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서 - 자칭 리얼 엠씨 부캐 죽이기 고블 씬 북 시리즈
류연웅 지음 / 고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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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서>는 언뜻 보면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 같은 제목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실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 같네' 아주 잠깐 SNS에 남겼을 뿐인데 정말 ㅈ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한 남자 조헤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ㅈ이 무엇으로 읽히는지는 독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텐데요, 아마도 대부분은 저와 같은 단어를 떠올릴 겁니다. 뒤에 '같네'가 오는 이상 '쥐'같네 라거나 '종' 같네 라거나 뭐 이런 걸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힙합 스타 조헤드의 SNS를 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죠. 자신들도 ㅈ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길길이 날뜁니다. 아니, 언제부터 ㅈ이라는 초성이 욕이 되어버렸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잠깐 동안 올린 그 글 때문에 조헤드는 정말 ㅈ 같이 되어버렸어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대스타가 되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떠올리며 한국 음악시장에 대한 짜증을 딱 한 줄 남겼던 건데. 실은 비밀 SNS 계정에 올린다는 걸 그만 공식 계정에 올려버렸던 거죠. 이제 네티즌과 연예부 기자들은 매국노 마냥 그를 매도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대표님까지 난리가 났고 이제 그의 인생은 쫑 난 상황.



방송국 쇼케이스까지 예정되어 있었던 터라 보통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때 소속사 아트디렉터가 굿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게 모두 노이즈마케팅이며 감동 반전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이벤트라고 말이죠. 덕분에 24시간 정도 남은 쇼케이스 시간까지 뮤직비디오 '한국에서 태어나서'를 만드는 강행군을 시작합니다.



스토리, 콘티 뭐 하나 준비된 거 없는 상황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어야만 합니다.



한편, 평행세계에서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래퍼 릴뚝배기는 1집 '나는 벌레'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얘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야 했다."라는 댓글 하나와 '한국에서 태어나서 댓글이 하나도 없네.'라는 댓글 요렇게 두 가지만 존재했죠. 실력은 있지만 미국 래퍼 풍이라서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라 좀 짜증이 났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계산하던 그는 '힙합을 그만두어야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때, 자칭 힙합의 신이 나타나 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릴뚝배기야, 넌 이제 뒤졌다."



릴뚝배기가 열일곱 살 때 "제가 만약 힙합을 버리려고 한다면... 가차 없이 저를 뒤지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었거든요. 그래서 '뒤지게 해주러 왔다.'라는 겁니다. 그러나 오늘이 끝나기 전에 힙합에 대한 미련을 풀게 해주겠다며 마지막 하루를 살 기회를 주는데요, 릴뚝배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지막 하루를 위해 원 없이 사는 법을 궁리합니다.



이 소설은 조헤드와 릴뚝배기를 통해서 아티스트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여줍니다. 둘의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지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는 좌충우돌하는 상황을 보여주지만 비꼬기만 들어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구분하며 그래도 놓지 않아야 하는 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다른 길을 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블랙코미디와 같은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서 웃고 피식거리다가 책을 덮고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덧) 독립영화나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힙합 스타가 직접 연기한다면 더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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