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집밥 - 유럽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집밥 레시피 50
베로니크 퀸타르트 지음, 이지원 외 옮김 / 다산라이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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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줄리안을 처음 봤던 건 6시 내 고향 비슷한 어떤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인데 한국말도 잘 하고 유쾌한 모습에다가 잘 생겨서 기억에 남았는데요. '비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만나 반가웠었습니다. 그게 1기 때의 일이니 한참 전이군요. 그 후로도 방송 활동을 계속하다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벨기에의 가족을 소개했어요. 그때 엄마 베로니끄 퀸타르트가 방송에 출연했죠. 그 후 '삼청동 외할머니'에서 한국에 온 베로니끄가 유럽 엄마 집 밥을 소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고 해요. '삼청동 외할머니'가 어떤 방송인 지 몰라서 저는 안 봤었는데요. 이 책 <유럽식 집 밥>을 읽다 보니 관심이 가더군요. 오늘부터 다시 보기 VOD 서비스로 봐야겠어요.

줄리안의 엄마 베로니끄 퀸타르트는 20대 때부터 채식주의자였으며 결혼 후 남편과 유기농 채소 전문점을 운영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싱싱하고 건강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육식주의자인 저로선 좀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저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보였어요. 다행히 온통 채소밭인 건 아니고 가금류, 육류, 어패류와 함께하는 메인 요리들도 많습니다.

책은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디저트로 끝나는 만찬 코스 요리처럼 진행됩니다. 실제로 목차의 각 챕터에서 하나씩 골라서 준비하면 코스요리를 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항상 12첩, 15첩 반상을 차려 먹는 게 아니라 혼밥 할 때도 있고, 간단하게 몇 가지 반찬에 밥을 먹을 때도 있는 것처럼 벨기에의 집에서도 보통은 간단하게 먹는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매번 그렇게 차려 내려면 어휴.

레시피는 놀랄 정도로 간단했어요. 산뜻하고 간단한 메뉴였는데요. 묵직하고 기름지거나 느끼한 음식이 아닌 산뜻하고 상큼한 음식이었는데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미카엘 셰프가 보여줬던 간단하면서 맛지고 멋진 음식이 엄마 손끝에서 이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조리과정도 생각보다 간단하고, 만들어진 음식은 예쁘기까지 했습니다. 매일 이렇게 만들어 먹으면 무척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며칠 하다가 다시 기름진 걸 찾을 것을 알기에 매일은 곤란하고, 하루에 한 끼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라면 따라 해도 좋지 않을까 해요.

<유럽식 집밥>은 요리와 레시피뿐만 아니라 베로니끄의 인생이 담겨있는 에세이가 들어있는데요. 저는 요리가 나오는 에세이를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이 책이 참 좋았습니다. 베로니끄의 인생, 그녀의 자취를 따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에세이엔 아름다움이 가득 스며있었습니다.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 유럽의 아름다움, 그리고 가족 사랑.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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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습관의 차이
김은정 지음 / 이다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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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이란 독일어로 등산 도중에 짙은 안개나 기상 악화로, 자신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걸 말합니다.

고등학생 때였나 대학생 때였나 동생이 그런 말을 했어요. "누나, 지나간 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잖아? 하지만 나는 지나간 날은 분명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해. 약간 다른 형태로 돌아오기도 하고 똑같이 돌아오기도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번에 실패를 했더라도 다음번에 같은 일을 만났을 때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비해두어야 해." 그렇습니다. 지나간 일은 언젠가는 돌아오더라고요.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은 고쳐 두어야 해요. 새로 산 소를 다음번에도 잃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사실 누구나 그런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행착오라는 말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실수나 실패를 후회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인생의 숲길에서 여우에 홀린 듯 링반데룽하는 거죠.

저자 김은정은 현재 휴 파트너즈 대표로 개인 및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 건강과 성장을 돕는 코칭 심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심리 전문가로서 많은 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잘못된 습관을 집었습니다. 잘못된 습관이 마음을 바로 서지 못하게 하고, 마음이 어긋나다 보니 어떤 일도 온전히 이루지 못하게 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습관의 차이는 마음가짐까지 좌우한다고 들어가는 말에서 이릅니다.

저는 왜 제가 상상했던 제가 되어 있지 않은 걸까요? 어린 시절 꿈의 눈높이가 높아서였다면, 어른이 되어 세운 목표에는 근처에도 못 갔던 걸까요? 부지런히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뫼비우스 띠 위에서 걷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잘 안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내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찾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그것들을 반복해 체득한다면 밟아오던 띠를 끊고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그럴 것입니다.

책에서는 제가 어째서 링반데룽을 하는지 짚어줍니다. 골치 아픈 일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꾀병을 부려보고 싶다거나 나도 모르게 시간을 버리고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기도 합니다. 이런 게 옳지 않다는 걸 저도 압니다.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채찍질한다면 지레 포기하거나 좌절할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애가 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부정을 당했었고, 남자친구를 사귈 때마다 자존감을 짓밟힌 저는 애정결핍과 자존감 회복을 위해 지나친 겸손을 단계적으로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적당한 겸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고 저자도 그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습니다.(p.83)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향상하는 게 좋습니다. 긍정적인 믿음을 쌓기 위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나씩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p.112) 자기 자신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입니다.

