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 로드맵 - 사상가 50인이 안내하는 지知의 최전선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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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그 의문을 품고 산지 몇 해 던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그 세계는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르테 출판사에서 철알못을 위한 주요 개념 총정리 <현대 철학 로드맵>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그래! 드디어 나도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다!! 심지어 아르테 편집자님께서 '열두살 아이부터 여든살 노인까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언어로 풀어쓴 책이라고 하기에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저는 깨달았죠. '아, 나는 열 살이었구나.'


자연계열에 국한된 잿빛 뇌세포는 그들의 사상을 도통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에 맨 처음 등장한 마르크스에서부터 막히고 말았습니다.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의 심정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종이 위에 활자는 있으되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니, 필기구를 준비해 요렇게 저렇게 써보기도 하고,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이용해보기도 하면서 노력하였으나,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철알못, 저처럼 순백의 철알못에게는 버거운 책이었습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으리라... 생각해보았지만, 내 지능에 한계를 느끼고 눈물을 머금을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주관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이해를 했어야 이야기를 할 텐데요. 그러니 객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철학 로드맵>은 다른 책들보다 사이즈가 작습니다. 13.4*19.1*2.1 정도로 가방에 쏘옥 넣어 데리고 다니기 좋은 크기입니다. 종이도 꽤 질이 좋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부드러운 색의 종이를 택했는데요. 손에 착 달라붙습니다. 글자 크기와 편집도 상당히 좋아서 마음에 듭니다. 

삽화와 도식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저의 경우 그마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철학 사상가 50인의 사상과 이론을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가 호기심이 갈 수 있는, 사상가의 책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상가의 대표 저서를 약간의 요약과 함께 정리해두었는데요. 필요한 분에게는 무척 유용할 것 같습니다. 뒤쪽의 일러스트 인명사전과 찾아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수학을 잘 하거나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 <수학의 정석 2>를 펼쳤을 때의 마음과 수포자인 학생이 펼쳤을 때의 차이 같은, 독자에 따라 그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수포자의 마음과 같았던 거고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철학에 흥미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현대 철학 로드맵>은 소중히 두었다가 다른 철학 책을 읽을 때 함께 하겠습니다. 수학 문제지를 풀면서 <수학의 정석>을 앞에 두었던 그날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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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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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십 년 만에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상상했던 21세기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 텐데요.인터넷 덕분에 무척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송금이 없어 소액환을 부쳐야 하던 시대에 살았던 건 아니지만, 그 이름만은 알고 있는 세대이기에 인터넷의 발전으로 요새 은행일 보기가 얼마나 쉬워졌는지 실감합니다. 종이돈을 내민 것도 아닌데, 플라스틱 카드에 박힌 칩으로 결재가 됩니다. 더 이상 지갑에 현금을 빵빵하게 채워 넣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가벼운 지갑이라도, 내가 돈이 없어서 지갑이 빈 것이 아니라고 자신을 속일 수 있습니다. 비단 금융거래뿐만 일까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은 거대한 망 속에 들어있습니다.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에 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망 안에 세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기, 교통, 보안, 수도 등등 컴퓨터 제어를 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수동으로만 움직이는 시스템이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무척 편리하고 유용한 방식이죠. 그런데, 그만큼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분명 어느 정도의 보안 시스템은 갖추고 있겠죠. 그러나 해커가 포함되어있는 범죄조직에 노출이 된다면, 국가 간 사이버 전쟁이 일어난다면... 문제없이 막아내고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인 저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터넷망을 이용합니다. 기업과 국가의 시스템을 믿고 있으니까요. 발등에 도끼를 몇 번 맞아 깜짝 놀랐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고,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다시 믿어줍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뉴욕 시민들은 대재앙과 만납니다. 일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처음엔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정도였기에 동시 접속자가 많아 그런가... 하는 의심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마트의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더니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끊깁니다. 산간 마을이었다면 벌목이라도 했겠지만 대도시였기 때문에 난방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날씨가 추워서 냉장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 안에 넣을 음식이 있었다면 말이죠. 심지어 조류 독감이 유행한다는 소식에다가 눈폭풍까지 겹쳤습니다. 어쩌면 좋죠? 

매튜 매서의 소설 <사이버 스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실제 상황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프로그래머 마이클인데요. 그야말로 자수성가를 할까 말까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남자로 엘리트 처가에 자격지심이 좀 있는 남자입니다. 그의 친구 척은 전쟁 대비론 자인데, 편집증이라고 놀려도 늘 전쟁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남자입니다. 그 덕분에 마이클의 가족들까지도 대재앙을 함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과 척은 대체로 선한 사람들입니다. 사마리아인처럼 착한 건 아니고요. 아무리 세상이 종말로 치닫더라도 되도록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약탈, 살인, 폭행을 반대하며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하는데요. 놀랍게도 초반엔 많은 사람들이 그들처럼 지냅니다. 마트의 물건을 가져갈 때도 질서 정연하게 약탈하는데요. 일부만이 생존을 위해 폭력을 불사합니다. 폭력과 질서가 양분되어 있을 때 저는 파리대왕을 떠올렸습니다. 이곳에서도 최소한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자와 본능에 충실한 자로 나뉘는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시커멓고 거대한 건물들 사이로, 하늘에 든 별들의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컴컴하게 얼어붙은 뉴욕 시에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이버 다람쥐였다.

