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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집 ㅣ 스토리콜렉터 33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5년 7월
평점 :
깊은 밤.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뚜두둑. 후둑. 두두둑..... 자락.자락. 철컹.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와 마치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아니, 이미 내 곁에 서 있습니다. 그것은 자는 척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눈이 마주칠까 봐 실눈조차 뜰 수 없습니다. 나의 수면 연기에 속아넘어가 스스로 물러가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어이 나와 눈을 맞추고 싶은 모양입니다. 내 눈꺼풀의 위아래를 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러 억지로 눈을 벌리려 합니다. 절대로 뜨고 싶지 않아! 그러나 결국 그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은 세로로 금이 가 있습니다. 벌어진 틈새로 부릅뜬 또 하나의 눈이 보입니다. 그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것을 밀쳐내고 달아나다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것의 얼굴은 고정된 채 몸만을 흔들며 맹렬히 나에게 달려옵니다. 절대로잡히면 안 됩니다. 나는 눈앞의 격자무늬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뛰어들어 급하게 문을 닫습니다. 그것은 문을 두들기며 화를 내지만, 열지는 못 합니다. 그것의 이름은 와레온나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에는 다섯개의 단편이 들어있습니다.(하지만 이 소설은 장편입니다.) 각 단편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묘한 여자가 등장합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이기도 하고 노파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자가 등장하면 누군가가 사라집니다. 카미카쿠시(신에의한 실종)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이쪽의 사람을 자신의 세계로 데려가려 하나 봅니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미쓰다 신조에게 카칸샤의 편집자 미마사카 슈조가 괴이한 이야기를 들고 온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기이한 유사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착안, 시대도 배경도 다른 다섯 집에서 일어난 실종 미스터리를 함께 풀어보기로 합니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는 다르다면 완전히 다르고,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집'. 사건은 '실종'. 서술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추리하는데요. 독자인 저로서는 호러에 긴장하고 추리에 함께 머리를 굴려봅니다.
분명 소설인데, 한밤중에 들려오는 - 천장의 투툭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도 가끔 들려왔던 소리임에도 어쩐지 그것이 어디선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공연히 긴장됩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는 읽다 보면 작가도 책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나아가 독자인 저에게도 위험이 닥칠 것 같은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책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행이죠.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걱정 없습니다. 격자무늬 무릎 담요로 어떻게든 될 것 같으니까요. 우리나라의 야광귀도 체를 걸어놓으면 밤새 눈을 세다가 아침을 맞이하지 않나요. 와레온나가 격자무늬를 세고 있는 건 아니지만, 뭐 괜찮을 것 같습니다. 괜찮아야 해요.
그나저나.... 책 읽기 전엔 표지의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