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신 기간 동안 무척 힘듭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요.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앉는 것도, 눕는 것도 다 힘듭니다. 힘들다고 토로하면 때로는 너만 임신한 거 아닌데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한 마디 덧붙이죠.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고. 이건 뭐, 힘들다고 우는소리 하는 고3한테 대학 가면 더 힘들다며 면박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로 그래요. 낳고 나서가 더 힘들어요. 임신 때 들었던 소리는 너만 애 낳은 것도 아니고라는 말과 함께 따라붙어요. 때로는, 남들은 다 잘하는 데 너만 왜 그러느냐는 말도 들어요. 그러니 감춥니다. 난 잘 해내고 있다고 나를 속이고 남을 속입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곪아들어가기 시작하죠. 출산 후 우울증. 호르몬 변화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내 아이의 성장이 빠르면 뿌듯하고, 아이가 아프면 내 탓인 것 같아 속상합니다. 아이의 기관지가 가늘어도, 아토피가 있어도. 임신했을 때 내가 바른 먹거리나 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출산 후 몸매 관리도 잘했던데... 육아와 일을 완벽히 병행하기도 하던데.... 집안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아이도 건강하게 케어하던데. 왜 나는 이렇게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부스스한 머리. 기미 잔뜩 껴 피곤한 몰골을 하고 있는 건지. 내 몸에서는 바디 클렌저와 샴푸 냄새 대신 비릿한 젖 냄새가 풍기는 건지. 누가 집에 찾아오는 것도, 누구를 만나는 것도 귀찮은데도 아기를 키우는 엄마와는 교류합니다. 저는 저와 동갑내기 엄마들과 교류했고,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교류했습니다.

<퍼펙트 마더>의 그녀들은 맘동네 카페에 가입해 5월맘 소모임을 만들었죠. 5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엄마 모임인데요. 저도 5월맘이기에 그녀들에게 괜히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육아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스칼렛을 주축으로 육아 정보를 교류하고, 아이 낳던 날 이야기나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자신들의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육아 스트레스가 있던 그녀들은 7월의 어느 날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술집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특히 싱글 맘인 위니는 반드시 참여하라며 거절은 거절한다!!고 했었죠.

그러나 위니와 친구들이 술집에서 모임을 갖던 그날, 위니의 아기가 사라져버립니다.

경찰은 위니의 집과 주변을 수색했지만 아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사자인 위니뿐만 아니라 모임에 함께 있었던 프랜시, 넬, 콜레트는 자신들을 자책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들의 과거나 현재는 자신들을 괴롭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사건 해결을 향해 나아갑니다.

경찰들보다, 언론보다 그녀들의 활약 덕에 심장 쫄깃함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사건의 흐름 가운데 '그녀'의 독백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된 이유라거나 심리 같은 게 보이는데요. 이것도 일종의 반전 장치로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더라구요.

그래서 좀 놀랐습니다.

이 소설은 출간 전 원고 단계에서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럴만합니다. 무척 스릴 있고 결말을 알 수 없는 - 엄마 입장에서는 공포까지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거든요.

다만, 프랜시 때문에 좀 짜증 납니다. 아니 오지랖도 정도껏이지 할 말 안 할 말 잘 못 가리고, 해도 좋은 일과 아닌 일을 구별 못하는 아아... 정말 싫은 타입인데요.

그래도. 뭐. 결국 그녀 덕분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상욱의 첫 책, <서울시>를 읽었을 때.

아니 이게 뭐야. 이게 시야? 시라고? 정말?

하면서 낄낄댔었습니다. 뭐랄까 제가 알고 있었던 기존의 시의 느낌이 전혀 없었거든요.

웃긴 글. 그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위트에 빠져들고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글 속의 의미가 좋아졌어요.

이번의 책,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가 나온다고 했을 때 라이언, 어피치에 이어 또 카카오 프렌즈가 하나 나오는군. 벌써 나오다니. 앞서의 책들이 좋긴 했지만 너무 빨리 나오니까 좀 그런데... 이번엔 읽지 말까? 했더니만 하상욱이 쓴 책이라는 거예요.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카카오 프렌즈의 욱하는 오리 튜브와 하상욱이 만나면 어떤 글이 나올까 궁금했어요.

