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6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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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미'는 신문기자입니다. 제 5 회 일본그림책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파란 하늘 리본>의 수상자인 '요코'와는 절친이지요.

 그 둘은 닮은 듯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미는 싱글이면서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는 신문기자. 요코는 정치가의 아내이지만, 정치라곤 잘 모르는 곱게 자란 주부입니다.

 하지만, 그 들 둘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이지요.

 

경우 (境遇) : 1. 사리나 도리.

                 2.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 

아사히학원이라는 보육시설에서 자란 하루미는 대학에 다니면서도 보육원에 자원봉사를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하늘하늘한 연분홍색 블라우스를 입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며 다정하게 대하는 또 다른 자원 봉사자 요코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대번에 남부럽지 않게 자란 아가씨 같은 모습의 요코를 가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적개심을 보였지만, 사실 알고보니 요코 역시 보육원 출신이었던 것입니다. 태어나서 곧 우애원이라는 보육원에 버려졌고, 일년도 되지 않아 입양되었으나, 여권을 신청하다가 자신이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이런 인연으로 만난 두사람은 친구 이상의 가족같은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절친이죠.

 

 

그 후 10년도 더 지난 어느날, 요코가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TV며, 잡지에 인터뷰등이 실리면서 유명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코의 아들 '유타'가 유괴되고 맙니다. 그리고 팩스로 협박장이 날아옵니다.

 

'아들을 데리고 있다. 아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 세상에 진실을 공표해라. 쓸데 없는 짓은 하지 마라. 시라카와 계곡 사건을 기억하도록.'

 

과연 범인이 공표하길 원하는 진실은  무엇일까요?

요코의 출생의 비밀일까요? 아니면 선거를 앞둔 남편의 ... 그러니까 비리에 연루되어있다는 진실일까요? 인세를 노린 사건일까요? 아니면, 정적의 짓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남편을 사모해 온 비서의 짓일까요?

 

사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어떤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요코와 하루미의 이야기를 따라서 장소를 이동하는, 그러니까 드라마 속에 들어 와 있는 기분이 들지요. 처음에 책을 읽을때는 이거.. 드라마로 만들려고 쓴 글인가.. ? 싶었습니다. 아니면, '고백'처럼 영화화 하려고?

그런데 역시 드라마의 원작이었군요. 처음부터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었습니다.

ABC 아사히 방송 창립 60주년 스폐셜 드라마로 촬영될 이야기였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실망입니다.

'고백'에서의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요?

'고백'에서는 뭔가 한대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스토리가 뻔하게 진행되었다는 느낌.

책을 읽다보니 누가 아들을 유괴했는지, 반전은 무엇일지.. 다 짐작이 가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작가들도 힘들겠습니다... 특히 미스테리 작가들은요.

 

참. 이 책의 가름끈이 어째서 파란색 공단 테이프로 되어있을까요?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됩니다. 이 책에서 떼어 낼 수 없는 - 진짜로 떼어내면 안되긴 하지만 ^^ - 파란 리본이니까요.

 

 파란 리본은 엄마. 

파란 리본은 하늘.

엄마는 언제나 언제나

유를 환하게 내려다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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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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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번뇌 많은 여인이 스승에게 물었다.

 "맞벌이를 10년이나 했는데도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내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동년배들을 보면 자괴감도 들고 시기심도 듭니다."

 스승이 답했다.

 "청빈과 극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압니까? 스스로 그 길을 택해 검소하게 살면 청빈입니다. 극빈은 내 욕망은 그렇지 않은데 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돈에 대한 조급함에 사로잡히면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됩니다.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하거나 큰 병에 걸렸거나 문맹이 아니라면, 그 이상은 더 잘먹고, 더 건강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남과 비교해 얻는 고통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약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악한 생각입니다."

p.111

 

<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라는 책은 시골에서의 삶을 살다 도시에서 살아가다 세계 각국의 도시를 횡단하며 여러가지를 느끼고 사색하는 정희재 작가의 책입니다.

도시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 분명한데...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 느껴지는 목가적인 분위기.

