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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소리이지만, 철학이란 제게는 너무나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철학책을 읽는 고행을 하고 있느냐면. 그건 아마도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일거에요.
이번에 다산초당에서 나온 스벤 브링크만의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이어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기로 결정했던건데요. 단언컨대, 최근 일 년 새에 읽었던 철학책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쉽고, 삶과 밀접한 책이었습니다. 나의 행동, 생각, 그리고 타인의 것들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부터 죽음까지 한 번씩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스벤 브링크만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줄 10가지 생각을 통해 철학자의 말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사상을 전해줍니다.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아리스토텔레스)
2.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키에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로이스트루프)
7.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위의 열 가지는 격언으로서 기억해도 좋습니다만, 그 안에 담겨있는 사상과 철학을 이해한다면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겁니다.
저는 저 말들 중에서 로이스트루프의 말과 데리다의 말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카뮈의 말도, 칸트의 말도 좋았지만요.
삶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일"이며, 그것을 통해 "그 사람 삶의 무언가를 자기 손에 쥐게 되는 일"입니다. 이를 토대로 로이스트루프는 '윤리적 요구'라는 개념을 이끌어냅니다. 윤리적 요구란 바로 "당신에게 건네진 다른 사람의 삶을 보살피라는 요구"이자 책임입니다. -p. 144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애써 용서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만이 용서를 강하게 요구하기에, 용서는 그 불가능성 덕택에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용서가 불가능하다는 역설이 바로 용서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p.189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저자가 덴마크 공영방송 DR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철학 강의 시리즈를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감사의 말에 이르러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요. 어쩐지 편안한 말투와 다정한 설명이 그것 때문이었나하였습니다. 그의 이 책을 통해서 철학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고요.
아아... 나는 어쩌면 스토아학파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재미있고 편안해 가까이 두기 좋으므로 철학에 입문하고 싶은 초심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