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
틱낫한 지음, 류재춘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삶의 경이로운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의 소음을 멈추세요.

그러면 진실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쓴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책을 손에 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힐링 음악이나 명상음악 같은 것을 들으며 책을 읽으려 했습니다. 유튜브를 뒤적여 세 시간 동안 연속으로 재생되는 음악을 겨우 찾아내고선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러나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음악을 끄고 온전히 책에 집중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음악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소음에 시달리는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 귀를 통해 들려오는 원치 않는 소리는 거슬려 하면서도 막상 조용하면 불안해지는지 무언가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찾았던 힐링 음악에는 새소리, 물소리가 함께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끄고서 조용히 호흡하며 귀를 기울이면, 창밖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의 지저귐이 들립니다. 제주에 살기에 가능하겠죠. 차들의 부르릉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립니다만 예쁜 새들의 소리가 들려 조금 행복합니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햇살이 아침에는 그 빛을 조금 여리게 뿜어내고 상쾌한 새벽 공기도 창을 향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힐링 음악이 필요할 리 없죠. 그저 조용히 호흡하며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걸요. 눈을 감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은, 소음이라는 게 실제로 들리는 소리보다 마음의 외침의 데시빌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소리는 그냥 잠시 들리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라면, 마음에서 외쳐대는 소리는 그 크기도, 지속시간도 무척 깁니다. 그것은 불안일 수도 있고, 욕심일 수도 있고, 걱정이나 괴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살아있는 부처라 불리는 틱낫한 스님은 침묵하라 합니다. 

침묵하고 조용히 호흡하며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소리라고 하면 보통 주변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리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소리도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지요. 내면에 귀를 기울일 때 진실한 자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깨어 있는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입니다.

-p.127


내면의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해지는 것을 '깨어 있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깨어 있는 마음 상태로 있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이 책을 읽고 이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는 가능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음을 덜어내고 내가 숨쉬는 것을 느끼며 주변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듣고 내가 존재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주어진다면 매일 같이 저를 괴롭히는 편두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주어진 스물네 시간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이 스물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단호히 결심해야 합니다. 그 시간은 삶이 준 선물이며,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롭게 이 선물을 받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경제적이지 못한 사치스런 행동이라고도 합니다. '시간은 돈'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시간은 돈 이상의 것입니다. 시간은 삶입니다! 명상을 통해 고통받는 삶을 깊이 치유할 수 있다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p.155

 


혹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신다면,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종교와는 관계없이 말입니다.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만, 이 책은 참 좋았습니다. 종교색이 짙은 책이라면 거부감이 들었을겁니다. 왜냐하면, 집 근처 절에서 들려오는 소음들 때문에 여간 괴로운 게 아니거든요. 이 책을 그 절에 선물한다면, 마이크를 착용하고 불경을 외우는 일만큼은 그만두어 줄까요? 

좋은 책을 읽고서 짜증 나는 생각을 떠올리다니. 역시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잠시 호흡하려 합니다. 눈을 감고, 사려니 숲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을 느끼며 새소리를 듣습니다. 적어도 제 마음 속에선 그렇습니다. 마침 창 밖에서 새들이 또 예쁜 소리로 지저귀네요. 




미래에 행복하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행복은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행복은 믿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만 있습니다.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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