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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두뇌 - 마흔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두뇌 습관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이 먹어가는 제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치매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키웠던 것처럼 아이가 저를 딸로 여기며 키워주겠다는 기특한 소리를 했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고, 나를 미워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양가 모두 치매도 없고 장수하는 집안이라 치매 이야기는 반 정도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가족력에 없는 고혈압과 당뇨를 만나고 나니 어쩌면 치매의 위험도 있는 게 아닌가 염려됩니다. 고혈압과 당뇨는 치매 발병 요인이니까요. 나이로 보나 건강 상태로 보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저.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요?
하세가와 요시야의 <백 년 두뇌>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플래그를 많이 붙일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건강 서적들이 그렇듯이 어렵고 엉뚱한 소리로 현혹하고 불안감을 자극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습니다. 논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근거로 우리 뇌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을 말하고 뇌를 지킬 수 있는, 실천 가능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걸 먹으라거나 비싼 특정 영양제를 먹으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뭔가를 진하게 주장하는 책을 읽으면 이게 정말 좋아서 신념을 갖고 주장하는 것인지, 기업이나 정부의 요구나 대가를 받고 주장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책이 참 좋습니다. 골치 아프게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말 우리를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하고 싶어 하는 의사의 마음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저자의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본문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맺음말에서 할아버지께 띄운 편지를 읽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서 겪었던 일들 때문에 환자와 가족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가 된 게 아닐까 합니다.
2107년이면 주요 선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백 살까지 산다고(p.10) 합니다.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 건 아니지만, 골골거리고 미움받으면서 오래 사는 거 말고, 되도록 덜 아프고 총명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일단 이 책의 주제에 맞게 뇌를 지키는 법을 익혀볼게요.
<백 년 두뇌>에서 평생 쓸 수 있는 뇌로 단련하는 법칙은 단 세 가지.
두뇌 정돈법을 알고, 건강의 비결을 알고, 주위에 기댈 수 있는 외부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합니다.(p.24)말하자면 뇌와 신체를 단련하고 자신이 달라졌을 때 직언하여 빨리 대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뇌의 기능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여섯 개의 작업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작업 기억이나 단순한 정보, 혹은 경험으로 얻어지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옮겨 기억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40대 이전의 젊은 사람이나 평소 뇌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훈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40대부터는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뇌에 좋습니다. 감정을 소리 내어 말한다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그 경험을 메모해두고 글로 쓴다면 더욱 좋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실 줄 압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시다면 지금부터 그렇게 해보셔요. 책을 읽거나 하면서 메모를 하는 거예요. 저의 경우엔 메모도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요렇게 말해야겠다는 게 떠오르면 함께 메모하기도 하고 의문이 떠오르면 또 메모하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정보를 인풋 할 때 아웃풋을 고려하는 습관은 뇌 건강에 좋다는(p.54~56) 부분을 발견하고 괜히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선 다시 우울해졌는데요. 아시다시피 혈관에 나쁜 건 뇌혈관에도 나쁘기 때문이죠.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늘리고 매일 꾸준히 걷고 있으니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꾸준히 하면 좋다고 했거든요. 물론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랬고요. 쉽게 생각하면 몸에 나쁘다고 하는 건 뇌에도 나쁩니다.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먹는다거나 지나친 탄수화물, 특히 단당류 식품 섭취, 음주, 흡연 같은 것 말이죠. 그런 걸 주의하면서 달걀을 꾸준히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단백가가 높고 영양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산 도코사헥사엔산과 알파 리놀렌산이 들어있기 때문인데요. 삶아도 영양이 파괴되지 않습니다.(p.155) 달걀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염려하신다면 그 누명은 이미 벗겨졌으니 매일 한 두 개씩 드셔도 좋습니다.
<백 년 두뇌>의 뒤표지 날개에 치매 없는 건강한 뇌의 비결 7가지가 적혀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콕 인쇄해 둔 건데요. 그중에서도 세 가지는 당장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기억의 갈고리를 만드는 A4 독서법입니다. 책을 읽은 날짜 장소 날씨, 정보, 인상적인 문구, 신선한 표현, 읽으면서 든 의문 등을 A4 한 장에 정리해서(p.120) 책에서는 키워드를 달라고 했지만 해시태그를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블로그 카테고리 하나를 할애해서 태그 관리를 하거나 독서 앱을 이용해도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깜빡 노트를 만드는 건데요.(p.122, p.217~218) 그런 거 있잖아요. 아 왜 그거요.... 그... 노래 잘하는데, 발라드 부르는데, 남잔데... 아 누구지... 제가 아까 그 사람 되게 닮은 사람 봤거든요... 그, 그... 비정상회담에도 나오는데.. 아 맞아요. 성시경!!!! . 이런 경우 있잖아요. 그때 깜빡 노트에 성시경과 더불어 가수, 발라드, 비정상회담 이런 식으로 적어두면 성시경은 제 장기 기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한 번 더 적었으니 이젠 이름을 안 잊어버리겠네요. 캐릭터화해서 메모에 더하면 더욱 기억에 도움이 되겠죠. 처음엔 손으로 적고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용해서 태그 관리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한 발 서기 운동법(p.184). 저처럼 복잡한 운동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딱이죠. 하반신 근육, 몸통 근육을 단련시킬 뿐만 아니라 균형 감각 기르는데 좋다고 합니다. 단 평소 운동이 너무 부족한 사람은 미리 살짝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네 가지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뇌를 지키기 위해 실현 가능한 조언이 듬뿍 들어있거든요. 일곱 가지로 요약되어있지만 책에는 더 많은 내용이 세세하게 나와있습니다. 메모를 하며 읽는 것도 좋겠군요. 눈으로 읽고 플래그를 붙이는 것도 좋지만 손으로 한 번 옮기면 기억에 도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