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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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곰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라이언은 사자입니다. 심지어 둥둥섬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황태자님이시죠. 하지만 자유를 찾아 섬을 탈출. 지금은 카카오 프렌즈들과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한때 '라이언 알바 구하기'라는, 뭐 이따위 게임을 만들었나 싶은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요. 게임할 때마다 그냥 궁전에 있을 것이지, 왜 여기서 햄버거, 샌드위치 알바를 하고 있는 걸까... 나 같으면 그냥 황태자로 살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라이언은 이제 카카오 프렌즈로 살고 있고, 카카오 본거지가 제주에 있으니까 어... 둥둥섬을 나와서 제주섬에서 서식하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카카오 프렌즈의 괴랄 발랄함을 싫어하는 저는, 애당초 카카오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라이언이 등장하면서부터 달라졌어요. 라이언의 과묵함,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세함, 품위 같은 것이 좋았거든요. 게다가 귀여워요. 후드를 쓴 라이언, 후라이는 더 귀엽더군요.

이 책의 표지 모델이 라이언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선물로 받은 책이었다 하더라도 안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라이언, 이번에 에스콰이어지의 모델도 했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인터뷰 내용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역시 라이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라이언 에세이로, 라이언이 제게 말해주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척 어른스럽고 감성적인 내용이. 라이언이 주인공이라면 너무 어색할 산문이 종종 등장해서 감정이입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있는 양양이나 곰곰이, 호댕이나 사자홍씨랑도 이야기하는 저로선 참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사실 이 책은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말을 거는 에세이가 아니라 감성적인 북 테라피스트 전승환이 말하고 라이언이 귀염 포인트랄까.... 삽화로 등장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싫으냐면 아니에요. 딱 관점을 정하고 제대로 읽기 시작하니 참 좋았어요. 감성 따위 어딘가에 던져버리고 건조한 농담, 블랙 유머를 즐기는 저조차도 찡하게 닿는 문장이 있더군요. 힘이 되는, 위로가 되는 문장 몇은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두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한 번에 읽기 아까운 책이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으면서 그날 그날의 감성에 젖어보는 게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잘 읽지는 않지만 카카오톡을 즐기며 카카오 프렌즈가 등장하는 게임을 즐기는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줘도 좋을,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에도 좋을 책입니다. 그렇다고 어린 친구에게 권하지는 말아 주세요. 표지에 라이언이 있다고, 책 안에도 라이언이 가득 있다고, 카카오 프렌즈들이 함께 뛰어놀고 있어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랍니다. 어른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아니 저런, 죄송해요. 고등학생도 괜찮겠군요. 아아 피곤하다 그만 살고 싶어. 하지만 죽는 게 귀찮으니 살아야겠다며 오늘도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친구들에게도 선물하면 좋겠어요. 이 책은 마음의 온도가 조금 올라가는 그런 책이거든요.

"내가 널 꼭 안아줄게. 부서진 네 마음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난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 난 참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 누구보다 용기 있고 멋진 사람.

내가 그렇게 믿지 않으면 어느 누가 믿어주겠어?"

"맞아, 우리는 약해. 하지만 매일 한 걸음씩 걷다 보면 겨울이 가고 또 여름이 오겠지. 눈부신 햇살 아래서 그렇게 웃을 수 있겠지."

"이번 생은 글렀다고 다들 쉽게 말하지만 인생 2회차인 사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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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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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어릴 때부터 만화를 꾸준히 봐오다 보니까 보노보노를 처음 만났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그게 20세기였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째 서냐면, 스스로를 너부리 닮았다고 말하던 - 알고 보면 성질부리는 것만 닮았던 남자를 기억하거든요.

