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도 어릴 때부터 만화를 꾸준히 봐오다 보니까 보노보노를 처음 만났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그게 20세기였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째 서냐면, 스스로를 너부리 닮았다고 말하던 - 알고 보면 성질부리는 것만 닮았던 남자를 기억하거든요.

어리바리한 해달 보노보노도, 찡얼거리는 깐죽깐죽 포로리도, 짜증쟁이 너부리도 싫었습니다. 만화로도 애니로도 저를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뭔가 아둔해 보이는 보노보노가 뭐라 말하면 포로리가 땍땍거리다가 너부리가 빠직하면, 때릴꼬야~? 아 이게 뭐냐고요. 세상에 재미있는 만화도 많은데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지... 그래서 보노보노 몇 권만에, 애니 몇 편 만에 졸업해버렸습니다. 게다가 너부리를 보면 그 남자가 생각나서 더 짜증이 났었어요.

그런데, 하드커버 저자 엄선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너부리는 츤데레였구나... 화내고 짜증 내는 것 같아도 보노보노나 포로리를 외면하지도 않고 함께 놀고 함께 고민합니다. 그냥 아주 조금 어른스럽고, 아주 조금 예민한 캐릭터였을 뿐이었어요. 그냥 포로리를 때리는 짜증캐가 아니었어요. 포로리도 제 생각과 다른 애였어요. 작지만 다양하고 특이한 생각을 해내고, 가끔은 우울증에 걸리는 친구. 남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정작 자기 일에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주변에 있는 여느 친구와 같은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미안. 내가 그때 어렸나 봐.

숲속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 중에 생겨난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물음에 함께 고민하고 엉뚱한 짓을 하다가 결국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절친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독자인 저는 피식하며 그들을 관찰하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지혜를 얻어 가기도 합니다. 저는 왜 바보같이 이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피식거리며 보아도 좋고, 철학적으로 읽어도 좋은 책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30권의 단행본 중, 작가가 직접 엄선한 18개 작품만을 모은 그야말로 스페셜 단행본입니다. 정말 사랑스럽고 좋은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