"도시에서 사는 너 힘들지? 그렇지만 힘을 내. 언젠간 좋은 일이 생길거야. 암.. 노력하는 대로 얻어지는 거잖아." 라고 말하는 그런 힐링? 그런 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에 들어오면서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촉촉하게.. 그렇게 마음을 적셔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도 도시에 살 때는 저랬었어..

그렇지만, 그게 싫었던 것은 아니야..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이니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잔잔한데, 억지스럽지 않고, 촉촉하지만 슬프지 않고, 외롭지만 붙잡아주는 이들이 있는 그런.

그런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추운 날씨에 서울에 온 그들이 안쓰러웠지만,

위층에서 난방을 한 덕분에 그 온기가 내 천장을 덥힌 거였다.

그동안 그토록 추웠던건 그들의 부재도 한 몫했음을 그제야 알았다.

원래 추운 집이 아니라 그들이 없었기에 더 추웠던 거였다.

눈물겨웠다.

인간은 함께 어울려 체온을 나누며 사랑야 한다고,

도시가스가, 난방이 알려주다니.

그리고 미안해졌다.

내가 집을 비운 겨울에 아래층 사람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우리는 얼굴도 모르면서 벽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공급해 주는 화력으로 서로를 덥혀 그 겨울의 한기를 견뎠다.

p.181

사랑도 이와 같다. 애당초 손바닥은 깨물기 좋게 생기지 않았다. 내 손바닥도 깨물지 못하거늘 상대의 손바닥이야 말해 뭣하랴. 전쟁같은 사랑이 지난 뒤에야 손바닥과 손바닥은 서로 마주 잡기 좋게 생겼다는 걸 깨닫는다.

p.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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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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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대 우크라이나 대 기근( 기근이라고 쓰고 대 학살이라고 읽으면 맞습니다)을 배경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먼저 이 책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대충이라도 알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1930년 대.. 당시 히틀러는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곡창지대에 사는 농부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외국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고, 자영농의 전통이 강한 이곳을 집단농장으로 만드는 계획을 강행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예상밖으로 농민들은 강하게 저항합니다.  그러자, 스탈린은 군인들을 동원해서 농민들의 종자 씨앗까지 몰수하고, 우크라이나를 외부와 격리시켜 주민들을 아사시킨다는 끔찍한 정책을 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으로 인한 기근의 지옥에 빠지게 되지요. 흙도 씹고, 나무껍질도 씹고... 먹을수 있는 것, 먹을 수 없는 것까지.. 그러니까 신발까지 먹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렇다면 인육은 먹지 않았겠습니까...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쳤으니까요.

 

이 우크라이나 대 기근 때 주인잃은 비루먹은 고양이 한마리를 잡겠다고 덫을 놓는 형과 동생. 둘은 고양이를 포획하는데 성공하지만, 땔깜을 주워온 동생이 형에게 달려왔을때 발견한 것은 하얀 눈 위에 떨어진 붉은 핏자국 뿐이었습니다. 형제의 엄마는 형이 죽었다며 오열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아들을 먹으려고 잡아갔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고양이를 사냥하러 나섰던 어린 형 - 열살남짓한 - 은 도리어 사냥되어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20년 후. 모스크바에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소련의 국가 안보부 MGB (KGB의 전신)요원 레오 스테파노비치 데미도프의 부하 표도르 안드레예프의 어린 아들인 채 다섯살도 되지 않은 아카디가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합니다.

입안에는 흙이 가득 차 있었고, 발목에는 끈이 묶여있었고, 옷은 하나도 걸치지 않았으며 복부는 난자당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사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 는 사회였으니까요.

 

아카디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끔찍한 열차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범죄가 있을 수 없는 소련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살해가 아니라 사고로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사건은 종결되었고, 아버지인 표도르 역시 억지로 그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고, 레오 역시 보고서를 읽고 일반적인 - 조작된 보고서였지만 - 사고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처리합니다.

 

아주 평화롭고 살기좋고 서로가 공동체 생활을 하며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인 소련에서 범죄따위가 일어날 리 없지요. 그런것은 서방세계에서 보낸 스파이가 보낸 짓이거나, 범죄자가 있다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반사회분자의 짓이거나... 그러니, 반사회분자나, 스파이를 잡아내서 죽이면 될 일입니다.