아픈 기억은 부정적 기운을 줍니다. 그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는 과거에 두고 긍정적인 나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라는 마음을 먹어보려 합니다. '플라세보효과'가 나를 도울 것입니다. 믿음과 신념은 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책은 정말 구구절절이 당연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읽다가 어느 순간 뭐 이런 당연한 글을 읽고 있나 했습니다. 책을 덮었습니다. 뒤표지에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당연하고 사소하다고 간과했던 것

하지만 알고 보면 결정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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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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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왕자와 거지>를, 조금 자라서는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좋아했는데요. 책으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모두 즐겁게 보았습니다. 어려서는 그들의 말썽과 신나는 모험을 재미있어하며 읽었는데, 어른이 되어서 만나니 그들은 마냥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몇 년 전에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를 읽었는데요. 타임 슬립물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진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마크 트웨인이 풍자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위트 속에 콕콕 박혀있는 풍자가 정말 즐거웠어요.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이번의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덕분에 그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져서 리스트업 했어요.

혤리혜성을 타고 태어난 그가 혜성이 다시 돌아오던 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요. 말년의 작품은 풍자를 넘어 우울했습니다. 사랑하던 딸이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또 한 명의 딸이 죽어버렸으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의 작품 <미스터리한 이방인>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요. 이 소설은 결국 완성되지 못한 미완의 작품입니다. 마크 트웨인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 저를 포함해서 - 그 뒷부분을 상상했죠. <미스터리한 이방인>은 네 가지 버전으로 남겨졌는데요. 편집자의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하여 <미스터리한 이방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전 그 소설을 읽으며 편집자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소설을 온전히 그의 작품이라고 보아도 좋은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요.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서운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편집자의 손이 아닌 칼데콧 상 수상자인 필립&에린 스테드 부부에 의해 완성된 작품입니다. 앞서 제가 말했던, 마크 트웨인이 사랑했던 딸들에게 들려주었던 동화들 중 유일하게 기록되었으나 완성되지 못했던 글이었는데요. 이름은 어쩐지 먹음직해 보이지만, 마크 트웨인의 세상이 19세기였던 걸 감안하면 오레오 쿠키도, 마가린도 없었지 않나.... 눈을 꿈뻑거리며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의외로 마가린이 19세기 프랑스에서 개발, 미국에서 1873년에 특허를 얻었다고 하니 어쩌면 이 마가린이 그 마가린인 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이렇게 말했을지도 몰라요. "그 왕국에는 왕자가 있었는데..." "아빠, 왕자 이름이 뭐야?" "음.. 그러니까. 그래. 올레오 마가린이었단다." "꺄르르르르르. 웃겨."

아무튼 마가린에 신경이 무지 쓰이지만 사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올레오 마가린이 아닌 '조니'입니다.

조니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보아도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사랑받으며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걸 좀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해요. 왕의 권위는 하늘 높아서 이런 포고문을 내렸더라구요.

'오늘의 가두행렬은 최근 짐의 왕국을 지독히도 괴롭힌 원수, 다시 말해 극단적으로 키가 큰 놈들과 맞서 싸운 짐의 군사들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짐은 무한한 지혜와 체력을 바탕으로 모든 남녀에게 가장 적합한 키를 증명해 보였다. 오늘 이후로 짐보다 더 키가 큰 자는 짐의 권위를 모독하는 것이며 영원히 이 왕국의 적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포고문 때문에 전쟁에서 돌아오는 군인이나 그들을 환영하며 환호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웅크리고 있지 뭐예요. 왕이 상상이상으로 키가 작았거든요.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조니의 집은 당장 먹을 것도 없어서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친구처럼 지내던 닭 '전염병과 기근'을 팔러 도시로 나갔다가 그런 꼴을 본 거였어요. 닭의 이름은 '전염병과 기근'이지만 두 마리가 아닙니다. 한 마리에요. 인간도 먹을 게 없는 판에 닭이라고 뭐 제대로 먹었겠습니까만 은 이 녀석이 할아버지에 의해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좋은 집에 가는 게 났겠지 싶었어요. 조니는 비쩍 마르고 앞을 보지 못하는 노파를 만났습니다. 구걸하는 노파에게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닭을 친구로 삼아도 좋다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해 준다고 약속한다면 닭을 드리겠노라고 했고, 노파는 닭을 받는 대신 아름답고 작은 씨앗을 한 움큼 건넸습니다. 엄청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이 씨앗을 심고 확신을 가지고 기다리며 잘 돌보면 꽃이 핀대요. 그 꽃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고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소를 팔고 콩을 받아와서 혼이 났던 잭처럼 조니도 할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습니다. 얼마 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조니는 씨앗을 심었어요. 그리고 꽃을 먹었죠. 그러자 동물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조니는 동물들과 친구가 되었어요.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 면 올레오 마가린 왕자는 어떻게 등장하나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이 책은 필립 스테드가 마크 트웨인과 대화를 하다가 이야기를 이어받아 완결 짓는 식으로 진행되어요. 책 속에서 마크 트웨인과 대화를 하죠.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조금은 냉소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는 아이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인 것 같아요. 예전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봤는데요. 동화로 먼저 만났어야 했는데 영화로 먼저 만났지 뭐예요.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신비롭긴 한데.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거지? 동화를 만나고 나서 색이 분명해졌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아름답기만 한 동화도 아니고 사건을 명쾌하고 쾌활하게 해치우는 신나는 모험 동화도 아니거든요.

