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76년 청주 출생.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기를 보냄. 만화책과 비디오를 좋아했으나 딱히 만화가나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음. 피디는 더더욱. 그런 직업이 있는지 조차 몰랐음. 게다가 고교시절 직업 적성 검사결과는 늘 '농업'으로 나옴. 공무원이 장땡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빋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입학.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간 연극반에서 연극에 미쳐 삶. 엑스트라, 조연, 주연, 극작, 연출 등을 두루 경험. 스무살이 넘어서야 태어나 처음으로 '뭔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함. 재미있는 코미디 대본을 쓰는 작가가 너무도 되고 싶었음. 그러나 대본 공모 낙방. 뒤이어 들어간 영화사 망함. 시험에 합격해서 2011년 KBS 입사.

 

<출발 드림팀><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등에서 조연출.

<여걸 파이브><여걸 식스><1박2일 연출.

마흔이 되면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게다는 꿈을 가지고 있음.

낼 모레면 마흔.

 

큰일났음.

 

- 책표지에

과연 이런 프로필로 소개되는 그는 누구일까요?

짐작 하셨나요? 1박 2일을 즐겨 보던 분들이라면 아실듯.

네. 나영석 피디의 프로필입니다.

 

이 책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나영석 피디가 쓴 책입니다.

1박 2일에서 때로는 얄미운 제작진의 대표 . 피디로, 때로는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호동이형과 실갱이 할때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어쩔줄 몰라하던 그 나영석 피디가 맞습니다.

 

그 사람이 책을 냈다니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한 때 대본을 쓰고 싶어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편집의 달인 피디여서 그런지,

이 책은 편집이 참 잘되어있습니다.

 

 

5년간의 1박 2일 프로그램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이제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법도 한데,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어느정도였는지..

그를 편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들.

유명해진 것도 좋았겠지만 - 종편 채널이 탄생하면서 스카웃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다고 하네요. - 본인은 정작 힘들었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 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어떻게 보면 촬영하고, 편집하고.. 1박 2일의 피디로 지낼 때 보다 더 바빴다고요..

 

그러던 어느날, 그는 책상 모서리에 삐죽 나와있는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작년판 표지를 보게 됩니다. 그 표지에는 녹색의 오로라가 검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한겨울의 북유럽 여행을 하라고 꼬드기는 그런 사진과 내용이 실려있던 잡지였던 것이죠.

 

그리하여, 어느날 북소리를 듣고 집을 싸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갑자기 날아가버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떠날 수는 없더라도. 무언가를 느끼고 싶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었던 그는 아이슬란드로 떠납니다.

 

 

오로라를 보고 싶었던 사나이 나영석.

<어짜피 레이스는 길다>라는 이 책에서 그는 세가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자신의 과거, 1박2일을 촬영할 때의 이야기, 그리고 아이슬란드 여행이야기.

그 세가지 이야기가 적절히 잘 버무려저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역시 편집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 것 같지만.

 

 

결국 그는 오로라를 보는 데 성공합니다.

그 오로라를 볼 때까지 무척 많은 삽질을 했지만 말입니다.

심지어. 사진도 제대로 한 컷 못찍었답니다. 남극 갈꺼라고 기대에 부풀어 고급 DSRL을 구입했던 이승기가 함께 있었다면 혹시 모르죠. 찍었을지도.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은 있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길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뭐 이 책 한 권쯤 읽어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대체 그런 독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들어가는 글에서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인생이라는 건. 혹시 신이나 누군가 초월적인 존재가 미리 구성해놓은 패키지 투어 같은 건 아닐까 하고. 우리는 묵묵히 깃발을 따라 여기에서 저기로,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 30분간 오로라를 보고 났더니 가이드가 옆구리를 툭툭 치며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5년간의 <1박 2일>을 끝낸 나에게도 누군가 다가와 자, 다음은 여기야 하고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행선지는 결국, 내가 정해야 하는 것이다.

 

- 나가는 글에서

 

정말. 이 책은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편안한 기분. 나영석이라는 사람과 함께 아이슬란드여행을 하면서 그땐 그랬었지..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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