하면 되지만, 사람일이 어디 그리 교과서적으로 진행되는 것인가요. 결국 사건의 진실을 찾고 마는데....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못 본 걸로 하고 뚜껑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닌,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진실을 세상에 알립니다.


한윤서 조사관을 비롯한 주인공급의 조사관들은 주인공다운 카리스마나 쩌는 매력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뭐 저래. 하지만 그런 설정이 도리어 현실감을 주었습니다. 혹시 송시우 작가가 여기 근무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지 뭡니까.

소설 속의 주요 사건들은 가상이지만 그 바탕에 깔리거나 등장하는 실제 사건 이야기들이 소설의 현실감을 한 번 더 덧칠해주어서 혹시 여기 나오는 소설들이 가상이 아니고 실제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합니다.

명쾌하고 상쾌하지 못한 느낌을 받은 독자들도 제법 있는 것 같았는데요. 저는 좋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종종 마주치는 공무원들 중에도 저런 사람들이 섞여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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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그라운드
S.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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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셰 씨?"

  꼬마의 으스대는 말투가 사라졌다. 브렛은 그저 겁먹은 열일곱 살 소년일 뿐이었다.

  "우리 나갈 수 있죠? 그렇죠?"

  윌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답이 그의 얼굴에 분명히 쓰여 있었다.

  아니.

  그들은 이 안에 갇혔다.

  -p. 154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듯, 현대의 지구인들은 핵 전쟁이나 각종 기상이변으로 인한 대재앙이 닥칠 것에 대비해 나름대로의 방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인류가 그런 건 아니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주에 탑승을 허락받지 못한 동물들처럼 - 종류별로 한 쌍이니 그 외에는 다 수장되었을 테죠. - 설마 무슨 일이 나겠냐며 현재를 살아가지만, 일부의 어마어마한 재벌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벙커나 셸터의 입주권을 마련해 둔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스토의 황무지에는 테라 비보스라는 이름의 지하 벙커가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지어진 민간용 노아의 방주인데요. 핵 전쟁, 슈퍼 바이러스, 소행성 충돌, 기상이나 태양풍 이변으로 인한 각종 재앙에서 안전히 지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으로 어떤 바이러스나 생화학 무기도 침투할 수 없으며 공기 정화장치와 정수장치도 완벽히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1인당 점유 면적은 10제곱 미터가 채 안되지만 호화 요트급의 편의시설 제공으로 아주 안락한 생활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물론 의료실도 갖추고 있고요. 입주권은 생각보다 저렴(?) 합니다. 성인 5만 달러, 미성년자 2만 5천 달러니까요.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입주자 선정에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입주는 만만치 않겠습니다. 이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 사진을 봤더니 없는 게 없네요. 아주 호화롭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느니만큼, 그 구성원들이 제발 협조적이고 온화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종말론을 믿거나 정신적 불안, 혹은 미래에 대한 대비, 자식 사랑 등의 이유로 벙커의 입주권을 마련한 사람들이 <언더 그라운드>에 등장합니다. 여기는 테라 비보스보다 좀 작은 시설인가 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입주자 수가 많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지어서 분양하는 일명 '성소'라는 지하 벙커에 입주계약이 완료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WHO가 아오바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비상을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이 슈퍼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장악하고 미대륙을 덮쳤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불안해져 서둘러 성소에 입주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시공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부실합니다. 운영자 그레그의 말에 따르면 공사비가 부족했다고 하는데요. 이건 기술자 윌과 그레그, 그리고 독자인 저 사이의 비밀입니다. 입주자들이 알면 난리가 날 테니까요. 입주하는데 150만 달러나 지불했는데 고작 이런 시설이라니 화가 납니다. 지하 8층까지 오르락내리락. 엘리베이터가 가동이 안되다니 어쩌자는 건지. 그들이 불편을 호소하기 전에 수리하면 되겠죠. 윌이 나설 때입니다. 그래요. 지하에서 운동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고 긍정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레그는 분명 완벽한 의료시설도 있다고 했었다고요. 의료시설은커녕, 의사라고는 입주자 중 치과의사인 스텔라 박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입주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어요.

