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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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꼭 제 아이의 나이였을 때, 학생에게는 흔하지 않은 아이템인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좋아하는 음악 카세트테이프를 가지고 다니며 들었어요. 이어폰 줄을 교복 상의 왼쪽 팔 부분으로 빼내어 손목을 거쳐 손바닥에 팜 하여 머리를 받치고 공부하는 척 듣기도 했고요, 머리가 길었을 때는 목뒤로 줄을 빼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머리카락을 숨기기도 했죠. 강제로 하는 자율(?) 학습 시간에 조용한 교실에 테이프 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옆 친구의 귀띔에 라디오를 듣기로 했어요. 가끔 선생님의 감시가 소홀할 때면 친구랑 같이 듣기도 했는데요. 사연은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웃기는 사연에 빵 터지는 바람에 푸확하고 웃었지 뭐예요. 마침 복도를 지나시던 선생님께 딱 걸려서 그 귀한 플레이어를 압수당했고, 선생님께서는 학년 끝날 때 돌려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날 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도 못 했던 거 있죠? 제가 잘못한 거니 사정해서 돌려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사죄는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엄연한 규칙 위반이었으니까요. 교무실로 찾아갔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부터는 자율학습 시간에 듣지 말라며 플레이어를 돌려주셨습니다. 이럴 수가. 기대도 안 했는데. 고맙습니다. 그 뒤로는 라디오를 안 들었냐고요? 그럴 리가요. 혼자서 조용히, 웃을 일이 없는 잔잔한 방송만 들었죠. 아주 조용히 말이에요. 학생 때 보통 그렇잖아요? 안 걸리면 되는 거지 뭐.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음악을 들으며 공부했어요. 집에서는 좀 큰 투 데크라고 하나요? 그런 플레이어로요. 집에서 음악을 줄기차게 듣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으니까 독차지해도 상관없었어요. 나중에 알았죠. 남동생도 음악을 좋아한다는걸요. 라디오라고 하면 청취자로서의 그런 사연도 있지만, 저... 제주 지역 별이 빛나는 밤에 출연한 적도 있어요. 중학생 때였는데요.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피아노를 치고 친구와 함께 노래하고, 디제이와 이야기도 나누고요. 아버지 친구분이 라디오 들었다며 큰소리로 칭찬하고 소문내는 바람에 아버지에게 들켜서 호되게 혼이 나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라디오 때문에 혼난 게 한두 번이 아니로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라디오를 참 좋아했어요. 음악도 좋고 사연도 좋고요.




지금에야 SNS나 유튜브 같은 방송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내가 모르는 세상과 내가 아는 세상의 경계가 희미하지만, 잡지 뒤에 해외 펜팔 주소가 존재하던 그 시절엔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책과 만화책으로 가득 차, 책상 하나와 내 몸 뉠 공간밖에 없던 내 방안이 음악과 디제이의 목소리로 가득 차는 그 기분, 창문을 열면 저 멀리 수평선이 밤 어선들로 반짝이고 조용한 바람이 소나무를 지나 내게 도착할 때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라디오는 저에게 그런 마법을 선물해줬어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어요.




세월이 흘러 지금은 두시 탈출 컬투쇼 같은 웃기고 신나는 방송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어요. 잔잔한 밤의 방송은 저를 더 가라앉히더라고요. 때로는 힐링, 때로는 킬링. 그걸 견디기엔 너무 얇은 유리 심장이 되어버렸지 뭐예요. 음악과 사연이 함께하는 라디오 방송은 시간과 시대,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나 봐요.

그런데도 꾸준히 사랑받은 코너가 있대요. CBS 방송의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코너인데요. 그 방송을 통해 12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진행자 허윤희의 에세이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을 읽었어요. 매일 밤 10시. 청취자의 사연과 함께하는 음악 방송인데요. 북트레일러를 통해 허윤희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적절한 호흡과 매끄러움을 느끼고 나니 어째서 그 긴 시간 동안 청취자가 밤마다 그녀와 함께 하길 원했는지 알겠더군요. 참 좋았어요.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을 합니다. 청취자의 사연을 12년간 잘 들어 주던 그녀가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어요.

