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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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지 않고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 번에 몰아보기를 하는 저는 지난주 마리텔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최태성, 큰 별쌤이 나왔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을 텐데 말이에요. 아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도 팔로우를 하고 있었는데, 과거의 오늘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 소식만 쏙쏙 집어먹고 있었지 정작 그분의 소식은 몰랐다는 게 스스로 의아한데요. 마리텔에 출연했다는 소식은 인터넷의 뉴스에서 알았지 뭡니까. 요새 실시간 검색어나 연관 검색, 뉴스에 유명인의 이름이 뜨면 깜짝깜짝 놀라는데요. 좋은 소식보다도 나쁜 소식이 많으니 솥뚜껑 보고 놀라는 셈이죠. '최태성' 이름이 딱 뜨니까, 아 또 왜? 하면서 기사를 읽었더니. 갑자기 마음이 촉촉해지더군요. 요새 마리텔은 방송 중 기부를 받는 도네이션 시스템으로 진행 중인데, 마리텔 역대 최고 금액인 19,190,301이 기부되었어요. 눈이 휘둥그레진 샘 오취리와 딘딘은 입을 다물 줄 몰랐는데요. '큰★별쌤의 랜선 제자 일동'이름으로 기부된 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올해가 3.1 운동 100주년으로 절대 이날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최태성과 랜선 제자들이 미리 약속했던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감동받았어요.

역사를 강의하는 명강사님들은 많지만 제가 최태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교에 계심직한, 하지만 실제로는 찾기 힘든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계시기 때문일 거예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의는 가만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역사의 흐름 위에 올라타 시간 여행을 하게 되더라구요. 강렬하고 힘을 주는 강의는 아니지만 정사와 야사를 오가며,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해주는 이야기는 역사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때의 사람들을 이해하며 알 게 되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합니다.

이번에 만난 <역사의 쓸모>는 딱딱한 역사 강의나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강의가 아닙니다. 현재 내가, 그리고 사회가 처한 사실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이겨내기 위해, 과거의 일을 돌아보며 지혜를 얻는 그 과정을 배워나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 이야기가 역사 속에 녹아 있어요.

그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 1장을 들어가며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최태성에게 답을 알려주었던 역사는 저에게도 길을 열어 줄 것인지. 누구에게나 그랬듯이 저에게도 그리할지. 염려를 담아 기대를 해봅니다.

이 책은 최태성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처럼,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 좋은 책입니다.

좋은 글귀들을 발췌해서 포스트에 옮기고 싶은데, 좋은 말이 너무 많아서 옮길 수 없습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베끼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직접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방학을 맞는 학생에게 선물해주셔도 좋겠습니다.

포스트 본문 중에 이렇게 강하게 권하고, 사서 보시라고 잘 말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렇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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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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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그리고 고등학생 때까지도 우정 이상의 것을 느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애가 참 좋고, 다른 아이와 더 친하게 지내는 게 너무너무 싫고 독점하고 싶었습니다. 이 마음이 쌍방통행일 땐 괜찮은데 가끔은 일방통행일 때도 있어서 슬픕니다. 그렇다고 나, 너 좋아해. 그러니까 다른 애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고 말할 수도 없죠. 중2 때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 역시 그 친구를 좋아했음에도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 있느냐며 거리를 두었었어요. 나중엔 다시 화해한 후 친하게 지냈지만 그 친구는 실업계로, 저는 인문계로 진학하면서 자연히 멀어졌죠. 중 3 때엔 여자가 무슨 인문계냐고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부모님과 싸우면서도 저와 함께 인문계를 가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와는 애틋하다기보다는 화음 같은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와 하이 소프라노였던 우리 둘은 운동장을 돌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 친구와는, 모르겠어요. 그때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좋지 않게 절교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저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자해를 하던 친구도 있었어요. 한 번만 더 그러면 다시는 아는 체도 않겠다는 말에 자해를 멈추었지만, 이런 모든 감정들은 고3이 되면서 자연히 사그라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중과 여고를 거치며 누구나 그런 일을 겪는 건가요? 전 어쩌면 제가 애정 결핍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김세희 작가의 <항구의 사랑>의 배경은 2000년대 초반입니다. 저랑은 세대가 좀 차이나죠. 그래서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여학생 간의 사랑에 약간의 성적 코드가 얹힙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반이라고 불렸습니다. 세이클럽 같은 데서 이반 모임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죠. 이반이라고 하면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밖에 몰랐던 제게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지칭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불렀던 건 몰랐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반드시 성별의 구별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늘 갖고 있었던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사랑에는 성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책을 붙잡고 있으면서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 제게, 그리고 저의 친구들에게 그런 의미는 없었거든요. 서로를 아주 많이 좋아하더라도 손을 잡고 놀러 다니는 그 이상은, 독점하고 싶은 마음 그 이상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반의 사랑을 혐오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누구의 성적인 문제를 제가 결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범죄는 안되지만 그들의 행위를 제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항구의 사랑>에 성적 코드가 약간 - 대부분 상상에 의한 것이지만 - 있지만 소설은 순수합니다. 그 당시의 순수했던 사랑, 그 무엇도 거리낄 게 없었던 사랑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목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당시 유행했던 아이돌 팬픽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건 요즘도 여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을 게이로 만드는 거냐고 물었을 때의 대답이 이 책에도 있더군요.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게 싫어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섹스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는 - 그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도 - 여전히 그 대답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그들 나름대로의 무언가가 있겠죠. 역시 혐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돌 당사자가 그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염려를 하긴 하지만, 그것 역시 제 영역이 아니라서.