청소년기의 방황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지나쳐 폭력성이 가득한 브렛, 그의 가부장적인 아버지 캐머론,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늘 희생하는 지나, 광신도에 제정신이 아닌 엄마 보니. 이 거스리 가족이 제일 문제입니다. 거칠고 개념 없어요. 어떻게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니까요. 아내가 받은 유산을 모두 이 시설에 털어 넣고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다가 입주했는데요. 종말론자라면 기도하면서 종말을 잘 맞이할 것이지 왜 피난을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가지고 어디 구원받겠어? 

한국계 미국인 유진 박 -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는 않습니다- 과 치과의사 아내 스텔라, 그리고 와우에 빠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년 재이.

불과 몇 달 전 아내가 자살해버려 어린 딸 새리타와 함께 입주한 타이슨, 일을 그만두고 고향인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가려다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같이 입주하게 된 새리타의 보모 매력적인 케이트.

변호사이지만 짜증 나는, 말하자면 여왕님 캐릭터의 빅토리아와 그녀의 남편 제임스.

과거에 스파이였던 데다가 전기, 기술, 통신 능력자 레오와 발레리나였던 딸 트루디. 그리고 아픈 아내 캐럴라인.

누가 봐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으니,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함께 하기엔 부척 불편한 상황입니다. 빨리바깥세상이 정리가 되어 이곳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광신도인 보니는 딸인 지나가 재이의 컴퓨터 게임을 구경하는 것을 보고 딸을 구하기 위해 -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제어실에 불을 질러 와이파이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운영자인 그레그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바깥세상에 연락할 수도,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해치를 열 수도 없습니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는 데, 사람들도 하나씩 죽어갑니다. 갇힌 공간, 이들 가운데에 살인자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보편적인 섬 고립 살인사건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섬 안의 성에 초대된 사람들, 전화선이 끊기고, 마을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다리가 끊어지고, 보트마저 못쓰게 된 상황. 누군가가 우연히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안에 머물러야만 하는 공포, 게다가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 살인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신경이 예민해지고, 그럴 때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마초 캐릭터와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 <언더 그라운드>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섬이 아니라 지하였지만요. 지하 벙커라는 폐쇄적인 환경이 섬에서보다 긴장감을 더해주었습니다. 맑은 공기나 물조차 마음껏 취하지 못하는 그들의 운명은 차라리 벙커 밖의 세상이 더 안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거든요. 

이 소설에 영웅 캐릭터는 없습니다. 탐정 역할도 없고요. 모두가 그저 하나하나의 평범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의 장르는 뭘까요? 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호러?

그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소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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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공주들 - 동화책에는 없는 진짜 공주들 이야기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노지양 옮김, 클로이 그림 / 이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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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드레스와 빛나는 장신구를 하고, 시종과 하녀들을 부리며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더 이상 행복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 그런 모습이 아마도 상상 속의 공주님이 아닐까요. 공주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공주보다 유럽 쪽의 공주를 상상하게 되는 건 디즈니나 외국 동화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주라고 하면, 구한말의 슬픈 운명을 겪었던 공주나 옹주밖에 떠오르지 않는걸요. 

그러니 유럽의 공주를 생각해봅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것만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실은 공주들의 삶은 그리녹록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들이 왕실 예법을 익히고, 외국어를 비롯한 각종 교양을 쌓아야만 했던 건, 사랑스러운 딸이어서라기보다는 타국과의 연합을 위해, 왕권 강화를 위해 언제든지 '결혼'이라는 형태의 계약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합스부르크가가 부르봉 가와의 싸움을 그치고 동맹을 맺기 위해 앙트와네트를 결혼 시킨 것처럼요.


