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하는 것들 - 회복과 충전, 다시 잘 살고 싶을 때 읽는 김창옥의 제안서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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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삶을 이야기하는 강사들은 참 많았습니다. 현재도 그러하고요. 그들 중 몇몇은 과연 정말 진심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창옥은 달랐습니다. 그의 강연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가끔 인터넷에서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그를 볼 때에도 흐름과는 관계없이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동향 사람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그가 살고 있던 지역과 저희 동네는 전혀 접점이 없으니까요.



나이가 비슷하다거나 제주 출신이라거나 그런 것은 전혀 관계없이 그의 강의에는 진심이 담겨있고, 마음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그리로 끌려들어 간 것 같습니다.



순조롭지 않았던 삶이었지만 성장하고자 하는 욕심 또는 꿈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며 열심히 살고 있었기에 많이 끌렸던 건 아닐까합니다. 김창옥의 삶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정형적인 모습 그뿐만은 아니었으니까요.



관광객들이 아름답다고만 여기는 제주 바다가 실은 생명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을 담은 바당인 것처럼 그 역시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책 몇 권을 읽고 강연 몇 개를 들었다고 그에 대해 아는 체하는 건 그른 행동이기에 그저 느낀 대로만을 가슴에 안아봅니다.



코로나로 강연이 줄어들고 유튜브 라방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삶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전과는 또 달라졌습니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제주에 내려와 잠시 살면서는 어릴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제주를 만났습니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탓에 갇힌 것 만 같아서 늘 떠나고 싶었던 그곳에, 지금은 자발적으로 내려가 아버지가 하시던 돌담 쌓기를 하고, 농수산물 유통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남이 되어 물질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전과는 다른 삶을 이어갑니다. 가까이하기에 불편했던 형이나 아버지와도 화해하는 계기를 갖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어 스스로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할지 전혀 감을 못 잡았었던 그는 '다행히' 아들들의 아빠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롤 모델이 필요하기에 아들은 아버지를, 딸은 어머니를 닮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적합한 모델이 없었기에 '아버지'로서의 결심을 굳히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관계'의 소중함과 가족의 예의를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좋은, 즐거운, 다정한 아버지가 될 거라 믿습니다. 현무암으로 얼기설기 쌓은 돌담과 같은 - 엉성한 것 같지만 실은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돌담과 같은 아빠로 아들을 사랑하리라 믿습니다.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에세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읽어내려가며 자신에게 대입해 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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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선택적 함구증을 가졌던 쌍둥이 자매의 작은 기록들
윤여진.윤여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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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어린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 어쩌면 기억을 닫아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 빨간 필름이 끼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들이었거든요.



이 에세이를 쓴 쌍둥이 자매 윤여진과 윤여주는 초등학교 5,6학년 때까지 선택적 함구증을 겪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책에서 명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자매가 집 밖으로만 나가면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것에 대한 원인을 파악한 사람도 없었거니와 지금의 본인들도 알 수 없는 노릇일 테지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 이르르면 더욱 말을 할 수 없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기분인지는 또렷이 잘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가 이런 심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녀석은 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헤어디자이너가 말을 시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미용실에 가지 않죠. 그래서 제가 한두 달에 한 번씩 커트를 해주고 있어요.



성인이기에 힘을 내서 이겨나가고는 있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들 때문에 그리고 기질적인 면까지 포함하여 협소한 인간관계 형성을 하고, 그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자들의 엄마도 걱정했었겠구나 싶었죠. 여주는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이 아이 또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그래서 엄마인 여주는 또 걱정을 하죠. 자신의 탓인 것 같고 자기로 인해 이런 일을 겪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모두들 조금씩 성장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여진과 여주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말문을 열고 사회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모두들 언젠가는 조금씩 열리리라 믿어요. 그들은 지금 한의사가 되어, 치과 의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걸요.



생계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늘 바빴던 어머니의 고단함이 글에 묻어있는 걸 보고, 이들은 엄마를 참 사랑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함구증을 겪고 있을 때에 자신들이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었고 엄마 아빠 또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들은 사랑했어요.



손주처럼 아껴주던 시터 할머니와의 애착형성이 있었기에 더욱 따스한 사람으로 자라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들의 삶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참 조심스럽네요. 글을 읽고 나름대로의 단정을 지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있고요.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서 많은 사람과 마주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는 일곱 살의 자신들이 웅크리고 있어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가 말이죠. 과거의 자신을 끌어안고 다독이며 치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자 안에는 아이가 있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안의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이제는 자신을 기억해 주지 않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조심스레 좋은 기억들만 끄집어내어서 살며시 안아보려고 해요. 슬프고 괴로웠던 일들은 결국 분노로 자꾸만 치받아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거든요.