 

평범한 수의사가 반사회분자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며 자신도 모르게 술술 불게되는 동물병원 고객 명단이 반사회분자, 스파이 명단으로 둔갑하여 연쇄적으로 숙청을 당하게 되고 마는 그런 사회였습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언젠간 자기를 죽이고 말 족쇄처럼 여겨지고, 제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사회 말이죠.

 

레오는 MGB 요원으로서 잘 나가고 있었지만, MGB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거나, 행동을 조금만 의심스럽게 보이거나한다면 언제고 트집잡혀 숙청당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결국 그런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레오의 아내 라이사가 스파이 혐의로 몰리게 되고 만 것이죠.

레오는 아내를 감싸게 되고 둘은 지방으로 좌천되고 맙니다. 사실 사형감이지만, 레오의 상관이 자신의 체면도 생각하여 지방으로 보내게 된 것인데요.

 

여기서 레오는 다시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금발 여자아이의 살해사건.

그 여자아이는 나체였으며, 입안에는 흙이, 발목에는 끈이, 복부는 난자당해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위장이 없다는것. 범인이 위장을 잘라갔습니다.

 

레오는 아주 먼 거리에서 발생한.. 그러니까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이 사건이 동일한 범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뿐.

소련 전역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시신은 모두 44구였던 것입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말에서 1990년대까지 대략 10년 동안 소련에서 무려 52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한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그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사건을 1950년으로 이동시켜서 스탈린 치하의 경찰국가가 자아내는 공포로 서로가 감시하며 두려워 하던 그 시기를 소설의 배경으로 택했지요. 물론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범행동기와 이 소설의 범인의 범행동기는 다릅니다.

작가는 스탈린의 공포 정치와 대기근이 빚어낸 참극 속에서 벌어지는 추악하고 끔찍한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직전인 1980년대의 상대적으로 느슨한 사회 분위기 보다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공포가 극대화 된 1950년대의 소련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죠.

 

책을 읽다보면, 스릴러 이상의 무언가를 느낄수 있게 됩니다.

그 무언가.. 라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책을 덮고나면 더욱 진하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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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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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청주 출생.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기를 보냄. 만화책과 비디오를 좋아했으나 딱히 만화가나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음. 피디는 더더욱. 그런 직업이 있는지 조차 몰랐음. 게다가 고교시절 직업 적성 검사결과는 늘 '농업'으로 나옴. 공무원이 장땡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빋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입학.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간 연극반에서 연극에 미쳐 삶. 엑스트라, 조연, 주연, 극작, 연출 등을 두루 경험. 스무살이 넘어서야 태어나 처음으로 '뭔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함. 재미있는 코미디 대본을 쓰는 작가가 너무도 되고 싶었음. 그러나 대본 공모 낙방. 뒤이어 들어간 영화사 망함. 시험에 합격해서 2011년 KBS 입사.

 

<출발 드림팀><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등에서 조연출.

<여걸 파이브><여걸 식스><1박2일 연출.

마흔이 되면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게다는 꿈을 가지고 있음.

낼 모레면 마흔.

 

큰일났음.

 

- 책표지에

과연 이런 프로필로 소개되는 그는 누구일까요?

짐작 하셨나요? 1박 2일을 즐겨 보던 분들이라면 아실듯.

네. 나영석 피디의 프로필입니다.

 

이 책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나영석 피디가 쓴 책입니다.

1박 2일에서 때로는 얄미운 제작진의 대표 . 피디로, 때로는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호동이형과 실갱이 할때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어쩔줄 몰라하던 그 나영석 피디가 맞습니다.

 

그 사람이 책을 냈다니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한 때 대본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편집의 달인 피디여서 그런지,

이 책은 편집이 참 잘되어있습니다.

 

 

5년간의 1박 2일 프로그램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이제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법도 한데,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어느정도였는지..

그를 편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들.

유명해진 것도 좋았겠지만 - 종편 채널이 탄생하면서 스카웃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다고 하네요. - 본인은 정작 힘들었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 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어떻게 보면 촬영하고, 편집하고.. 1박 2일의 피디로 지낼 때 보다 더 바빴다고요..

