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9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박은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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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김용의 무협지를 좋아했습니다. 역사의 큰 흐름 위에서 정파니 사파니 하며 다툼을 벌이는 스토리도 좋았고 경공술로 날듯이 이동하는 남녀는 낭만적이었습니다. 경공, 초식, 사자후, 비기 등등을 읽으며 상상하며 저런 것들이 실제로 가능한 걸까 의심도 들었지만,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으니 저런 기인이나 초능력자가 없으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역사를 따라가면 범인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 세계 곳곳에 있어왔으니까요. 그러니 가능할지도 몰라요.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을 읽다 보니 과거 생각도 나고, 이런저런 사색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은 중국 문학을 전공한 국제일본 문화연구센터 명예 교수인 이나미 리쓰코가 춘추전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56인의 삶과 업적, 행적 등을 소개하고 그들의 명언이나 작품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인물의 정사뿐만 아니라 일화나 숨겨진 이야기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한 부분만 간추려서 읽는 이로 하여금 편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려놓아서 '역사'라는 단어에 긴장하는 저도 마치 이야기책을 읽는 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물을 소개하는데요. 너무나도 유명해 저 같은 사람도 이름을 알고 있는 공자나 장자, 진시황, 왕희지, 이백, 도연명, 루쉰 같은 인물을 만나면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갑고, 임포, 신기질, 유경정, 모진 같은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만남에 즐거웠습니다. 인물을 소개함은 간략하게 되어 있지만 모자람은 없습니다. 호감이 가서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른 책이나 인터넷을 뒤지면 되니까 아쉬움도 없습니다. 책의 자연스러운 진행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중국사와 책에 수록된 인물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인명이 한자음으로 되었다가 중국식으로 되었다가 하는 점이었는데, 어차피 한글 뒤에 한자로 표기했으므로 중국음을 병기하거나 통일했으면 어떠했을까 합니다. 

이 책은 56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연속해서 읽지 않고 짬짬이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누구도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책이었달까요.

우연이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며칠 사이에 제 주변인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난 후 몇 시간 지나자 갑자기 우울해지더군요. 모두가 전진하고 있는데, 나만 이룬 것이 없다는 슬픔이랄까요. 다른 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나아가는 동안 나는 뭘 했을까...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만난 청나라 말기의 저널리스트 량치차오의 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도(志末酬)'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습니다.



비록 이룬 것 적더라도

감히 스스로 비하하지 말지니,
적은 것이 없다면
많은 것이 어디서 나오리!
雖成少許, 不敢自輕, 不有少許兮, 多許奚自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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