상처와 불안을 안고 있던 쌍둥이 자매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편지가 되면서 저에게도 잔잔한 이해와 응원이 되었어요. 참 고마운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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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 읽는 것만으로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김재원 지음 / 빅피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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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라는 과목은 학창 시절 내내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주입식으로 외워야 하는 데다가 한자어가 난무하는 탓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세계사와 함께 흐름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셨었는데 머릿속에 남는 거라곤 위 진 남북조 5호 16국, 수당명청 뿐이었으니 나아질 수는 없었죠.



역사는 흐름이기 때문에 굵직한 내용을 알고 그 주변으로 어떻게 되는지 학습하기 위해 커다란 종이에 연표를 그려보기도 했드랬습니다. 지금에야 이러한 방식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저는 나름대로의 비책을 마련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참담했고 10문제가 나온다 치면 4개를 맞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입 때는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았으니 다행히 문제가 연도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흐름을 아는 사람에게 적합하도록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뢰와 같았던 과목을 통과하여 진학하였으니 저와는 애증의 관계라고도 하겠습니다. 어렵다고 생각되니 피하고 싶고, 그렇지만 궁금한 점이 많으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이런 우유부단한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는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표지에 '읽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흔한 홍보 글이 아닌 이 도서에 딱 걸맞은 문구였습니다. 어디 한 번 읽어볼까나 하면서 딱 펴들었는데, 재미있는 겁니다.



일부러 재미있게 묘사한다거나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서 소설처럼 엮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읽고만 있는데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세와 근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들어옴이 느껴졌습니다.



저자인 김재원은 '역사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지는 않도록 주의하며 한국사 콘텐츠를 만드는 역사학자입니다. 읽는 사람을 책 속으로 끌어당기는 능력이 무척 탁월한데요, 그 밀당이 보통 아닙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와 백석예술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수강하는 학생들은 재미있게 수업을 듣겠구나 싶어 약간 부러움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채널을 찾아볼 수도 있고, 팟캐스트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을 찾아보면 될 일이니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한국사의 큰 흐름을 따라간다고 하면 종종 뭉뚱그려 휙 하고 지나가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삼한이나 가야, 부여 같은 내용은 그다지 잘 다루지 않죠.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교과서에 등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설명합니다. 역사적 사실들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동아시아 주변 국들과의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도 다룹니다. 알고 보면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신기하게 딱 한 권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며 단 권만으로도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재미있게 서술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흐름에 약한 경우에도 읽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밖에 있는 내용도 다루니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지만 기회가 되면 몇 번 더 읽을 생각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취해가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붙여 볼 셈입니다. 이 책은 저처럼 역사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학생 이상의 학생의 방학 도서 등으로 추천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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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서 - 자칭 리얼 엠씨 부캐 죽이기 고블 씬 북 시리즈
류연웅 지음 / 고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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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서>는 언뜻 보면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은 제목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실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 같네' 아주 잠깐 SNS에 남겼을 뿐인데 정말 ㅈ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한 남자 조헤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ㅈ이 무엇으로 읽히는지는 독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텐데요, 아마도 대부분은 저와 같은 단어를 떠올릴 겁니다. 뒤에 '같네'가 오는 이상 '쥐'같네 라거나 '종' 같네 라거나 뭐 이런 걸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힙합 스타 조헤드의 SNS를 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자신들도 ㅈ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길길이 날뜁니다. 아니, 언제부터 ㅈ이라는 초성이 욕이 되어버렸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잠깐 동안 올린 그 글 때문에 조헤드는 정말 ㅈ 같이 되어버렸어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대스타가 되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떠올리며 한국 음악시장에 대한 짜증을 딱 한 줄 남겼던 건데. 실은 비밀 SNS 계정에 올린다는 걸 그만 공식 계정에 올려버렸던 거죠. 이제 네티즌과 연예부 기자들은 매국노 마냥 그를 매도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대표님까지 난리가 났고 이제 그의 인생은 쫑 난 상황.



방송국 쇼케이스까지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보통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때 소속사 아트디렉터가 굿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게 모두 노이즈마케팅이며 감동 반전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이벤트라고 말이죠. 덕분에 24시간 정도 남은 쇼케이스 시간까지 뮤직비디오 '한국에서 태어나서'를 만드는 강행군을 시작합니다.



스토리, 콘티 뭐 하나 준비된 거 없는 상황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어야만 합니다.



한편, 평행세계에서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래퍼 릴뚝배기는 1집 '나는 벌레'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얘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야 했다."라는 댓글 하나와 '한국에서 태어나서 댓글이 하나도 없네.'라는 댓글 요렇게 두 가지만 존재했죠. 실력은 있지만 미국 래퍼 풍이라서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라 좀 짜증이 났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계산하던 그는 '힙합을 그만두어야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때, 자칭 힙합의 신이 나타나 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릴뚝배기야, 넌 이제 뒤졌다."



