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르틴 루터 - 성서에 생애를 바친 개혁자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0
도쿠젠 요시카즈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8월
평점 :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마르틴 루터가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며 95개조 반박문을 내놓았다는 것을 종이에 적어가며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 인해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라는 것이 생겨났고 내가 다니던 교회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르틴 루터라는 이름은 칼뱅과 더불어 종교 개혁 이야기를 다룰 때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이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의 '이와나미 신서' 중 <마르틴 루터>를 읽게 되었을 때 살짝 망설였습니다. 종교색이 진하면 어쩌나 하고요. 예전에 스님이 내신 책을 읽을 때도 망설임은 있었는데, 읽고 나니 참 좋은 책이었다고 느꼈었기에 이 책도 종교적 문제가 아닌, 역사적 인물로 접근하여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다행히 제 의지와 같은 - 인물과 그의 업적에 충실한 책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500년대의 로마 교황청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곳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선을 쌓았던 교인들이 천국으로 가면서 남기고 간 선은 교회에 속하며 그것은 교회의 보물이다... 따라서 이 보물로 죄를 면할 수 있는데 이걸 면죄부라고 한다.... 살 사람? 하며 면죄부를 팔아오던 말도 안 되는 짓에 반발을 한 수도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마르틴 루터입니다. 그는 원래 좀 있는 집 자제로 아버지의 교육열에 힘입어 대학에 진학했으나 어느 날 귀가 중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지는 바람에 죽을 뻔한 순간, 광부들의 수호성인인 성 안나에게 구원을 요청하며 수도사가 되기로 하였고, 그 약속을 지켜 정말 수도원에 들어가 버립니다. 아버지의 실망과 배신감은 말로 다 못했을 겁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함부로 '너'라고 부르지도 않고 좋은 색시를 얻어줄 생각에 매일매일 들떠있었을 아버지는 혹시 루터의 결심이 악마의 속삭임에 의한 게 아닌가 염려했습니다.
무척 엄격한 수도사 생활을 하고 있다가 사제가 되어 대학에서 성서 강의를 합니다. 당시 성서는 모두 라틴어로 되어 있었고 예배(미사) 역시 라틴어로 진행했기에 민중이 교회에 오기는 오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건 제 의견이지만, 뭐라고 하는지도 못 알아듣고, 뭐라고 쓰여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신앙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결국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속살거리는 자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교리다!!라고 외치면 복종할 수밖에 없는 터였습니다. 루터는 이제까지 라틴어로 되어 있던 성서를 독일어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민중이 성서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무척 중요한 일로, 종교계의 변혁뿐만 아니라 후세에 구텐베르크의 활자 인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그 자신과 주변인들은 앞으로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혀 몰랐을 테지만, 그들이 속해있는 세상 자체에도 보통의 사건은 아니었던 것 만은 분명합니다. 진정한 구원은 교회의 규율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강연하였습니다. 그의 글과 연설에 감명을 받아 따르는 무리가 점점 늘어났고, 수녀원을 이탈한 수녀 중 한 명과 결혼하여 본 교회로부터 더 큰 공격을 받습니다.
이와나미 신서의 <마르틴 루터>는 그의 전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삶뿐만 아니라 이념, 그리고 방향을 알립니다. 기독교에 깊은 관심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라면 이미 마르틴 루터와 그의 성서 번역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저로서는 처음이라 마르틴 루터가 에라스무스와 성서에 관한 격한 논쟁을 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에라스무스 역시 성서를 번역하였지만 루터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에라스무스에 관해 읽게 된다면 그의 성장과정과 이념은 어땠을까를 알게 되겠지만, 제 독서습관으로 미루어보아 근시일에 찾아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르틴 루터>에 관한 책을 누가 일부러 밀어 주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책을 건네주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