원작 필립&에린 스테드 글 그림 -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환상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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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긴 싫고
장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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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에 치이는 나날들에서 탈출하여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집에서 딩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렇게 집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동생의 구박과 엄마의 잔소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밖으로 나가면 무언가가 나를 채울 것 같습니다. 그녀는 통장 잔고를 털어 300만 원의 카드값을 갚고, 다시 300만 원의 대출을 내어 캐리어 하나를 끌고 비행기를 탑니다. 그녀의 꿈은 작가이고,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에서 그녀의 글은 꿈을 꿉니다.

여행 중에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행위는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

구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저기 바삐 날아가는 새들의 약속 장소는 어딘지,

지금 내리는 빗줄기가 과연 내 눈에도 고일 수 있는지

그런 얼토당토않는 생각을 해보는 일이다.

-p.183

<집에만 있긴 싫고>를 통해 장혜현 작가를 세 번째로 만났습니다. 이 에세이는 작가의 세 번째 책입니다. <졸린데 자긴 싫고>와 <어른이 되긴 싫고>를 통해 사랑과 여행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과 여행, 감성은 앞서의 책들과 같지만 이번의 책은 사진을 배제하고 글로 꽉 채웠습니다. 에세이를 읽는 듯, 소설을 읽는 듯. 사진과 함께한 에세이보다 더 좋았습니다. 세 번째 만나서 그런 걸까요? 지인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나가서 놀다 올게요!"

라고 말하며 나갔지만, 막상 뭘 하면 좋을지 몰라 놀이터 의자에 앉아 홀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괜스레 바쁘게 지나가는 개미를 붙잡으면서.

-p.216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돌아올 곳 이 있기 때문에 여행이 즐겁고 사랑스러운 게 아닐까요.

신나게 놀겠다고 뛰쳐나갔던 날, 밖에서 오랜만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집으로 돌아와 한 한마디 말은,

"역시 집이 최고야!"

그래도 전 또 나가겠죠.

삶에 의미 없는 건 없다.

내가 살면서 겪은 감정이 이렇게 '문장'이 되었듯 말이다.

-p.221

장혜현의 <집에만 있긴 싫고>를 읽으니 멀리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풍경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캐리어를 끌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습니다.

오늘은 바람 심한 바닷가를 걸어볼까 해요. 저 바다 건너에 있는 어딘가를 꿈꾸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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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태어났으니 산다 - 열심히 살기는 귀찮지만 잘 살고는 싶은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
해다홍 지음 / 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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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표지에 의미심장한 제목의 만화 에세이라 신나서 책을 열었습니다. 하얀 표지 안쪽엔 빨간 표지가 있어요. 이것 봐라. 재미있겠는걸? 어제 심각하게 읽었던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에 대한 대답일지도 모르는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요?

이 책은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독립출판물로서도 인기를 얻었으며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선공개 되었을 때부터 이미 인기가 증명이 된 작품이라고 하길래 무척 재미있겠지? 했는데. 어, 반전. 신나게 읽지 못했습니다. 이 만화는 인생 밀착형 에세이였던 것입니다.

네 컷 만화의 정석이라면 기-승-전-결의 순으로 네 컷이 진행되는 것이 기본인데요. 과거 신문의 고바우 영감(아시려나) 같은 만화가 그 원칙을 딱 떨어지게 지키는 툰이었습니다. 이 책 <일단 태어났으니 산다>도 네 컷 만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다릅니다. 제시 - 진행 1- 진행 2 - 결론 또는 마무리로 진행됩니다.

때로는 완전히 마무리 짓지도 않습니다. 네 컷의 뒷부분은 독자의 몫입니다.

네 컷 만화를 보며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답하기도 합니다.

이 만화 에세이는 마치 그림일기 같은 게, 우울하면서 축 처지는 게 억지로 발랄 하라 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가끔씩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밝아지고 싶을 땐 주인공에게 제가 말을 걸면 됩니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말을 걸며 조언 따위를 하는 거니까 꼰대질이겠죠. 그래도 그 꼰대질 여기서나 혼자서 하지. 누군가에게 질러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종일 네 컷의 투덜거림을 읽으며 때론 내가 되고 때론 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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