처음엔 청취자 사연을 갈무리한 책일 거라 생각했었는데요, 청취자와 함께 커가는, 함께 듣는 자신의 성장과 일상, 그리고 명상이더군요. 붕 뜬 기분으로는 읽을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으려고 했더니만, 어느새 넋 놓고 방송만 듣고 있는 거 있죠? 하는 수없이 집에 있는 mp3 파일을 끌어모아 곰 오디오에 걸어놓고 책을 읽었어요. 청취자의 사연을 읽을 때면 소리 내어 조용히 읽어보기도 했고요. 잠깐 눈을 감고 허윤희가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여보기도 했습니다.

순간 팍 닿아서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있더라고요.



조용한 밤에, 음악을 걸어놓고 읽어보세요. 분명 마음을 두들기는 이야기를 만나실 거예요.

서로 다른 부분일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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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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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 텔러헨의 <잘 다녀와>에서의 동물은 여행 중입니다. 
목적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말이에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여행 중인 게 아닐까요. 다다르는 곳이 어딜지는 몰라도요.

<잘 다녀와>는 의외로 철학적입니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해요.
제가 쉽고 읽고 흘리기엔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했습니다. 

그대는 어떨까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여행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을 꿈꾸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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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범죄자 세트 - 전2권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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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것 같은 아렌에게서 메일을 받은 슈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던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역 앞 광장에서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장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약속한 두시가 조금 넘었을 때 그를 향해 달려온 건 기다리던 아렌이 아니라 마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키는 검은 복장을 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광장의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대더니 슈지에게 달려와 그를 찔렀습니다. 저항을 하려다 실패한 슈지는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지만 때마침 달려온 경찰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범인은 두 가지 마약을 동시에 사용한 탓에 인근 화장실에서 사망했고, 경찰은 마약 과용으로 착란상태에서 벌인 무차별 살인으로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운 좋게 살아난 슈지는 범인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병원으로 찾아온 형사 소마에게 진술을 했으나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경찰을 신용하지 않는 슈지는 딱 거기까지로 사건에 관여치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한 남자가 병원으로 그를 찾아와 달아나라고 합니다. 마지막 한 명이라며 살아남으라고 합니다. 딱 열흘만, 열흘만 버티라고 합니다. 슈지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 남자는 네 명의 피해자도, 슈지도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차별 살인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한편,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소마는 슈지를 구하고 친구인 프리랜서 기고가 야리미즈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합니다. 슈지의 신변이 악에게 노출되었기에 거처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미 살해당한 네 명과 슈지와의 공통점을 찾아야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을 텐데, 추적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결국 사건의 배후를 알아내는데요. 과연 그들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일지.

슈지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는 멜트 페이스 증후군이라고, 얼굴의 반이 녹아버리는 병에 걸린 아들 쓰바사를 데리고 온 사키코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를 기점으로 갑자기 발생한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가 전국에 백 명도 넘습니다. 사키코는 아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일로 도리어 아이를 가지고 장사하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사사키 구니오라는 사람에게 희망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병원으로 슈지를 찾아왔던 남자 나카사코는 타이투스푸드의 직원입니다. 그는 회사에서 추진하던 유아식 - 마미 팔레트 프로젝트의 샘플 중 일부가 오염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하여 잔여 샘플 검수 의뢰를 한 결과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전국적인 멜트 페이스 증후군 환자 발생의 원인은 자신이 어린이집에 보냈던 유아식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회사에 위의 사실을 알게 됐지만 폐기하고 함구하라는 명령뿐, 면식이 있던 폐기물처리업자 마자키가 샘플을 처리하기로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명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터트리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타이투스푸드의 회장이 쓰러진 날 마자키로부터 협박장이 날아옵니다. 물론 가명으로요. 거액을 요구하는 마자키. 뒤통수를 맞은 나카사코는 어찌할 바 모른 채 회사의 상황에 끌려가는데요....

타이투스푸드의 일과 슈지와는 무슨 관계가 있길래 자꾸만 끈질기게 그의 목숨을 노리는 걸까요. 슈지는 폭력 전과가 있지만 성실하고 착한 청년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할 뿐인데요.