<항구의 사랑>의 주인공 준희는 민선 선배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인희는 오랜 시간 동안 준희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각자의 길에서 걸어가게 되었을 때도 그때의 사랑은 무언가로 가슴에 남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으로 말이에요.

책의 종장에 이르러서도 그렇게 찡함은 없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밀려와서 뭉클해졌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민선 선배가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읽어나가다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알아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아련해졌어요.

앞서 말한 친구들보다 한 학년 전,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는 몇 년에 한 번 겨우 소식을 듣는 사이가 되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17년 전이로군요. 그때 그 친구가 그랬어요. "결혼식 때야 보게 되다니. 이러다가 다음엔 장례식 때 보는 거 아냐?" 드레스 차림의 저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러다가 정말 그렇게 될까 봐, 아니 장례식에서조차 못 볼까 봐 때로 두렵기도 합니다. 유명한 소설가와 결혼한 그 친구는 잘 살고 있겠죠? 그리고 혹시 내 글을 보면 자기라는 걸 떠올릴까요? 그렇다면 덧글 남겨줘. 친구야.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선택했을까? 오랫동안 나는 내가 그녀를 사랑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 감정을 내가 선택한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내가 감정을 소유했던 게 아니라 감정이 나를 소유했던 것만 같다. 강물의 표면에 붙들려 이리저리 떠다니는 나무토막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파악할 수도 없는 심오한 물살에 고통스럽게 휩쓸려 다녔던 것 같다. 그 물살의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붙들려 실려 가는 수밖에 없었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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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페지움
타카야마 카즈미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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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크로스오버 장르의 경연인 팬텀 싱어밖에 본 적이 없어서 프로듀서 101 같은 전 국민 열광에 동참하지 못했던 저는 아이돌에 대해서도 시큰둥했습니다. 아이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니 이번에 아르테에서 나온 <트라페지움>이라는 소설이 일본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 46'의 멤버 타카야마 카즈미가 썼다고 한들, 저에겐 그냥 유명한 '일본 아이돌'이 쓴 소설인가 보다... 할 뿐이었죠.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하던 것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던데요. 출간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 매진 속출, 관계자 역시 표지가 없어서 찍어낼 수 없다는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돌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해도 그런 현상까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심지어 며칠 전 저도 포레스텔라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구매하려다가 실패, 좌절했거든요. - 이내 증쇄가 되어서 구매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이 책 제목인 <트라페지움>은 오리온 성단의 사다리꼴을 이루는 네 별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포레스텔라도 별을 사랑하는 만큼, 이 책을 읽을 때 덕력이 조금 작용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죠.

어쩌면 이 책은 각자 다른 사심으로 읽게 되는 건 아닐까 했습니다. 노기자키 46의 팬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았어요. 멤버 모두 예쁘고 귀엽고, 노래도 좋더라구요. 아이돌의 바쁜 스케줄 가운데에서 써 내려간 소설이라니. 사심은 곁들였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뭐, 주인공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친구를 모아서 아이돌로 데뷔하고 거기서 스타가 되는 그런 소설이려니 했어요. 만화 같기도 하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그런 소설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라페지움>의 주인공 아즈마 유우는 아이돌을 꿈꾸는 여고생인데요. 동쪽에 위치한 히가시(東)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돌의 영상을 보고 자신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 자신이 동쪽이니 나머지 세 방향 서, 남, 북의 미소녀를 모아 걸그룹 데뷔를 하겠다고 생각하죠. 뜬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남쪽 학교인 사립 세이난(聖南) 학원에서 화려한 외모, 기품 있는 말투의 카토리 란코를 만납니다. 그리고 서쪽과 북쪽을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이 특기인 로봇계의 프린세스인 니시(西) 테크노공업 고등학교의 타이가 쿠루미를 만나게 되는데, 로봇 콘테스트에서 상당한 미모로 화제가 되었기에 그녀를 만나러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쿠도 신지라는 남학생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쿠도 신지라니. 어쩐지 명탐정 코난의 본체 쿠도 신이치가 생각나서 자꾸만 그 얼굴로 상상하게 되었는데요. 쿠도 신이치와는 달리 부스스한 곱슬머리, 두꺼운 안경을 쓴 고등학생으로 아마추어 사진작가입니다. 좀 소심하지만 결국 아즈마의 조력자가 됩니다. 좀 더 마음이 콩닥콩닥해지는 연애 썰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즈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세운 규칙이 있었기에 신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습니다. 규칙이라는 건, SNS를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 이야기하고 있던 동서남북의 미소녀를 모아 친구가 된다...인데요. 나중에 아이돌이 되었을 때 과거가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참 철저하죠? 계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여고생이었기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절대 영악한 편은 아니에요.

