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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평점 :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깨어있어도 깨어있는 것 같지 않은 요즘. 전건우의 <한밤중에 나 홀로>를 읽었습니다.
이 단편 소설집에 실려있는 일곱 편의 단편은 전건우의 팬이라면 낯설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중 몇 편은 다른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다행히 기억력이 부족해 어디서 읽었던 것이었는지,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나 홀로>의 띠지에 '전건우 최초 공포 단편 소설집'이라는 문구가 의아했던 건, 몇 년간 엔솔로지에서 그의 작품을 꾸준히 만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실렸던 몇 편의 단편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유령들>에 실려있었거든요. 저는 전건우의 <유령들>을 먼저 만났었기에 이 책이 그의 최초 단편 소설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실물 도서, 종이책으로는 아마 처음일 겁니다. <밤의 이야기꾼>도 여러 개의 단편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것 같은 구성이라 저는 전건우의 단편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온다 리쿠, 미쓰다 신조의 공포소설을 읽을 때에도 느꼈던 물기가 그의 책에도 있었습니다.
어둡고 습한 곳에서 기어 나오는 악의, 검은 존재, 악령이 방구석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옵니다.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 경계의 모호함이 꺼림직하여 어쩌면 혹시... 하는 찜찜함을 남겨 불쾌합니다. 그리고 그 불쾌함을 즐깁니다. 귀신은 무서워하지 않지만 사람을 두려워하는 저로선, 저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어느 쪽인지 모를 때 더욱 불안합니다. 그런 모호함이 이 소설에 들어있습니다. 읽고 난 후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 자신이 그런 곳에 있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여기지만 난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기에 강 건너 불구경은 할 수 없습니다.
<한밤중에 나 홀로>의 단편 중 '히치하이커(들)'이나 '취객들'을 읽을 때 더 그랬습니다. 나는 차가 없고 운전을 하지 않으니 히치하이커를 만날 일이 없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므로 취객들의 공포를 겪지 않아도 된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비슷한 일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Hard Night'에선 내가 경찰이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언제고 그 형사가 만났던 그것들을 내가 만날지도 모릅니다. 마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엔 방심할 수 없어요. 이 책의 이야기들은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나 엑스트라가 되어 그것들과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한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읽은 후가 더 불안하죠.
내가 만날 일이 없는 공포는 오로지 '구멍'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멍'의 남자가 되는 공포는 만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여전합니다. 쓰레기. 그가 겪는 공포에 끔찍해하면서도 시원해하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