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관계 편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감동 부모 수업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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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제가 좋아하는 오은영 선생님과 같은 분이실 거라 짐작하는 인젠리의 책을 읽었습니다. 베이징 사범대학교 교육학 석사로,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라는 책이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어 많은 분들이 읽었는데요. 저도 그중 한 명입니다. 분명히 읽었는데 읽은 기록은 없더군요. 어느 도서관에서 만났던 것까지도 기억하는데요. 설마... 안 읽었던 걸까요? 그 책이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육아, 자녀 교육서를 열심히 읽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니 한참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까 하는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젠 그런 책 읽지 마. 엄마는 아주 좋은 엄마야."
코끝이 찡해지면서 정말 고맙더군요. 그 뒤로 자신 있게,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아이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공부 때문에 힘들어 그런지 스트레스받아 그런지 아이와 조금, 아주 조금 삐걱거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좀 섭섭한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좀 도움이 될까 해서요. 제목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아무래도 육아에 관심 있는 연령층이 낮아서인지 대부분 저연령층의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많이 다루더군요. 저희 딸이 17살이니까 이제는 자녀 교육서 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은 '학습'편과 '관계'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둘 중 딱 한 권만 읽고 싶다는 분께는 '관계'편을 추천하고 싶어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기본이 있으면 '학습'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은 인젠리의 책을 읽은 부모가 조언을 구하기 위해 메일을 보낸 것들 중에서 추려내어 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요. 그들이 보낸 수많은 편지 중에 내게 해당하는 게 없을 수 없죠. 그러니 어느 순간 그래, 맞아.라며 방법을 깨닫거나, 그때 그렇게 행동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조금씩 변화된 행동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잘 해내려면 '나 자신'의 수양이 먼저입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잘하고 있는 부분, 잘해야 할 부분, 못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냥 내버려 두세요.'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이 내버려 두는 벽을 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걸요. 가령 13개월 된 딸이 9개월 때부터 자꾸 얼굴을 때리고 안경을 벗겨서 땅에 떨어뜨린다며 훈계해도 안 듣는 아이를 어쩌면 좋으냐는 질문에 (관계 편 p.204) 인젠리는 9개월짜리가 아프게 때릴 수 있느냐며 엄마와 장난이 치고 싶어 호기심과 호감을 보이는 거니 훈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때리면 때리게 두라고, 크게 아프지 않으니까. 안경을 땅에 떨어뜨리게 두라고. 망가지면 새로 맞추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에 동의할 수가 없어요. 아이고... 9개월 아이에게 맞으면 무지 아픕니다. 어린아이는 누구를 때릴 때 강약 조절을 안 하거든요. 머리로 들이받는 바람에 눈에 멍이 든 엄마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저런 조언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뭘 알겠느냐는 식의 교육이라서 싫어요. 아닌 건 아니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 가르치되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하고 싶거든요. 

가끔은 이상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자신 때문에 메일을 보냈던 엄마의 경우, 인젠리의 답은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반드시 부정적인 면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어떤 면을 보느냐입니다. 남을 맹목적으로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좋은 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관계 편 p.204) 길게 인용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남을 부러워한 적은 없지만 그 페이지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저를 이해시켰습니다. 이 책은 읽다 보면 나에게 꼭 맞는 거 한두 가지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습 편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중국 애들이 더 많이 맞는구나 싶어서요. 귀를 당기거나 하는 체벌도 공공연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뺨을 맞아도 괜찮은 건가 싶었습니다. 제주의 학원에서는 아이를 때립니다. 학교에선 안 그러는데요. 학원에서는 학부모의 허락을 받고서 때리는 거예요. 성적이 내려갔다거나 숙제를 안 해갔다거나 학습태도가 불량하다거나 그런 이유로요. 전 그것도 질색입니다. 나도 내 아이를 안 때리는데 - 때리지 않고서도 교육은 가능하거든요. 물론 내 속은 타지만, 때린다고 속이 안 타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맞는 게 당연한 것처럼 구는 중국의 부모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데요. 인젠리는 그들에게도 일침을 내립니다. 좀 시원하네요. 
중국의 부모나 교육자들과 우리나라의 그분들과의 사고방식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좀 들쭉날쭉해요. 멋대로 풀어두는 부모도 있고, 지나치게 통제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독인데 아직까지 그런 걸 모르나 봐요. 우리가 그랬듯이 점점 개선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에 관한 관점에서는 인젠리에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자 역시 폭력에서 정말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폭력을 행하는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와 상담하고... 등등의 제대로 된 조언을 하다가 이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으면 똑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요. 얼굴을 때리면 얼굴을 때리고 배를 때리면 배를 때리라고. 아무리 나쁜 부모지만 어떻게 아버지를 때리느냐는 생각으로 저자의 견해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폭력을 폭력을 갚는 게 나쁘다는 걸 말하는 거죠. 책에 그런 내용이 나와있어서 엄청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책이었으면 그런 식의 조언이 들어있을 수 없을 텐데요.

중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달라서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읽는 내내 반성도 하고 격려도 하고 힘도 내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과거의 저는 어땠는가를 다시 살펴볼 수 있었죠. 과거가 쌓여서 현재가 되었으니까요.
아이의 친구가 제가 싸준 도시락의 고추잡채를 집어먹으며 그랬대요. '나도 매일 이런 반찬 먹고 싶다.'고요. 조금 뿌듯했죠. 어제는 아이가 그러더군요. 친구가 엄마 멋있다고 그랬대요. 왜냐고 물었더니 캠프에서 계면활성제에 대해 저에게 톡을 보냈는데 친유기니 친수기니 하면서 대충 답톡을 하는 걸 보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속으로 '나 이런 엄마야.'하며 배시시 웃음을 흘리고 마는 저는 아이와 잘 지내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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