대부분의 공주들은 그와 같은 운명을 받아들였을겁니다. 마음속으로부터 납득할 수는 없더라도 기독교적 사고방식과 자신의 어머니와 그 위의 어머니도 모두 그래왔으니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 그녀들이 배고픈 적이 있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 당연히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 <무서운 공주들>에 등장하는 공주, 공녀, 혹은 왕녀가 된 사람들은 그녀들과 좀 달랐습니다.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주들도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면들도 많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엄청난 재정난을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몸부림쳐보아도 결국 끝이 좋지 않아씁쓸합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남자들의 시선으로 본 그녀였고, 그들의 언어로 기록된 그녀였으니까요. 좀 더 심하게 깎아내리기 위해 살을 붙여나갔을 겁니다. 그래야 그녀들의 존엄성에 확실히 생채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19세기 말부터 기록된 공주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방탕하거나 호색하거나 낭비벽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흐응, 그래? 하며 남의 일 대하듯 책을 읽어나가던 저는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타블로이드를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왕족의 가십 기사를 읽으며 욕하거나 이해하거나 하는 꼬락서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래서야 다이애나를 죽게 만든 사람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면서요. 

유전적으로 건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건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우울했던 그녀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 - 그 방법이 옳지 않은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 운명에서 벗어나보려고, 자신의 방법대로 인생을 살아보려고 했던 것일 텐데 나는 이곳에 앉아 그녀들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생각하고 있구나, 남의 괴로움을 지켜보면서 즐거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역사 속 공주의 모습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일까, 이런 것도 지적 호기심의 하나인가....

이해하는 척하면서 비웃는 건 아닌가... 

그런 혼란스러움을 안고서도 결국 끝까지 읽었습니다.

책을 정복했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녀들은,

(타인에게) 무서운 공주였을까요

(자신의 운명이) 무서운 공주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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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틱낫한 지음, 류재춘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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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삶의 경이로운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의 소음을 멈추세요.

그러면 진실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쓴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책을 손에 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힐링 음악이나 명상음악 같은 것을 들으며 책을 읽으려 했습니다. 유튜브를 뒤적여 세 시간 동안 연속으로 재생되는 음악을 겨우 찾아내고선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러나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음악을 끄고 온전히 책에 집중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소음에 시달리는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 귀를 통해 들려오는 원치 않는 소리는 거슬려 하면서도 막상 조용하면 불안해지는지 무언가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찾았던 힐링 음악에는 새소리, 물소리가 함께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끄고서 조용히 호흡하며 귀를 기울이면, 창밖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의 지저귐이 들립니다. 제주에 살기에 가능하겠죠. 차들의 부르릉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립니다만 예쁜 새들의 소리가 들려 조금 행복합니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햇살이 아침에는 그 빛을 조금 여리게 뿜어내고 상쾌한 새벽 공기도 창을 향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힐링 음악이 필요할 리 없죠. 그저 조용히 호흡하며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걸요. 눈을 감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은, 소음이라는 게 실제로 들리는 소리보다 마음의 외침의 데시빌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소리는 그냥 잠시 들리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라면, 마음에서 외쳐대는 소리는 그 크기도, 지속시간도 무척 깁니다. 그것은 불안일 수도 있고, 욕심일 수도 있고, 걱정이나 괴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살아있는 부처라 불리는 틱낫한 스님은 침묵하라 합니다. 

침묵하고 조용히 호흡하며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소리라고 하면 보통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리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소리도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지요. 내면에 귀를 기울일 때 진실한 자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깨어 있는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입니다.

-p.127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해지는 것을 '깨어 있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깨어 있는 마음 상태로 있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이 책을 읽고 이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는 가능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음을 덜어내고 내가 숨쉬는 것을 느끼며 주변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듣고 내가 존재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주어진다면 매일 같이 저를 괴롭히는 편두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주어진 스물네 시간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이 스물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단호히 결심해야 합니다. 그 시간은 삶이 준 선물이며,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롭게 이 선물을 받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경제적이지 못한 사치스런 행동이라고도 합니다. '시간은 돈'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시간은 돈 이상의 것입니다. 시간은 삶입니다! 명상을 통해 고통받는 삶을 깊이 치유할 수 있다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p.155

 


혹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신다면,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종교와는 관계없이 말입니다.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만, 이 책은 참 좋았습니다. 종교색이 짙은 책이라면 거부감이 들었을겁니다. 왜냐하면, 집 근처 절에서 들려오는 소음들 때문에 여간 괴로운 게 아니거든요. 이 책을 그 절에 선물한다면, 마이크를 착용하고 불경을 외우는 일만큼은 그만두어 줄까요? 