<범죄자>는 사회파 소설로 무차별 살인을 통해 묻지 마 범죄를 수사하는 방법이나 방향에 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오염된 재료로 인한 문제가 생기자 난폭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식품회사, 산업 폐기물의 무단 투기뿐만 아니라 정경 유착 문제까지 사회문제의 상당 부분을 지적합니다. 요사이 제주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 폭행 및 살인 사건 등을 생각하면 전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은 상하권으로 나뉜 상당한 분량의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소설의 진행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진행되는데, 북유럽 소설이 그러하듯이 현재, 과거라고 표기해주거나 날짜를 소제목으로 달아서 확실히 알게 해주지 않습니다. 며칠 전이라거나 일 년 전이라거나 그런 말도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TV 드라마 각본을 쓰던 작가라 그런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따라가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혀 헷갈리지도 않았어요. 긴장감이 대단해서 심장이 벌렁벌렁했는데요. 제발 슈지야 죽지 마. 하며 응원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은 소설이었지만 그 끝은 아아... 잘 된 걸까요.
참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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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두뇌 - 마흔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두뇌 습관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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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이 먹어가는 제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치매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키웠던 것처럼 아이가 저를 딸로 여기며 키워주겠다는 기특한 소리를 했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고, 나를 미워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양가 모두 치매도 없고 장수하는 집안이라 치매 이야기는 반 정도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가족력에 없는 고혈압과 당뇨를 만나고 나니 어쩌면 치매의 위험도 있는 게 아닌가 염려됩니다. 고혈압과 당뇨는 치매 발병 요인이니까요. 나이로 보나 건강 상태로 보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저.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요?

하세가와 요시야의 <백 년 두뇌>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플래그를 많이 붙일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건강 서적들이 그렇듯이 어렵고 엉뚱한 소리로 현혹하고 불안감을 자극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습니다. 논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근거로 우리 뇌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을 말하고 뇌를 지킬 수 있는, 실천 가능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걸 먹으라거나 비싼 특정 영양제를 먹으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뭔가를 진하게 주장하는 책을 읽으면 이게 정말 좋아서 신념을 갖고 주장하는 것인지, 기업이나 정부의 요구나 대가를 받고 주장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책이 참 좋습니다. 골치 아프게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말 우리를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하고 싶어 하는 의사의 마음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저자의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본문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맺음말에서 할아버지께 띄운 편지를 읽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서 겪었던 일들 때문에 환자와 가족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가 된 게 아닐까 합니다.

2107년이면 주요 선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백 살까지 산다고(p.10) 합니다.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건 아니지만, 골골거리고 미움받으면서 오래 사는 거 말고, 되도록 덜 아프고 총명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일단 이 책의 주제에 맞게 뇌를 지키는 법을 익혀볼게요.

<백 년 두뇌>에서 평생 쓸 수 있는 뇌로 단련하는 법칙은 단 세 가지. 
두뇌 정돈법을 알고, 건강의 비결을 알고, 주위에 기댈 수 있는 외부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합니다.(p.24)말하자면 뇌와 신체를 단련하고 자신이 달라졌을 때 직언하여 빨리 대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뇌의 기능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여섯 개의 작업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작업 기억이나 단순한 정보, 혹은 경험으로 얻어지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옮겨 기억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40대 이전의 젊은 사람이나 평소 뇌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훈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40대부터는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뇌에 좋습니다. 감정을 소리 내어 말한다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그 경험을 메모해두고 글로 쓴다면 더욱 좋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실 줄 압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시다면 지금부터 그렇게 해보셔요. 책을 읽거나 하면서 메모를 하는 거예요. 저의 경우엔 메모도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요렇게 말해야겠다는 게 떠오르면 함께 메모하기도 하고 의문이 떠오르면 또 메모하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정보를 인풋 할 때 아웃풋을 고려하는 습관은 뇌 건강에 좋다는(p.54~56) 부분을 발견하고 괜히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선 다시 우울해졌는데요. 아시다시피 혈관에 나쁜 건 뇌혈관에도 나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늘리고 매일 꾸준히 걷고 있으니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꾸준히 하면 좋다고 했거든요. 물론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랬고요. 쉽게 생각하면 몸에 나쁘다고 하는 건 뇌에도 나쁩니다.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는다거나 지나친 탄수화물, 특히 단당류 식품 섭취, 음주, 흡연 같은 것 말이죠. 그런 걸 주의하면서 달걀을 꾸준히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단백가가 높고 영양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산 도코사헥사엔산과 알파 리놀렌산이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삶아도 영양이 파괴되지 않습니다.(p.155) 달걀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염려하신다면 그 누명은 이미 벗겨졌으니 매일 한 두 개씩 드셔도 좋습니다. 