어리바리한 해달 보노보노도, 찡얼거리는 깐죽깐죽 포로리도, 짜증쟁이 너부리도 싫었습니다. 만화로도 애니로도 저를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뭔가 아둔해 보이는 보노보노가 뭐라 말하면 포로리가 땍땍거리다가 너부리가 빠직하면, 때릴꼬야~? 아 이게 뭐냐고요. 세상에 재미있는 만화도 많은데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지... 그래서 보노보노 몇 권만에, 애니 몇 편 만에 졸업해버렸습니다. 게다가 너부리를 보면 그 남자가 생각나서 더 짜증이 났었어요.

그런데, 하드커버 저자 엄선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너부리는 츤데레였구나... 화내고 짜증 내는 것 같아도 보노보노나 포로리를 외면하지도 않고 함께 놀고 함께 고민합니다. 그냥 아주 조금 어른스럽고, 아주 조금 예민한 캐릭터였을 뿐이었어요. 그냥 포로리를 때리는 짜증캐가 아니었어요. 포로리도 제 생각과 다른 애였어요. 작지만 다양하고 특이한 생각을 해내고, 가끔은 우울증에 걸리는 친구. 남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정작 자기 일에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주변에 있는 여느 친구와 같은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미안. 내가 그때 어렸나 봐.

숲속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 중에 생겨난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물음에 함께 고민하고 엉뚱한 짓을 하다가 결국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절친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독자인 저는 피식하며 그들을 관찰하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지혜를 얻어 가기도 합니다. 저는 왜 바보같이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피식거리며 보아도 좋고, 철학적으로 읽어도 좋은 책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30권의 단행본 중, 작가가 직접 엄선한 18개 작품만을 모은 그야말로 스페셜 단행본입니다. 정말 사랑스럽고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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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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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하이네켄 납치 사건이라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하이네켄의 회장이 납치된 사건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보통 큰 사건이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되었었더군요. 영화에서는 평범했던 다섯 명의 청년이 하이네켄 회장을 납치하고 결국 실패하는 모양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별점 리뷰들로 미루어보아 참 어설프고 순진한 청년들로 그려졌던 것 같은데요.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범들 중 하나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던 사람이었거든요. 그가 <나의 살인자에게> 책 표지에서 동생의 목말을 태워주고 있는 소년입니다.

<나의 살인자에게>의 저자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는 하이네켄 회장 납치 사건의 주범 빌럼 홀레이더르의 막냇동생입니다. 어릴 적부터 상당한 폭력에 노출되었던 4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와 싸웠습니다. 그들의 아버지는 심각한 가정폭력범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고, 맨정신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그야말로 가정의 모든 것들이 자기 발아래 복종해야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큰 피해자는 어머니였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마침내 남편에게서 해방되었지만 그녀의 고통이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 공포는 큰 아들 빌럼, 빔에 의해 다시 시작되고 말았으니까요.