 

그러던 어느날, 그는 책상 모서리에 삐죽 나와있는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작년판 표지를 보게 됩니다. 그 표지에는 녹색의 오로라가 검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한겨울의 북유럽 여행을 하라고 꼬드기는 그런 사진과 내용이 실려있던 잡지였던 것이죠.

 

그리하여, 어느날 북소리를 듣고 집을 싸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갑자기 날아가버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떠날 수는 없더라도. 무언가를 느끼고 싶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었던 그는 아이슬란드로 떠납니다.

 

 

오로라를 보고 싶었던 사나이 나영석.

<어짜피 레이스는 길다>라는 이 책에서 그는 세가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자신의 과거, 1박2일을 촬영할 때의 이야기, 그리고 아이슬란드 여행이야기.

그 세가지 이야기가 적절히 잘 버무려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역시 편집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 것 같지만.

 

 

결국 그는 오로라를 보는 데 성공합니다.

그 오로라를 볼 때까지 무척 많은 삽질을 했지만 말입니다.

심지어. 사진도 제대로 한 컷 못찍었답니다. 남극 갈꺼라고 기대에 부풀어 고급 DSRL을 구입했던 이승기가 함께 있었다면 혹시 모르죠. 찍었을지도.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은 있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길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뭐 이 책 한 권쯤 읽어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대체 그런 독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들어가는 글에서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인생이라는 건. 혹시 신이나 누군가 초월적인 존재가 미리 구성해놓은 패키지 투어 같은 건 아닐까 하고. 우리는 묵묵히 깃발을 따라 여기에서 저기로,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 30분간 오로라를 보고 났더니 가이드가 옆구리를 툭툭 치며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5년간의 <1박 2일>을 끝낸 나에게도 누군가 다가와 자, 다음은 여기야 하고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행선지는 결국, 내가 정해야 하는 것이다.

 

- 나가는 글에서

 

정말. 이 책은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편안한 기분. 나영석이라는 사람과 함께 아이슬란드여행을 하면서 그땐 그랬었지..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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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나 좀 구해줘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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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원하는 것이 하나 둘 생기게 마련이지요.

아무리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욕심이 아닌, 자기가 원하는 어떠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늘 얻을 수는 없는 법인데요.

그냥 단순한 노력만으로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 그렇다고 좌절해서는 안되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이 책  < 심리학 나 좀 구해줘 > 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답니다.

 

처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와서 였는데요. 읽다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러 저러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어 봤었는데, 이 책은 정말 쉽네요. 어렵지도 않구요.

물론 심리학 용어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몰라도 내용을 아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이 책의 저자인 포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는 독일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학자이자 늘 함께 활동하는 세계 최초의 심리학 듀오라고 하는데요. 전통 심리학에서 재미와 실용성을 강조한 '사이코테인먼트'를 개발해서 이름을 알였어요.

 

그들은 이 책 <심리학 나 좀 구해줘>를 쓰기 위해 4년 동안 수만 건의 상담 사례를 수집하고 무수히 많은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삶의 문제 51가지를 추려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어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었겠지요? 51가지니까요. BR보다 20가지가 더 많네요. ㅎㅎ;

 

< 심리학 나 좀 도와줘 >는 정말 실생활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도록 예문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아.. 그래 그래.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해요.

심리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도 이 책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다고 내용이 경박하거나, 지나치게 가볍거나 하지 않아요.

사실 이 책 전에 유명한 우리나라의 모 의사 선생님의 심리학 서적을 읽었는데요. 전혀 공감도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독자층으로 누굴 고려한 것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 이 분은 말씀은 잘하고.. 인상도 좋고.. 그렇지만, 글쓰는 재주는 없구나... 하는 생각에 책 리뷰를 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러나, 이 책은 적극 추천하고 싶어지네요.

독서력이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앗? 성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어른들까지 재미 있고 쉽게 읽고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심리학 책이에요.^^

 

만약 아직 솔로라서 짝을 찾고 있다면 “짝을 찾습니다”라고 동네방네 떠벌리지 마라. 대신 내가 아주 드문 존재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다녀라.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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