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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평점 :
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는 매년 한 편씩 북로드를 통해 출판되고 있는데요.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특이한 질환이자 특수한 능력을 가진 데커가 FBI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무척 매력 있는 작품입니다. 에이머스 데커는 과거 미식축구선수로 경기 중 큰 부상을 입고 뇌에 손상을 입는 바람에 과잉기억 증후군을 앓게 되었는데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되고 맙니다. 수험생이나 중년 이후 깜빡깜빡하는 사람은 그의 기억력을 부러워할 만도 하지만, 망각이란 신이 준 축복 중의 하나로,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는 건 정말 괴롭습니다. 때로는 사라져야 하는 기억도, 흐려져야 하는 기억도 있는 법이니까요.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데커로서는 정말 저주스러웠겠죠. 하지만 전편의 시리즈를 통해 그는 자신의 괴로움을 극복해나가며 특수한 능력을 동원해 FBI와 함께 일합니다. 기억력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저돌적인 성향과 정의감, 그리고 뛰어난 판단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시작부터 강렬합니다. FBI의 거점인 후버 빌딩 앞에서 슈트를 멋지게 잘 차려입은 한 남자, 윌터 데브니가 앤 버크셔를 향해 총을 쏘아 살해합니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달려온 데커 앞에서 그는 스스로에게도 총을 쏘아 자살을 시도합니다. 어째서 FBI 건물 앞에서 여성을 살해했는지 이유를 밝히기도 전에 그는, 병원에서 사망하고, 이 <죽음을 선택한 남자>의 행동을 모두 목격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커가 수사에 합류, 사건을 추적합니다.
윌터 데브니는 성공한 사업가로 FBI 프로젝트와 관련된 컨설팅 회사의 사장인데, 그런 그가 하필 FBI 건물 앞에서 한 여자를 총으로 쏘았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데다, 피해자인 앤 버크셔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카톨릭계 학교의 교사로 데브니와의 접점이 없었기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데브니의 부검 결과 뇌종양 말기였음을 알게 되고, 병을 비관한 묻지 마 살인이었을 수도, 종양의 압박으로 인한 인격의 변화에 따른 살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짐작을 해보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건 데커도, 독자도 다 압니다. 데커는 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사건을 추적합니다. 가해자인 데브니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버크셔까지 조사하는데요. 양쪽을 모두 조사하다 보면 분명 둘의 접점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FBI뿐만 아니라 DIA(미 국방부 정보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데요. 하마터면 사건에서 밀려날 뻔했던 데커와 동료들이 일련의 일을 겪으며 결국 사건을 계속 수사합니다.
데커와 함께하는 동료이자 룸메이트 제미슨은 DIA의 브라운을 탐탁지 않아 하는데요. 데커와 자주 함께하는 브라운을 보며 질투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동료애 일 수도 있고, 자신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연애 감정이었을 수도 있겠죠. 참, 데커와 제미슨은 <괴물이라 불린 남자>멜빈 마스의 집에 세입자이자 관리자로 거주합니다. 지난번 시리즈에서 멜빈 마스와 데커의 케미를 쭉 보고 싶다고 소망했었는데, 이렇게 연결되니 책 읽다 말고 덩실덩실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스는 어째 계속 등장하지 않고... 이러다 집주인으로 이름만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등장합니다. 데커와 마스가 둘이 합쳐 240 킬로그램의 몸무게로 문을 부술 때는 까르륵하고 웃었습니다. 역시 둘은 참 잘 어울려요. 원죄를 쓰고 감옥 살이 20년의 경력의 마스는 의외로 순진해서 브라운과 갑자기 진한 썸을 탈 땐 데커도 저도 걱정했습니다만, 그들 둘이 참 잘 어울려요. 제미슨은 한시름 놓은 것 같았습니다. 왤까요? 하핫.
이렇게 스릴러는 사랑을 싣고 결말로 달려가는데, 네... 사랑입니다. 사랑이에요. 사랑이 없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전편을 읽은 독자는 <죽음을 선택한 남자>를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뭔가 데커 사랑 전선의 예고편 같은 느낌도 있으니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테고요. 이 작품이 처음인 독자도 단독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데커와 마스에 관한 과거를 잠깐씩 언급하니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