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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마녀사냥은 15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기독교 중심의 광신적이며 공공에 노출된 살해 행위였습니다. 이교도를 박해하기 위해 시작된 이 마녀사냥, 마녀재판은 기독교의 기득권을 굳건히 하기 위해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자를 악마와 거래한 사람으로 규정, 잔인한 고문과 처벌을 가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정점을 찍은 이 행위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가 마녀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처단할 정당한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니까요. 마녀는 남들이 모르는, 몰라도 되는 걸 아는 여자였을지도 모르고,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고,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여자였을지도 모릅니다. 기타 여러 가지, 그러니까 갖다 붙이면 붙는 대로 그녀들은 마녀가 되었습니다. witch 가 여자에 국한된 단어가 아니므로 남자 역시 그 화를 피할 수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witch는 마'녀'요, 그녀라고 표현하는 건 피해자의 상당수가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드라우닝 풀에서 여자들은 희생되었습니다.
<인투 더 워터>의 여자들도 그랬습니다. 드라우닝 풀에서 죽은 여자들의 사연을 조사하고 글로 쓰던 미모의 작가 넬이 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그날, 사람들이 각자 숨겨놓았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 형체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십 대 시절 외모가 남달리 빼어난 언니를 둔 탓에 비교당하며 놀림당하던 줄리아(줄스)는 언니의 남자친구에게 받은 큰 상처 때문에 물 공포증이 생겼습니다. 물에 빠질 뻔한 날, 언니는 자신을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던 건지 고문을 하기 위해 따라 들어왔던 건지 그마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쩍 벌어진 마음의 틈으로 계속 스며드는 물로 인해 어른이 된 지금은 언니의 연락마저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죽다니. 그것도 좋아하던 그 백퍼드의 강에서. 믿을 수 없었고, 물을 수도 없습니다.
넬의 딸 리아는 후회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비난 때문에 자살했다고 여깁니다. 사람들에게 그 사연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간 자신이 사랑한 친구, 지금은 세상에 없는 케이티의 비밀이 사람들 눈앞에 놓이게 되니까요. 죽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케이티의 비밀은 자신이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루이즈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케이티의 자살로 고통받는 자신의 영혼은 영원히 치유받을 수 없는 걸 알지만, 백퍼드 강에서 죽었다는 이유로 넬의 원고에 등장하는 건 원치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딸의 어느 것도 타인의 손을 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넬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션은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며 사건을 추적합니다. 마을의 형사이기도 하고, 넬과 리아의 친한 지인이었던 그는 혼자 남은 리아가 안쓰럽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역시 백퍼드 강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어서 범인을 잡아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케이티와 리아의 교장 선생이자 션의 아내인 헬렌, 션의 아버지 패트릭,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 니키, 케이티의 남동생 조시까지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신참 형사 에린마저도요. 수많은 비밀이 얽힌 가운데 백퍼드의 강은 끝없이 흘러갑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면모를 고루 갖춘 <인투 더 워터>는 <걸 온 더 트레인>의 작가 폴라 호킨스의 신작입니다. 전작에서는 등장인물이 적어 아쉽다 했더니, 이번에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한층 더 촘촘해진 그물망 같은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는데요. 날짜와 시점의 변화가 잦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며 다시 앞쪽을 뒤적이게 됩니다. 한 번에 쭉 읽으면 괜찮은데 나누어 읽는 사람이라면 펜과 메모지를 지참에 간단하게 기록해둘 것을 권합니다. 시점의 변화가 다양한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캐릭터에 빙의를 했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개성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니 글을 쓰는 동안엔 다중인격이 되어야 했을 겁니다. 이 캐릭터가 되어 변명하고, 또 다른 캐릭터가 되어 분노했습니다. 자신만만한 넬이었기도 했고, 움츠러든 줄스이기도 했습니다. 굉장한 체력전이었을 것 같아요. 다만, 그렇기에 독자 역시 체력을 소모해야 합니다. 다채로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도대체 왜, 누가 어떻게 넬을 살해했을까. 자살이라면 그녀가 늘 하고 다니던 엄마의 유품 팔찌는 어디로 갔을까. 케이티는 왜 죽은 걸까. 그리고 과거의 망령들은 그녀의 죽음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혹시 편히 잠들고 싶었던 자신의 영혼을 뒤흔든 넬이 미웠던 걸까. 모든 것이 궁금해 빠르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소설 <인투 더 워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