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 읽는 것만으로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김재원 지음 / 빅피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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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라는 과목은 학창 시절 내내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주입식으로 외워야 하는 데다가 한자어가 난무하는 탓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세계사와 함께 흐름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셨었는데 머릿속에 남는 거라곤 위 진 남북조 5호 16국, 수당명청 뿐이었으니 나아질 수는 없었죠.



역사는 흐름이기 때문에 굵직한 내용을 알고 그 주변으로 어떻게 되는지 학습하기 위해 커다란 종이에 연표를 그려보기도 했드랬습니다. 지금에야 이러한 방식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저는 나름대로의 비책을 마련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참담했고 10문제가 나온다 치면 4개를 맞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입 때는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았으니 다행히 문제가 연도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흐름을 아는 사람에게 적합하도록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뢰와 같았던 과목을 통과하여 진학하였으니 저와는 애증의 관계라고도 하겠습니다. 어렵다고 생각되니 피하고 싶고, 그렇지만 궁금한 점이 많으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이런 우유부단한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는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표지에 '읽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흔한 홍보 글이 아닌 이 도서에 딱 걸맞은 문구였습니다. 어디 한 번 읽어볼까나 하면서 딱 펴들었는데, 재미있는 겁니다.



일부러 재미있게 묘사한다거나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서 소설처럼 엮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읽고만 있는데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세와 근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들어옴이 느껴졌습니다.



저자인 김재원은 '역사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지는 않도록 주의하며 한국사 콘텐츠를 만드는 역사학자입니다. 읽는 사람을 책 속으로 끌어당기는 능력이 무척 탁월한데요, 그 밀당이 보통 아닙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와 백석예술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수강하는 학생들은 재미있게 수업을 듣겠구나 싶어 약간 부러움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면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채널을 찾아볼 수도 있고, 팟캐스트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을 찾아보면 될 일이니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한국사의 큰 흐름을 따라간다고 하면 종종 뭉뚱그려 휙 하고 지나가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삼한이나 가야, 부여 같은 내용은 그다지 잘 다루지 않죠.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교과서에 등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설명합니다. 역사적 사실들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동아시아 주변 국들과의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도 다룹니다. 알고 보면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신기하게 딱 한 권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며 단 권만으로도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재미있게 서술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흐름에 약한 경우에도 읽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밖에 있는 내용도 다루니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지만 기회가 되면 몇 번 더 읽을 생각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취해가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붙여 볼 셈입니다. 이 책은 저처럼 역사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학생 이상의 학생의 방학 도서 등으로 추천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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