폭력에 장시간 노출되었던 아이들은 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딸들은 잘못된 배우자를 만났으며 아들은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작은 아들이자 아스트리드의 작은 오빠인 헤라르트는 책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공포의 영역 밖으로 탈출한 것 같습니다만, 그 외의 다른 가족들은 계속하여 고통받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마침내 변호사가 된 저자, 아스트리드는 오빠의 범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하이네켄 납치 사건이 자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간신히 떨치고 일어나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으나 결국엔 오빠 빔의 법률 자문 비슷한 것이 되고 맙니다. 강하게 거부하면 좋지 않았는가 하는 조언은 필요 없습니다. 빔은 자신의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제거하는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가족이어도, 동업자여도, 동료여도 말이죠. 하이네켄 납치 사건의 동료이자 동생 소냐의 남편인 코르를 제거하는 것도 그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여동생들은 오빠 빔이 코르를 청부하여 죽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십여 년간 자신들이 알고 있는 걸 오빠에게 눈치 채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녀들은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었거든요. 빔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아이들을 볼모로 협박하곤 했습니다. 결국 아스트리드는 큰 용기를 냅니다. 오빠가 교묘히 피해 갔던 것들에 대한 증언을 함으로써 그를 영원토록 감옥에 가두어두어 공포에서 탈출하려 합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 완전 신뢰란 없지만 그래도 대체로 신뢰하는 - 오빠를 통해 대화를 녹취하고 증언대에 섭니다. 결국 감옥에 들어간 빔. 그러나 그녀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옥 안에 있으면서도 동생을 죽이라고 청부 살인자를 보내는 빔. 그를 피해 숨어살아야만 하는 아스트리드. 마치 자신이 감옥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빌럼이 애초부터 사이코패스 경향을 나타냈던 건 아닙니다. 정말 필요할 때엔 동생을 지킬 줄 아는 소년이었고, 십 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보통의 소년이었거든요. 아버지가 경찰 시험을 보러 가려던 빌럼의 눈에 멍을 만들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빌럼은 경찰관이 되어 어머니와 동생들과 까칠하긴 하지만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돈 때문에 하이네켄 회장 납치라는 어설픈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자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폭력에 의해 폭력적으로 자란 한 남자가 온 가족을,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자신을 모르는 사람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그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위험은 깊어지고 공포에 갇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가장 큰 피해자였을지도 모릅니다. 공포 때문에 아들에게 굴복하면서도 나머지 자식과 손주를 지켜야 했으니까요.

아스트리드는 어렸을 때 오빠와의 기억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빠를 사랑하지만, 결국 그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세상에 드러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책을 쓴 것도, TV 쇼에 나오는 것도 얼마나 엄청난 짓인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이토록 조마조마한 수기라니.

그녀는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안쓰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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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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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목을 보니까 완전 사이다 책인가 봐.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주겠지?' 하며 책을 폈는데. 어라라. 사이다 책이 아니고 고구마 책인데? '세탁소 가서 무시당한 썰 푼다. jpg'를 읽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와... 이 썰 아래에 달릴 댓글은 안 봐도 알 것 같은. 고구마 먹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시당하고 그냥 왔나요. 나 같으면 어쩌고저쩌고 같은 댓글이 달렸을 거예요. 그래도 읽었습니다. 요새 고구마 글 읽는 취미가 생겼거든요. 네이트 판에 가서 읽으면 멘탈이 후들거리니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떠도는 고구마를 주워 먹고 있어요. 그러면 고구마 먹었다가 사이다 먹었다가 가끔은 웃겼다가 멘탈을 조절할 수 있거든요. 어쨌든 그래. 고구마 먹자. 백만 개 먹어보자. 표지가 예쁘니까, 딸기가 제철이니까 딸기 우유 표지 괜찮아. 하며 계속 읽었죠.

'맞아, 맞아. 그런 사람 있지~.' 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사이다도 있군요? 여기엔 이런 제목이 달리겠죠.

'사이다 썰 푼다. jpg'

사이다와 고구마의 완급이 조절되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이다. 아니면 물김치.

그러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어요.

저는 이게 돌직구 날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뭐예요. 아주 재미있는 에세이집이었어요. 마치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어요. 역시 방송작가네.

뒤로 갈수록 힘이 되는 거 있죠. 페이지 옆의 배터리 게이지가 차올라가는 것과 관련이 있나 봐요.

페이지 숫자 옆에 배터리 그림이 있는데요. 페이지의 숫자가 커질수록 배터리가 점점 차오르더군요.

와. 대단한 센스!!!! 발견하고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신기해하며 호탕하게 웃더군요.

배터리가 200퍼센트 이상 차오르니까 제 마음의 배터리도 차올랐어요.

끝까지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요. 이 책은 표지까지 더해서 딸기 소다! 부드러운 봄과 함께 만나는 딸기 소다였어요.

상처 주는 사람 티 안 나게 정리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정리하고 웃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행복했어요.