아즈마는 초등학생 때 동급생이었던 기타(北) 고등학교 카메이 미카를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드디어 동서남북을 다 모으게 됩니다.

이제는 데뷔만 남았군요!!!

과연 아즈마는 그들과 함께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소설은 아이돌이 되어 화려한 삶에 뛰어들어 반짝반짝해진다는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 아니 같은 걸까요? - 본격 아이돌 육성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여고생의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소설이었어요. 소설의 흐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중반에 이르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해서 뭘 어쩌려는 거지... 싶었지만 최종장까지 마무리가 잘 되었어요. 정말로 고등학생 사이에서 있을 것 같은 이야기, 현실적이지만 귀엽고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달까요.

단막극 같은 걸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노기자카 46 멤버가 출연하면 더 즐겁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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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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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라이언을 제외한 카카오 프렌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중에 어피치를 제일 싫어해요. 핑크색 얼굴에 갓난아이 같은 몸매는 마음에 들지만 그, 엉덩이인지 복숭아인지 그 면상 자체는 싫단 말입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덩이를 발갛게 내놓고 다니는 꼴이라니. 천둥벌거숭이란 어피치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아휴. 얼굴에 팬티를 입힐 수도 없고.

제가 싫어하는 어피치는 어떤 녀석인가 프로필을 읽어보기로 합니다.

신비의 시크릿 포레스트의 복숭아... 어, 뭐라고? 요새 내가 좋아하는 단어 '포레스트'가 등장하는 군. 호감 점수 10점 주겠어. -10으로 시작했으니 지금은 제로. 그래. 편견 없이 읽어주마. 시크릿 포레스트의 복숭아 농장에서 태어난 어피치. 시크릿 포레스트의 신비롭고 따뜻한 햇볕을... 시크릿 포레스트가 두 번 나왔네. 점수 10점 가산하고. 흠흠. 햇빛을 머금어 유독 돋보이는 분홍색을 띤다.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사실을 알고 복숭아나무에서 탈출한 악동 복숭아! 애교 넘치는 표정과 행동으로 카카오 프렌즈에서 귀요미를 담당하고 있다.

호오.. 자웅 동주였군요. 중성적인 이미지, 크로스오버.... 뭔가를 막 넘나드는 거, 그런 거 좋아하니까. 그래 기분이다. 50점 추가.

그리하여 어피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싫어하던 저는 60점 정도를 녀석에게 주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봐라.... 말맛이 너무 좋잖아.

어피치인척하는 서귤님의 글맛, 말맛이 참 좋은 거예요. 프롤로그밖에 안 읽었는데도.

이름은 귤인데 복숭아가 되어 글을 쓴 것도 뭔가를 넘나드는 것 같아서 참 마음에 들고요.



이 책은 어피치처럼 참 밝습니다. 게다가 이과 감성과 문과 감성을 넘나들어요.

이번 포스팅에 넘나든다는 단어가 넘나 많이 나온 것 같지만, 이 책의 느낌은 그런 거였어요.

'넘나들다'

우울도 불편함도 특유의 쾌활함으로 튕겨내버리는 어피치의 성격은 서귤의 유쾌함과 잘 맞아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아 맞아맞아 ㅋㅋㅋㅋ 하면서 즐겁게 읽은 책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였습니다.

가볍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분께 적극 추천해볼까 해요.

아 참, 점수를 주다 말았네요

이젠 어피치 싫어하지 않아요. 아니 좋아해요.

지금은 88점!

