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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평점 :
'와 제목을 보니까 완전 사이다 책인가 봐.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주겠지?' 하며 책을 폈는데. 어라라. 사이다 책이 아니고 고구마 책인데? '세탁소 가서 무시당한 썰 푼다. jpg'를 읽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와... 이 썰 아래에 달릴 댓글은 안 봐도 알 것 같은. 고구마 먹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시당하고 그냥 왔나요. 나 같으면 어쩌고저쩌고 같은 댓글이 달렸을 거예요. 그래도 읽었습니다. 요새 고구마 글 읽는 취미가 생겼거든요. 네이트 판에 가서 읽으면 멘탈이 후들거리니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떠도는 고구마를 주워 먹고 있어요. 그러면 고구마 먹었다가 사이다 먹었다가 가끔은 웃겼다가 멘탈을 조절할 수 있거든요. 어쨌든 그래. 고구마 먹자. 백만 개 먹어보자. 표지가 예쁘니까, 딸기가 제철이니까 딸기 우유 표지 괜찮아. 하며 계속 읽었죠.
'맞아, 맞아. 그런 사람 있지~.' 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가끔 사이다도 있군요? 여기엔 이런 제목이 달리겠죠.
'사이다 썰 푼다. jpg'
사이다와 고구마의 완급이 조절되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이다. 아니면 물김치.
그러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어요.
저는 이게 돌직구 날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뭐예요. 아주 재미있는 에세이집이었어요. 마치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어요. 역시 방송작가네.
뒤로 갈수록 힘이 되는 거 있죠. 페이지 옆의 배터리 게이지가 차올라가는 것과 관련이 있나 봐요.
페이지 숫자 옆에 배터리 그림이 있는데요. 페이지의 숫자가 커질수록 배터리가 점점 차오르더군요.
와. 대단한 센스!!!! 발견하고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신기해하며 호탕하게 웃더군요.
배터리가 200퍼센트 이상 차오르니까 제 마음의 배터리도 차올랐어요.
끝까지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요. 이 책은 표지까지 더해서 딸기 소다! 부드러운 봄과 함께 만나는 딸기 소다였어요.
상처 주는 사람 티 안 나게 정리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정리하고 웃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행복했어요.
그저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하면 되는 것을,
왜 그토록 남의 행복 방식을 자신에게 도입하려 했을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행복해지기를,
마흔 넘은 싱글로, 혼자 사는 프리랜서로,
소심하고 게으르고 어리숙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내 방식대로,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