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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페지움
타카야마 카즈미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크로스오버 장르의 경연인 팬텀 싱어밖에 본 적이 없어서 프로듀서 101 같은 전 국민 열광에 동참하지 못했던 저는 아이돌에 대해서도 시큰둥했습니다. 아이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니 이번에 아르테에서 나온 <트라페지움>이라는 소설이 일본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 46'의 멤버 타카야마 카즈미가 썼다고 한들, 저에겐 그냥 유명한 '일본 아이돌'이 쓴 소설인가 보다... 할 뿐이었죠.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하던 것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던데요. 출간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 매진 속출, 관계자 역시 표지가 없어서 찍어낼 수 없다는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돌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해도 그런 현상까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심지어 며칠 전 저도 포레스텔라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구매하려다가 실패, 좌절했거든요. - 이내 증쇄가 되어서 구매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이 책 제목인 <트라페지움>은 오리온 성단의 사다리꼴을 이루는 네 별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포레스텔라도 별을 사랑하는 만큼, 이 책을 읽을 때 덕력이 조금 작용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죠.
어쩌면 이 책은 각자 다른 사심으로 읽게 되는 건 아닐까 했습니다. 노기자키 46의 팬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았어요. 멤버 모두 예쁘고 귀엽고, 노래도 좋더라구요. 아이돌의 바쁜 스케줄 가운데에서 써 내려간 소설이라니. 사심은 곁들였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뭐, 주인공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친구를 모아서 아이돌로 데뷔하고 거기서 스타가 되는 그런 소설이려니 했어요. 만화 같기도 하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그런 소설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라페지움>의 주인공 아즈마 유우는 아이돌을 꿈꾸는 여고생인데요. 동쪽에 위치한 히가시(東)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돌의 영상을 보고 자신도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 자신이 동쪽이니 나머지 세 방향 서, 남, 북의 미소녀를 모아 걸그룹 데뷔를 하겠다고 생각하죠. 뜬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남쪽 학교인 사립 세이난(聖南) 학원에서 화려한 외모, 기품 있는 말투의 카토리 란코를 만납니다. 그리고 서쪽과 북쪽을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이 특기인 로봇계의 프린세스인 니시(西) 테크노공업 고등학교의 타이가 쿠루미를 만나게 되는데, 로봇 콘테스트에서 상당한 미모로 화제가 되었기에 그녀를 만나러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쿠도 신지라는 남학생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쿠도 신지라니. 어쩐지 명탐정 코난의 본체 쿠도 신이치가 생각나서 자꾸만 그 얼굴로 상상하게 되었는데요. 쿠도 신이치와는 달리 부스스한 곱슬머리, 두꺼운 안경을 쓴 고등학생으로 아마추어 사진작가입니다. 좀 소심하지만 결국 아즈마의 조력자가 됩니다. 좀 더 마음이 콩닥콩닥해지는 연애 썰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즈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세운 규칙이 있었기에 신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습니다. 규칙이라는 건, SNS를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 이야기하고 있던 동서남북의 미소녀를 모아 친구가 된다...인데요. 나중에 아이돌이 되었을 때 과거가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참 철저하죠? 계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여고생이었기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절대 영악한 편은 아니에요.
아즈마는 초등학생 때 동급생이었던 기타(北) 고등학교 카메이 미카를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계기로 드디어 동서남북을 다 모으게 됩니다.
이제는 데뷔만 남았군요!!!
과연 아즈마는 그들과 함께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소설은 아이돌이 되어 화려한 삶에 뛰어들어 반짝반짝해진다는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 아니 같은 걸까요? - 본격 아이돌 육성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여고생의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소설이었어요. 소설의 흐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중반에 이르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해서 뭘 어쩌려는 거지... 싶었지만 최종장까지 마무리가 잘 되었어요. 정말로 고등학생 사이에서 있을 것 같은 이야기, 현실적이지만 귀엽고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달까요.
단막극 같은 걸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노기자카 46 멤버가 출연하면 더 즐겁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