<백 년 두뇌>의 뒤표지 날개에 치매 없는 건강한 뇌의 비결 7가지가 적혀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콕 인쇄해 둔 건데요. 그중에서도 세 가지는 당장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기억의 갈고리를 만드는 A4 독서법입니다. 책을 읽은 날짜 장소 날씨, 정보, 인상적인 문구, 신선한 표현, 읽으면서 든 의문 등을 A4 한 장에 정리해서(p.120) 책에서는 키워드를 달라고 했지만 해시태그를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블로그 카테고리 하나를 할애해서 태그 관리를 하거나 독서 앱을 이용해도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깜빡 노트를 만드는 건데요.(p.122, p.217~218) 그런 거 있잖아요. 아 왜 그거요.... 그... 노래 잘하는데, 발라드 부르는데, 남잔데... 아 누구지... 제가 아까 그 사람 되게 닮은 사람 봤거든요... 그, 그... 비정상회담에도 나오는데.. 아 맞아요. 성시경!!!! . 이런 경우 있잖아요. 그때 깜빡 노트에 성시경과 더불어 가수, 발라드, 비정상회담 이런 식으로 적어두면 성시경은 제 장기 기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한 번 더 적었으니 이젠 이름을 안 잊어버리겠네요. 캐릭터화해서 메모에 더하면 더욱 기억에 도움이 되겠죠. 처음엔 손으로 적고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용해서 태그 관리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한 발 서기 운동법(p.184). 저처럼 복잡한 운동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딱이죠. 하반신 근육, 몸통 근육을 단련시킬 뿐만 아니라 균형 감각 기르는데 좋다고 합니다. 단 평소 운동이 너무 부족한 사람은  미리 살짝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네 가지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뇌를 지키기 위해 실현 가능한 조언이 듬뿍 들어있거든요. 일곱 가지로 요약되어있지만 책에는 더 많은 내용이 세세하게 나와있습니다. 메모를 하며 읽는 것도 좋겠군요. 눈으로 읽고 플래그를 붙이는 것도 좋지만 손으로 한 번 옮기면 기억에 도움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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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관계 편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감동 부모 수업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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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제가 좋아하는 오은영 선생님과 같은 분이실 거라 짐작하는 인젠리의 책을 읽었습니다. 베이징 사범대학교 교육학 석사로,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라는 책이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어 많은 분들이 읽었는데요.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분명히 읽었는데 읽은 기록은 없더군요. 어느 도서관에서 만났던 것까지도 기억하는데요. 설마... 안 읽었던 걸까요? 그 책이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육아, 자녀 교육서를 열심히 읽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니 한참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까 하는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젠 그런 책 읽지 마. 엄마는 아주 좋은 엄마야."
코끝이 찡해지면서 정말 고맙더군요. 그 뒤로 자신 있게,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아이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공부 때문에 힘들어 그런지 스트레스받아 그런지 아이와 조금, 아주 조금 삐걱거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좀 섭섭한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좀 도움이 될까 해서요. 제목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아무래도 육아에 관심 있는 연령층이 낮아서인지 대부분 저연령층의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많이 다루더군요. 저희 딸이 17살이니까 이제는 자녀 교육서 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은 '학습'편과 '관계'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둘 중 딱 한 권만 읽고 싶다는 분께는 '관계'편을 추천하고 싶어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기본이 있으면 '학습'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은 인젠리의 책을 읽은 부모가 조언을 구하기 위해 메일을 보낸 것들 중에서 추려내어 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그들이 보낸 수많은 편지 중에 내게 해당하는 게 없을 수 없죠. 그러니 어느 순간 그래, 맞아.라며 방법을 깨닫거나, 그때 그렇게 행동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조금씩 변화된 행동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잘 해내려면 '나 자신'의 수양이 먼저입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잘하고 있는 부분, 잘해야 할 부분, 못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냥 내버려 두세요.'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이 내버려 두는 벽을 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걸요. 가령 13개월 된 딸이 9개월 때부터 자꾸 얼굴을 때리고 안경을 벗겨서 땅에 떨어뜨린다며 훈계해도 안 듣는 아이를 어쩌면 좋으냐는 질문에 (관계 편 p.204) 인젠리는 9개월짜리가 아프게 때릴 수 있느냐며 엄마와 장난이 치고 싶어 호기심과 호감을 보이는 거니 훈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때리면 때리게 두라고, 크게 아프지 않으니까. 안경을 땅에 떨어뜨리게 두라고. 망가지면 새로 맞추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에 동의할 수가 없어요. 아이고... 9개월 아이에게 맞으면 무지 아픕니다. 어린아이는 누구를 때릴 때 강약 조절을 안 하거든요. 머리로 들이받는 바람에 눈에 멍이 든 엄마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저런 조언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뭘 알겠느냐는 식의 교육이라서 싫어요. 아닌 건 아니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 가르치되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하고 싶거든요. 