튜브는 겁 많고 마음이 약하지만 욱하게 되면 헐크처럼 초록빛이 되고 입에서 불까지 뿜는데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평소에 얌전하고 조용하다고 만만하던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고. 튜브가 딱 그렇죠. 저도 그렇고요.(아마도?)

이 책에서도 하상욱은 특유의 짧은 글을 통해서 재미도 주고 의미도 주었어요.

그림과 함께 한 구절씩 읽다가 재미있는 글이나 와닿는 문구가 나오면 딸에게 읽어주며 함께 낄낄거리기도 했구요.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을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미운 아이 말고 사랑스러운 사람과 함께요.

미운 아이에겐 떡 하나만 더 주세요.

휴가지에서 뒹굴뒹굴하며 함께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것 같지 않은 요즘. 전건우의 <한밤중에 나 홀로>를 읽었습니다.

이 단편 소설집에 실려있는 일곱 편의 단편은 전건우의 팬이라면 낯설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중 몇 편은 다른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다행히 기억력이 부족해 어디서 읽었던 것이었는지,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나 홀로>의 띠지에 '전건우 최초 공포 단편 소설집'이라는 문구가 의아했던 건, 몇 년간 엔솔로지에서 그의 작품을 꾸준히 만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실렸던 몇 편의 단편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유령들>에 실려있었거든요. 저는 전건우의 <유령들>을 먼저 만났었기에 이 책이 그의 최초 단편 소설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실물 도서, 종이책으로는 아마 처음일 겁니다. <밤의 이야기꾼>도 여러 개의 단편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것 같은 구성이라 저는 전건우의 단편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온다 리쿠, 미쓰다 신조의 공포소설을 읽을 때에도 느꼈던 물기가 그의 책에도 있었습니다.

어둡고 습한 곳에서 기어 나오는 악의, 검은 존재, 악령이 방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옵니다.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 경계의 모호함이 꺼림직하여 어쩌면 혹시... 하는 찜찜함을 남겨 불쾌합니다. 그리고 그 불쾌함을 즐깁니다. 귀신은 무서워하지 않지만 사람을 두려워하는 저로선, 저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어느 쪽인지 모를 때 더욱 불안합니다. 그런 모호함이 이 소설에 들어있습니다. 읽고 난 후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 자신이 그런 곳에 있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여기지만 난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기에 강 건너 불구경은 할 수 없습니다.

<한밤중에 나 홀로>의 단편 중 '히치하이커(들)'이나 '취객들'을 읽을 때 더 그랬습니다. 나는 차가 없고 운전을 하지 않으니 히치하이커를 만날 일이 없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므로 취객들의 공포를 겪지 않아도 된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비슷한 일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Hard Night'에선 내가 경찰이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언제고 그 형사가 만났던 그것들을 내가 만날지도 모릅니다. 마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엔 방심할 수 없어요. 이 책의 이야기들은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나 엑스트라가 되어 그것들과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한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읽은 후가 더 불안하죠.

내가 만날 일이 없는 공포는 오로지 '구멍'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멍'의 남자가 되는 공포는 만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합니다. 쓰레기. 그가 겪는 공포에 끔찍해하면서도 시원해하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소리이지만, 철학이란 제게는 너무나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철학책을 읽는 고행을 하고 있느냐면. 그건 아마도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일거에요.

이번에 다산초당에서 나온 스벤 브링크만의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이어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기로 결정했던건데요. 단언컨대, 최근 일 년 새에 읽었던 철학책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쉽고, 삶과 밀접한 책이었습니다. 나의 행동, 생각, 그리고 타인의 것들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부터 죽음까지 한 번씩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스벤 브링크만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줄 10가지 생각을 통해 철학자의 말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사상을 전해줍니다.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아리스토텔레스)

2.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키에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로이스트루프)

7.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위의 열 가지는 격언으로서 기억해도 좋습니다만, 그 안에 담겨있는 사상과 철학을 이해한다면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겁니다.