-p.301



사망자가 늘어가고 폭력에 노출된데다 기아에 시달리던 주인공들은 척이 마련해두었던 산속의 안가로 대피하기로 합니다. 설상가상 맨해튼이 통제된 상황이었지만 안면을 익혀둔 경찰 덕분에 잘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들은 또다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치고 반전을 지나 이야기는 좋게 잘 끝납니다. 이렇게 스포일러를 방출하는 건, 이 작품이 아토피아 연대기의 시작이기 때문이지요. 짧은 영어로 아토피아 연대기를 검색해봤는데요. 이 책이 1권이 아니더군요. <사이버 스톰>이라는 개별 작품으로 되어 있고, 아토피아 연대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 제가 제대로 본 것이 맞는다면요. <사이버 스톰>의 몰입도가 상당하고 스토리라인이 탄탄해 아토피아 연대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사이버 보안 전문가라서 그런지 소설이 허구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을까요. 화기로 공격하지 않아도,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네트워크를 교란시키는 것 만으로도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정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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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 - 세상을 읽고 미래를 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힘
최재원 지음 / 계란후라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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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심하게 앓고 나서 몸에 좋은 걸 좀 챙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까지 비타민도 먹는 둥 마는 둥, 20대 때부터 신장 기능이 약하고 심장이 건강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걸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으니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는데요. 드디어 나이 든 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소셜 커머스를 뒤적여 저렴하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은 - 적어도 플라세보효과라도 있겠지 싶은 - 유산균과 멸치 따위의 작은 생선에서 추출한 오메가3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들을 마구 추천해대는 겁니다. 제가 건강에 관심을 가진 걸 눈치챈 거죠. 

책을 읽고 리뷰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알라딘이나 반디앤루니스에 열심히 올리고 있는데요. 그 결과 독서 취향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추천 마법사를 누르면 추리, 미스터리, 호러, 그리고 만화책을 열심히 추천해줍니다. 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값이겠죠. 빅데이터는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흐름을 읽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주로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하니 우리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를 읽고 빅데이터란 마케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실은 치킨과 행복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요. 처음부터 알려줬으면 좋았겠는데 치사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치킨 지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길래, 그런 지수가 있는데 나만 몰랐구나 했죠. 그러나 90페이지 즈음해서 확실히 알려줍니다. '치킨 지수라 쓰고, 행복 지수라 읽는다'라는 파란 글씨로 말이죠. 



필자가 매주 출연하는 KBS 1 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제작진에서 치킨 지수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해서 3개월 정도에 걸쳐 치킨 지수(Chicken Index) 개발을 완료했다. 치킨 지수는 기상과 경제 변수 그리고 치킨의 버즈량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산출했다.

-p.95



그래가지고 뭐라 뭐라 복잡한 숫자가 들어있는 지수를 써놨어요. 어떻게 읽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라고.... 그러나 다시 예쁘게, 저도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두었더군요. 


 


사진이 좀 흔들렸군요. 그래도 알아볼 수 있으니 넘어가기로 해요. 어쨌든 위와 같은 상관관계가 생긴다고 합니다. 


서울 살이를 하던 20대의 어느 여름날 밤, 한낮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친구를 만나 오픈 테라스나 파라솔이 있는 호프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먹던 일을 회상하면 캬아.... 추억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수많은 시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더랬죠. 날씨와 치킨, 그리고 친구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치킨 지수를 개발하고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가 "그럼 도대체 치킨을 몇 마리 먹어야 행복해지는 거야?"였다. 치킨을 먹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서 치킨을 먹는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은데 치킨을 계속 먹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치킨은 행복의 기준 그리고 열풍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p.100



라고 필자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반만 믿습니다. 힘들어도 치킨을 먹는 순간엔 행복해졌기 때문이지요. 빅데이터가 인간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통계적이고 확률적인(제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일 거예요. 대개 이렇다...라는 걸 이야기하는 걸 테죠.


참, <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라는 책은 치킨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무척 다양한 분야에서의 빅데이터를 말합니다. 