가끔은 이상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자신 때문에 메일을 보냈던 엄마의 경우, 인젠리의 답은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반드시 부정적인 면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어떤 면을 보느냐입니다. 남을 맹목적으로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좋은 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관계 편 p.204) 길게 인용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남을 부러워한 적은 없지만 그 페이지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저를 이해시켰습니다. 이 책은 읽다 보면 나에게 꼭 맞는 거 한두 가지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습 편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중국 애들이 더 많이 맞는구나 싶어서요. 귀를 당기거나 하는 체벌도 공공연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뺨을 맞아도 괜찮은 건가 싶었습니다. 제주의 학원에서는 아이를 때립니다. 학교에선 안 그러는데요. 학원에서는 학부모의 허락을 받고서 때리는 거예요. 성적이 내려갔다거나 숙제를 안 해갔다거나 학습태도가 불량하다거나 그런 이유로요. 전 그것도 질색입니다. 나도 내 아이를 안 때리는데 - 때리지 않고서도 교육은 가능하거든요. 물론 내 속은 타지만, 때린다고 속이 안 타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맞는 게 당연한 것처럼 구는 중국의 부모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데요. 인젠리는 그들에게도 일침을 내립니다. 좀 시원하네요. 
중국의 부모나 교육자들과 우리나라의 그분들과의 사고방식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좀 들쭉날쭉해요. 멋대로 풀어두는 부모도 있고, 지나치게 통제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독인데 아직까지 그런 걸 모르나 봐요. 우리가 그랬듯이 점점 개선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에 관한 관점에서는 인젠리에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자 역시 폭력에서 정말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폭력을 행하는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와 상담하고... 등등의 제대로 된 조언을 하다가 이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으면 똑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요. 얼굴을 때리면 얼굴을 때리고 배를 때리면 배를 때리라고. 아무리 나쁜 부모지만 어떻게 아버지를 때리느냐는 생각으로 저자의 견해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폭력을 폭력을 갚는 게 나쁘다는 걸 말하는 거죠. 책에 그런 내용이 나와있어서 엄청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책이었으면 그런 식의 조언이 들어있을 수 없을 텐데요.

중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달라서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읽는 내내 반성도 하고 격려도 하고 힘도 내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과거의 저는 어땠는가를 다시 살펴볼 수 있었죠. 과거가 쌓여서 현재가 되었으니까요.
아이의 친구가 제가 싸준 도시락의 고추잡채를 집어먹으며 그랬대요. '나도 매일 이런 반찬 먹고 싶다.'고요. 조금 뿌듯했죠. 어제는 아이가 그러더군요. 친구가 엄마 멋있다고 그랬대요. 왜냐고 물었더니 캠프에서 계면활성제에 대해 저에게 톡을 보냈는데 친유기니 친수기니 하면서 대충 답톡을 하는 걸 보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속으로 '나 이런 엄마야.'하며 배시시 웃음을 흘리고 마는 저는 아이와 잘 지내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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