저는 저 말들 중에서 로이스트루프의 말과 데리다의 말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카뮈의 말도, 칸트의 말도 좋았지만요.

삶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일"이며, 그것을 통해 "그 사람 삶의 무언가를 자기 손에 쥐게 되는 일"입니다. 이를 토대로 로이스트루프는 '윤리적 요구'라는 개념을 이끌어냅니다. 윤리적 요구란 바로 "당신에게 건네진 다른 사람의 삶을 보살피라는 요구"이자 책임입니다. -p. 144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애써 용서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만이 용서를 강하게 요구하기에, 용서는 그 불가능성 덕택에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용서가 불가능하다는 역설이 바로 용서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p.189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저자가 덴마크 공영방송 DR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철학 강의 시리즈를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감사의 말에 이르러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요. 어쩐지 편안한 말투와 다정한 설명이 그것 때문이었나하였습니다. 그의 이 책을 통해서 철학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고요.

아아... 나는 어쩌면 스토아학파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재미있고 편안해 가까이 두기 좋으므로 철학에 입문하고 싶은 초심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른 관점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이면서 페미니스트라니,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해 궁금했었지만, 이 책은 사랑 많고 부족한 - 세상에 부족하지 않은 부모란 과연 존재하는 걸까에 대한 의문은 뒤로 삼키고 - 아빠의 육아 분투기로 읽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성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온몸을 바쳐 육아를 하는, 그러니까 아이를 키우는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집사람'으로서 '작은 집사람'을 양육하는 서한영교의 이야기였습니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수영을 배울 수 없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는 육아를 배울 수 없다.

-p. 187

그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상을 주장하며 과격한 언어를 쏟아내는 대신,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한껏 자신의 노력을 쏟고 있는 그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세상은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화되어있고 각자의 성 역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게 사실입니다. 능력의 차이, 힘의 차이에 따른 활동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되고 여자는 저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 아니 거의 신념에 가까운 것들에 싸여서 자라온 우리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걸 바라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책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남자가 칭찬이랍시고 던지는 말이 사실은 여성 비하일 수도 있습니다. 항의를 하면 예민하게 구는 꼴이 되고요. 저자 서한영교는 그 프레임에서 나오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세상은 프레임 안에 있기에 녹록지 않습니다.

나무의 진화는 뿌리, 높이, 두께를 통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나무의 수종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젠더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여성, 남성,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등. 분화된 다양한 젠더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위해서는 진보가 아니라 진화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p.196

페미니스트이면서 시각장애인 아내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그의 주업은 '육아'입니다. 시인이기도 하고, 에디터 일을 하는 등 최소한의 벌이를 하고 있지만 '아버지'라면 돈을 많이 벌어오고 아내에게 집안일을 모두 맡기는 게 당연한 것인 이 세상에서는 한심한 사람이고, 도태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가난을 슬퍼할지언정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은, 모두가 함께하는 그 생활에 대해 감사할 거라는걸요.

언젠가 아이가 아빠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물어보면 응, 애쓰고 있어,라고 씩씩하게 대답해줄 날을 기다려본다.

-p.227

과격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세상을 싫어하는 저는. 아이를 젠더 프레임에 가두지 않기 위해 애쓰며 키웠습니다. 생각이 갇히는 게 싫었습니다. 잘 한 것 같아요. 제 아이는 의외로 무척 고지식 한 녀석이라, 만일 제가 프레임을 씌웠더라면 평생 그 안에서 살 뻔했거든요. 무척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를 씌울 뻔했어요.

남자로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여성 페미니스트보다 더 힘든 길인 것 같습니다.

어렵지만 자신의 소신대로 살고 있는, 그리고 노력하는 그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나는 다시 탄생했다. 내 안의 여성-유령과 함께 두 번째 페미니스트로. 누군가에게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 그 곁에 위치한 두 번째 자리에서 "나도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다시 선언하며 책임을 다하려는 두 번째 사람으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 그 곁에 위치한 두 번째 자리에서 "저도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합니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있으려 한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로서......

-p.2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