좋은 책을 읽고서 짜증 나는 생각을 떠올리다니. 역시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잠시 호흡하려 합니다. 눈을 감고, 사려니 숲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을 느끼며 새소리를 듣습니다. 적어도 제 마음 속에선 그렇습니다. 마침 창 밖에서 새들이 또 예쁜 소리로 지저귀네요. 




미래에 행복하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행복은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행복은 믿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만 있습니다.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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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아저씨
네코마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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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저씨를 싫어합니다.

술 취한 사람도 싫어하고. 그러니 술 취한 아저씨는 정말 싫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로 한 두잔 하고서 명랑해지는 아저씨는 괜찮지만, '개'가 된 아저씨는 정말 싫습니다.

'개'는 좋아하는데....


그런 제가 만난 이 책의 이름은 <시바 아저씨>.

.... 시바견 아저씨네요. 어쩌지, 개는 좋은데 아저씨는 싫어. 아저씨가 개가 되다니. 얼마나 진탕 마셨으면!!!!

하지만 여기 나오는 개저씨들은 제가 알고 있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멀쩡하고 잘 생긴 총각들이 결혼하고 아내에게 실권을 조금씩 넘겨주다가 결국 모든 권한을 넘기고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자가 되면 그야말로 완벽한 '개'가 되는 것입니다.

어째서 개일까....그, 글쎄요. 어쩐지, 작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네코마키이지만, 사실 시바견도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작가 본인의 아버지와 주변인들을 모델로 탄생한 만화 <시바 아저씨>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시바 아저씨>의 주인공은 아주 잘생긴 시바견, 시바야마 타로(43세)입니다.

과장님이시지요. 상사의 명령에 치이고 부하 직원에게 치이는 말 그대로 중간 관리자로서의 괴로움을 안고 있는 평범함(?) 가장입니다.

쥐꼬리만한 월급과 담배만이 남편에 대한 불만이라는 아내 유코와 연로하신 어머니, 그리고 귀여운 단계를 넘어간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선 여전히 귀여운 딸이지만 이젠 슬슬 아빠를 멀리하는 사춘기이지요. 

회사 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버섯머리 신입사원 사쿠라군만 아니어도 좀 편할 것도 같은데, 아아아!!! 요즘 젊은이들이란!!!!

저는 어느새 시바 아저씨의 마음이 되어 사쿠라군을 단톡방에서 힘차게 혼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내 손가락은, 시바 아저씨의 손가락은 모바일 채팅에 적응하지 못했느냐 말이다아!!




담배 하나 피우는 데도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강변으로 가는 시바야마 타로 아저씨. 

키득거리면서 읽다가

같은 처지의 아저씨들이 우연히 만나 강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선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하아... 담배는 싫은데, 저 마음은 이해가 돼요.

제 폐마저 욱신거립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빠들만이 완전체 시바견이 되는데요. 그 형태에는 여러가지가 있나봅니다. 가장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귀만 나와 있다거나 하면서 점점 시바견으로 진화하고, 완전체였다고 해도 별거나 이혼을 하면 점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런 형태도 있습니다. 

바로 아래의 그림 같은.




아내와 사별했지만, 아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 주점 주인 '란'.

게이도 열심히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면 여전히 시바견으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시바견이라는건 열심히 살고 있다는 훈장 같은 거니까요.




이 책을 키득거리며 읽고나서는 

이 시대의 아빠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하는 마음에 좀 안쓰러워졌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서도 자신을 위한 취미에 투자를 하려면 아내의 눈치를 보아야하는...아내 역시 가정을 위해서 씀씀이를 조절하는 것일테지만, 아빠의 입장으로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 아니 이런 스타일 시바 아저씨라면 하나 키워보고 싶습니다. 소프트 모히칸이 제 취향인듯!!!




**** 사람도 그릴 수 있는 만화가였군요!! 갑자기 등장한 독신 캐릭터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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