이 책 별점은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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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 우울한 엄마여행자의 위로를 찾는 여행
진명주 지음 / 와일드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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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떤 엄마가 예닐곱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배낭여행을 떠났대, 동남아 그러니까 태국 같은 나라로 말이야. 숙소도 허름하고 교통편도 형편없는데 예약도 안 하고 아이를 그렇게 데리고 다녔나 봐. 게다가 설날이 끼어있는 두 달간이었다더라.

남편은?

저자가 여행길에서 만난 숱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이도 그렇게 물었습니다.

응. 남편은 한국에서 그냥 회사일하고. 그런데 남편이 가는 걸 탐탁지 않아 했대.

나보다 더 고지식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린아이와 배낭여행은 아니지.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어. 둘 다 행복했다면 관계없지만 그래도 아닌 거 같아. 게다가 명절이 끼어있다니. 며느리니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남아있는 남편이 친지들에게 아내의 부재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고 변호를 해야 하는데 남편 입장도 생각해야지.

저도 크게 다른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길을 나섰던 나는, 피시방에서 아이를 재운 적도 있고 하마터면 노숙자가 될 뻔했던 위기도 넘겼었던 나는, 아이와 함께 했던 여정이 여행이었다면 좋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거든요.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이었겠지하면서요.

그러나 이내 저도 그녀를 손가락질했습니다.

애를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니야? 외국에 나가서 고생하는데, 행복은 별로 보이지 않아. 방을 못 구해서 화나기도 하고 방치된 아이는 울기도 하는데, 이게 여행이야? 외국에서의 생고생. 우울을 이유로 아이를 동반한 도피는 아니었을까?

사기, 바가지가 난무하는 여행길. 심지어 방을 못 구하기도 하는 여정에 골치가 아파졌습니다. 거기에 아이까지 함께 있다니, 아이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저는 왜 이 여행이 즐겁지 않을까요.

그녀의 아이는 신났고, 외롭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즐거웠습니다.

모두가 비난하는 여행을 떠났다.

서른아홉 그 해, 여행을 떠났다.

현실의 늪으로부터, 그로 인한 긴 우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모두가 말했다.

현실을 견딜 수 없다고 해서 훌쩍 떠나는 게 말이 되냐고.

남들이 그럴수록 떠나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졌다.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고난 속에 문득 피어나는 즐거움 같은 거, 이런 건 일상에도 존재하는 것일 텐데... 그걸 위해서 떠난 걸까. 여행길에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남편의 목소리와 싸웠지만 아이의 목소리는 들었을까. 아이는 자라서 이 여행을 어떤 의미로 기억하게 될까.

어쩌자고 아이를 데리고 나와선.

그러다 문득, 거의 15년 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비난하던 낯선 이의 댓글이 갑자기 솟아올랐습니다.

대책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다니 정신 나간 여자로구먼. 엄마 자격도 없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서로를 잘 살피고 누구보다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난, 그때의 일을 잊어버리고 다른 이들처럼 그녀를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아이와 함께 한 여정은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이 여행이 저자와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는 그들의 몫이니까요.

아이와 단둘이 몇 개월씩 배낭여행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아이가 곁에 없었다면 소리 내어 엉엉 울었을 것이다.

-p.206

'아이는 지금, 여행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몸이 고단할수록 그런 의문이 자주 찾아왔다. 아이와 배낭여행에 나선 건 순전히 내 욕심이었다는 생각에 자책했다. 그러나 오늘, 낮에 다녀온 곳을 혼자 조용히 떠올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조금 안도했다. 어쩌면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금 이 여행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다시 힘을 얻는다. 어제처럼 오늘도, 다시 배낭을 둘러멜 힘을.

-p.210

혼자였더라면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거야.

네가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엄마는 길 위에서 숱한 눈물을 흘렸을 거야. 절망감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을 거야. 그런 엄마 곁을 지켜준 네가 고마워.

그것도 늘 즐겁고 유쾌하게 여행해줘서, 또 그렇게 여행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p.282

저자의 이 목소리는 또한 나의 것이었습니다.

나 역시 내 곁을 지켜준 아이가 없었더라면 절망에 빠져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지금껏 살아왔으니까요. 저는 아이와 굉장히 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커서 내가 아이를 지키는 건지, 아이가 나를 지키는 건지. 우리는 전우처럼, 친구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7년 전 여행기 속 7살 아이는, 어느새 사춘기 소년이 되었다. 이제는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거나 부모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변했듯 아이도 변했다. (...) 여행기를 다시 꺼내 읽는 동안, 그 시절 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다정했던 나의 아이가, 사랑스럽던 나의 아이가, 내게 마구 달려와 안기는 느낌이었다.

-p.295

그리고 시크한 내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즐거웠다면 뭐.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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