그저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하면 되는 것을,

왜 그토록 남의 행복 방식을 자신에게 도입하려 했을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행복해지기를,

마흔 넘은 싱글로, 혼자 사는 프리랜서로,

소심하고 게으르고 어리숙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내 방식대로,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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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안드레아 오언 지음, 김고명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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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러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으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면서 별로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요샌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하고.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자존감이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아아... 기분이 개떡같아.

우리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든다.(p.10)

기분이 개떡 같던 어느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인데요. 제목도 마음에 들고 기분을 확 업 시켜줄 형광 녹색의 표지. 이 책이 나를 도와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 오언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전문가인 CTI 인증 코치라고 하는데요. 원래부터 강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식사 장애, 알코올 중독에다가 엉망진창이었던 첫 번째 결혼의 파국을 이겨내고 점점 강해졌는데요. 본인의 경험과 고찰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며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재혼해서 남들처럼 알콩달콩 투닥투닥 잘 살고 있습니다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첫 번째 결혼에서 회복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자의 또 다른 책 <어쨌거나 마이웨이>는 아마존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니 그럼 이 책이 자기 계발서란 말이야?

솔직히 자기 계발서를 안 좋아합니다. 뇌피셜에다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독자를 현혹시키곤 결과물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물론 자기 계발서에도 좋은 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뢰할 수가 없었어요. 에휴...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내 인생 패턴이 달라진다면 따르겠습니다만... 어쩌면 다이어트 식품이나 물품 판매자와 비슷한 거 아닌가 하거든요. 그래서 좀 꼼꼼히 읽고 영 아니면 투덜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장을 열었습니다. 기분이 개떡 같을 땐 뭐든지 다 미워 보이니까요.



그런데 책을 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내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원래 인생이 고단하기 때문이라는 글레넌 도일 멜튼의 문구를 보고 위로를 받았거든요. 내 잘못이 아니구나.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두를 읽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자기 비하를 하기 때문에 우울감에 빠지는 게 바로 개떡같은 기분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일단 남의 시선을 버리고 나 자신에게 주목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야단치다 못해 비하하는 그 나쁜 녀석을 내쫓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죠. 적절한 자기반성과 반성을 통한 나아감은 좋지만 비하는 안됩니다. 남에게는 '죄송합니다만, ~해주시겠어요?' 라거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달고 살면서 나에게는 좀 인색했구나, 비하했구나.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게 인색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 그 반대의 경우도 나쁘다는 걸 몰랐어요.

이 책은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남과 관계를 맺기, 감정을 마취시키는 습관 끊기-제가 그런 습관이 있어요. 저자는 내 감정과 친해지는 여덟 가지 방법을 알려주며 마취에서 풀릴 수 있게 해줍니다. - 비교하지 않기, 자기 훼손 멈추기, 가면 콤플렉스로 유명한 사기꾼 콤플렉스 버리기, 남의 비위 맞추지 않기, 완벽주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쓸데없이 강한 척하지 않기, 통제욕 내려놓기, 파국적 사고 대비하기 등 열네 가지 솔직한 조언을 통해 스스로 개떡같은 기분을 내려놓게 돕습니다.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다른 자기 계발서처럼 읽고 으응 그렇구나 해버려서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책의 매 챕터 아래에 '어려워도 답해야 할 질문'에 이르면 잠시 책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야 합니다. 생각하고 글로 적어봅니다. 약간의 자기 연민이 생기고 자기애가 솟으며 나를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편지를 쓰면 좋겠죠. 조제의 <살아있으니까 귀여워>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방법이 제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가 봅니다.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건 내가 인간이고, 인간적인 결함에 대한 죄책감에서 그만 해방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p.48)이니까요. 과거의 내가 어땠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건 나는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며, 나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나는 더 이상 가면 콤플렉스, 사기꾼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겠습니다. 꾸며진 모습도 나 자신이니까요.

실수를 저지른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잘못 아는 게 있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완벽하지 않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인간인 이상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인생을 헤쳐나가지만 가끔은 잘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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