관계, 행복, 변화, 불안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 빅데이터를 설명하는데요. 전혀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누구나, 빅데이터나 경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심지어 디지털하고 친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까지 말이죠. 무척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습니다. 읽을수록 흥미가 생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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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가운데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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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를 하드한 세계로 슬그머니 이끄는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읽었습니다. 이번의 책은 <죽음의 한가운데>인데요. 황금가지 출판사 밀리언 셀러 클럽에서는 이 책이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저는 어쩐지 역행하며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리즈 세 번째인 <살인과 창조의 시간>, 네 번째인 <어둠속의 일격>은 벌써 2년 전에 읽었거든요. 첫 번째인 <아버지들의 죄>는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읽겠죠 뭐.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로렌스 블록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버번을 즐기는 알콜중독(에 가까운) 탐정이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당연히 매튜 스커더죠. 경찰 근무 중 있었던 총기 사고로 어린이가 죽는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책임감이랄까 회의감이랄까 그런 것을 느끼고 경찰을 그만두고서 탐정이 됩니다. 그에게는 그 사건이 엄청 충격적이었나 봐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내를 미워한 것도 아니면서 이혼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하며 고독을 씹으니까요. 로렌스 블록의 최근작 히트맨의 고독한 살인청부업자 켈러 역시 혼자 지내는 걸 보면, 역시 하드보일드는 독신남이어야 더욱 빛나나 봅니다. 아무튼 술 냄새 폴랑폴랑 풍기는 매튜에게도 묘한 매력이 있어서 별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여자가 유혹당합니다.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어버리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요.


<죽음의 한가운데>는 어째서 제목이 그러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다른 편들의 제목도 왜 그런지 잘 몰랐으니까 이번의 경우도 그런 것이라고 여기며 넘어가죠. 이 소설에서는 한 비리 경찰이 등장합니다. 비리 경찰이 한 명만 등장하지만 알고 보면 제법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 비리 경찰 제리 브로드필드가 특별 검사에게 이런저런 보고할 거리들이 있었겠죠. 자기가 비리 경찰이면서 누굴 털겠다는 건지 원. 오죽했으면 콜걸이 그를 고소하려 했을까요. 그에게 협박당하고 매달 돈을 갈취당했다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브로드필드가 매튜를 고용하는데, 우리의 탐정 매튜가 콜걸 포샤 카를 만나고 온 다음날 그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브로드필드의 아파트에서 그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하는데요. 바보도 아니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런 일을 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함정에 빠진 브로드필드는 매튜에게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이 사람 정말 마음에안 듭니다. 뻔뻔해요. 매튜는 사건의 관계자들을 탐문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 뜻밖의 범행 동기. 

사건은 갑자기, 그리고 빠르게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음. 나름 해피엔딩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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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집 스토리콜렉터 33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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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뚜두둑. 후둑. 두두둑..... 자락.자락. 철컹.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와 마치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아니, 이미 내 곁에 서 있습니다. 그것은 자는 척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눈이 마주칠까 봐 실눈조차 뜰 수 없습니다. 나의 수면 연기에 속아넘어가 스스로 물러가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어이 나와 눈을 맞추고 싶은 모양입니다. 내 눈꺼풀의 위아래를 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러 억지로 눈을 벌리려 합니다. 절대로 뜨고 싶지 않아! 그러나 결국 그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은 세로로 금이 가 있습니다. 벌어진 틈새로 부릅뜬 또 하나의 눈이 보입니다. 그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것을 밀쳐내고 달아나다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것의 얼굴은 고정된 채 몸만을 흔들며 맹렬히 나에게 달려옵니다. 절대로잡히면 안 됩니다. 나는 눈앞의 격자무늬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뛰어들어 급하게 문을 닫습니다. 그것은 문을 두들기며 화를 내지만, 열지는 못 합니다. 그것의 이름은 와레온나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에는 다섯개의 단편이 들어있습니다.(하지만 이 소설은 장편입니다.) 각 단편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묘한 여자가 등장합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이기도 하고 노파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자가 등장하면 누군가가 사라집니다. 카미카쿠시(신에의한 실종)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이쪽의 사람을 자신의 세계로 데려가려 하나 봅니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미쓰다 신조에게 카칸샤의 편집자 미마사카 슈조가 괴이한 이야기를 들고 온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기이한 유사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착안, 시대도 배경도 다른 다섯 집에서 일어난 실종 미스터리를 함께 풀어보기로 합니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는 다르다면 완전히 다르고,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집'. 사건은 '실종'. 서술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추리하는데요. 독자인 저로서는 호러에 긴장하고 추리에 함께 머리를 굴려봅니다.

분명 소설인데, 한밤중에 들려오는 - 천장의 투툭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도 가끔 들려왔던 소리임에도 어쩐지 그것이 어디선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공연히 긴장됩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는 읽다 보면 작가도 책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나아가 독자인 저에게도 위험이 닥칠 것 같은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책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행이죠.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걱정 없습니다. 격자무늬 무릎 담요로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까요. 우리나라의 야광귀도 체를 걸어놓으면 밤새 눈을 세다가 아침을 맞이하지 않나요. 와레온나가 격자무늬를 세고 있는 건 아니지만, 뭐 괜찮을 것 같습니다. 괜찮아야 해요.

그나저나.... 책 읽기 전엔 표지의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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