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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범죄자 세트 - 전2권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평점 :
우연히 만나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것 같은 아렌에게서 메일을 받은 슈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던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역 앞 광장에서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광장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약속한 두시가 조금 넘었을 때 그를 향해 달려온 건 기다리던 아렌이 아니라 마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키는 검은 복장을 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광장의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대더니 슈지에게 달려와 그를 찔렀습니다. 저항을 하려다 실패한 슈지는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지만 때마침 달려온 경찰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범인은 두 가지 마약을 동시에 사용한 탓에 인근 화장실에서 사망했고, 경찰은 마약 과용으로 착란상태에서 벌인 무차별 살인으로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운 좋게 살아난 슈지는 범인이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병원으로 찾아온 형사 소마에게 진술을 했으나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경찰을 신용하지 않는 슈지는 딱 거기까지로 사건에 관여치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한 남자가 병원으로 그를 찾아와 달아나라고 합니다. 마지막 한 명이라며 살아남으라고 합니다. 딱 열흘만, 열흘만 버티라고 합니다. 슈지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 남자는 네 명의 피해자도, 슈지도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차별 살인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한편,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소마는 슈지를 구하고 친구인 프리랜서 기고가 야리미즈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합니다. 슈지의 신변이 악에게 노출되었기에 거처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미 살해당한 네 명과 슈지와의 공통점을 찾아야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을 텐데, 추적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결국 사건의 배후를 알아내는데요. 과연 그들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일지.
슈지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는 멜트 페이스 증후군이라고, 얼굴의 반이 녹아버리는 병에 걸린 아들 쓰바사를 데리고 온 사키코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를 기점으로 갑자기 발생한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가 전국에 백 명도 넘습니다. 사키코는 아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일로 도리어 아이를 가지고 장사하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사사키 구니오라는 사람에게 희망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병원으로 슈지를 찾아왔던 남자 나카사코는 타이투스푸드의 직원입니다. 그는 회사에서 추진하던 유아식 - 마미 팔레트 프로젝트의 샘플 중 일부가 오염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하여 잔여 샘플 검수 의뢰를 한 결과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전국적인 멜트 페이스 증후군 환자 발생의 원인은 자신이 어린이집에 보냈던 유아식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회사에 위의 사실을 알게 됐지만 폐기하고 함구하라는 명령뿐, 면식이 있던 폐기물처리업자 마자키가 샘플을 처리하기로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명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터트리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타이투스푸드의 회장이 쓰러진 날 마자키로부터 협박장이 날아옵니다. 물론 가명으로요. 거액을 요구하는 마자키. 뒤통수를 맞은 나카사코는 어찌할 바 모른 채 회사의 상황에 끌려가는데요....
타이투스푸드의 일과 슈지와는 무슨 관계가 있길래 자꾸만 끈질기게 그의 목숨을 노리는 걸까요. 슈지는 폭력 전과가 있지만 성실하고 착한 청년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할 뿐인데요.
<범죄자>는 사회파 소설로 무차별 살인을 통해 묻지 마 범죄를 수사하는 방법이나 방향에 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오염된 재료로 인한 문제가 생기자 난폭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식품회사, 산업 폐기물의 무단 투기뿐만 아니라 정경 유착 문제까지 사회문제의 상당 부분을 지적합니다. 요사이 제주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 폭행 및 살인 사건 등을 생각하면 전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은 상하권으로 나뉜 상당한 분량의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소설의 진행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진행되는데, 북유럽 소설이 그러하듯이 현재, 과거라고 표기해주거나 날짜를 소제목으로 달아서 확실히 알게 해주지 않습니다. 며칠 전이라거나 일 년 전이라거나 그런 말도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TV 드라마 각본을 쓰던 작가라 그런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따라가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혀 헷갈리지도 않았어요. 긴장감이 대단해서 심장이 벌렁벌렁했는데요. 제발 슈지야 죽지 마. 하며 응원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은 소설이었지만 그 끝은 아아... 잘 된 걸까요.
참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