릴뚝배기가 열일곱 살 때 "제가 만약 힙합을 버리려고 한다면... 가차 없이 저를 뒤지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었거든요. 그래서 '뒤지게 해주러 왔다.'라는 겁니다. 그러나 오늘이 끝나기 전에 힙합에 대한 미련을 풀게 해주겠다며 마지막 하루를 살 기회를 주는데요, 릴뚝배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지막 하루를 위해 원 없이 사는 법을 궁리합니다.



이 소설은 조헤드와 릴뚝배기를 통해서 아티스트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여줍니다. 둘의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지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는 좌충우돌하는 상황을 보여주지만 비꼬기만 들어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구분하며 그래도 놓지 않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다른 길을 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블랙코미디와 같은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서 웃고 피식거리다가 책을 덮고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덧) 독립영화나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힙합 스타가 직접 연기한다면 더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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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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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유쾌하고 미스터리한 이웃 서사시라길래 코믹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상상과는 달리 시트콤처럼 전개되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부분은 스포츠코트라고 불리는 일흔도 넘은 교회 집사가 광장 한복판에서 38구경 권총으로 20대 마약상을 쏘았다는 부분이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싶은데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주변의 해롭게 하는 마약상을 처단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Deacon King Kong으로 말하자면 킹콩 집사라는 의미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킹콩이 아닙니다. 일명 스포츠코트라고 불리는 주인공 남자가 즐겨 마시는 술이 킹콩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생존했을까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사고나 질환을 겪어왔는데, 이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마시는 거라기보다는 그에게 있어서 알코올은 물과 다름없는 거라고 느꼈어요.



언제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술에 취해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야구를 가르치기도 했던 소년 딤즈를 총으로 쏘았어요. 그것도 아주 근거리에서요.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귀가 날아가 버렸는데요, 당시 광장에는 열여섯 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었어요. 그런데도 희한하게 사람들은 스포츠코트를 비난하거나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평소 그가 무서운 사람이었다거나 갱단이 입을 막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모두 그를 보호하려고 하죠. 온화한 성격인데다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냈던 덕분에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어요.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걱정하면서 스포츠코트에게 달아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자기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총을 소지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총알은 한 발뿐이라고 하는데요, 확인해 보니 '당연히' 총알이 없었죠.



그는 아내 헤티가 죽은 후에도 그녀의 환상을 보면서 중얼중얼 대화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살아있는 것과 같이 대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절친인 핫소시지는 그런 그를 늘 이해하면서 다독이며 킹콩을 나누어 마셨죠. 젊은 시절 면허증 하나를 따서 공유하며 한 사람인 체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친한 사이였는지 아시겠죠.



스포츠코트가 아내와 대화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헤티가 모아둔 교회 기금을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정도만 궁금해했지 그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친절한 그는 모두의 해결사였으니까요. 그는 소년 시절의 딤즈를 무척 아끼며 우수한 투수가 되도록 코칭 했어요. 하지만 결국 마약 딜러가 되어 뒷골목에서 사람들에게 못된 가루를 파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런 점이 싫어서 총구를 겨눴던 것도 아니고 어쨌든 뚜벅뚜벅 걸어가 조준하고 팡!


주변에서 그를 감싸고 있으니 딤즈와 스포츠코트 둘이서 해결점을 찾으면 될 것 같겠지만 마약 딜러 뒤에는 당연히 큰 조직이 존재하는 법이죠. 결국 조직간의 이권 문제까지 폭발하여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어버려요. 딤즈를 처리하려는 조직에서는 살인청부업자를 보내기까지 한다니까요.


이 책은 직접 읽어보아야 해요. 작은 마을 커즈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씩 분산되어 등장하는 초반에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오바마가 '올해의 책'으로 정했다는 점, 오프라 윈프리 2020 북클럽 선정 도서라는 점,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에 들었다는 점 등등등을 떠올리며 중반까지 읽으면 그 뒤로는 놓을 수 없어요.



흩어져있던 것 같은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연결되면서 그렇구나 이런 게 인생이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짜임새가 상당히 좋아서 티 나지 않게 어쩜 이렇게 엮어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웃들이 만들어온 커즈하우스의 이야기 그리고 비밀이 드러날 때쯤에는 가슴 한편 이 찡함을 느꼈어요.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멀리서 보면 칙칙하고 어두운 배경인 거 같아 보일 수도 있으며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저 멀리 풍요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는 거 같죠. 복잡하고 우울할 수 있는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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