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꽃이었으면
류인호 지음 / 이노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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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쁜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1인 출판사 이노북스에서 출판한 독립 서적 <내가 너의 꽃이었으면>인데요.


남들보다 조금 빨리 만난 이 책은 어쩌면 이렇게 예쁜지.

책 읽으며 한 메모에 예쁘다는 단어가 몇 개나 되는지.

여행기라고 보아도 좋고, 에세이라고 보아도 좋아요. 때로는 시의 언어로 되어 있기도 해요.

여행의 언어, 짧은 단상. 이별의 말조차 예뻤어요.

낭만, 즐거움, 외로움이 담겨있는 사진은 약간 차가운 핑크빛 필터로 덮여있어 내 눈은 책을 읽다 말고 잠시 머무릅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여행하다 이별합니다.

이별 후에도 다시 여행을 하죠.

저자는 여전히 여행 중입니다. 세상을 여행하고, 그녀와의 추억을 여행합니다.

예쁜 사진과 예쁜 스토리를 담고

저도 함께 여행합니다.

책은 짧고, 문장도 짧지만 행간은 짧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글과 그림과 사진과 함께 천천히 읽었으면 해요.

음악과 함께하면 더 좋겠죠.




그래요. 포레스텔라 앨범 미스티크 중 <달하 노피곰 도다샤>와 함께 읽으셔요.

세상은 잠들고

하늘도 눈 감은 밤

홀로이 피어있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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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스토리콜렉터 7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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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벽한 삶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사람들은 완벽한 삶을 동경합니다. 저마다의 기준이 달라 그 완성된 모습은 다르기에 어떤 사람은 소소한 삶,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도 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길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소소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죠. 꿈은 크게 가져야 하겠지만 닿지 않을 게 뻔한 것에 욕심을 부리다가는 호된 꼴을 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작은 꿈이었던, 남들에게는 그냥 존재하기만 해도 가질 수 있었던 그런 삶조차 가질 수 없었던 사람에겐 뭐라 말해야 좋을까요. 그건 네 욕심이니 그 꿈을 버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의 주인공 애거사의 꿈도 그렇게 큰 건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의 구성원이 되고 싶었고, 그렇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해줄 아이가 필요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손을 놓는 바람에 차에 치여 죽은 - 어디까지나 사고였지만 - 의부 동생의 죽음, 그리고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신앙생활을 했던 여호와의 증인의 장로에게 그루밍 성폭행을 당한 끝에 열다섯의 나이로 딸을 낳고 멀리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데다가 모든 손가락질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애거사였습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려 했지만 계속되는 유산과 사산 끝에 결국 이혼하고 최근에 사귀었다가 헤어진 해군 남자친구는 멀리 바다에 있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외로움. 그리고 부른 배였죠. 애거사는 아기와 함께 아이의 아빠인 남자친구를 만나기 원했습니다. 함께 완벽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또 다른 주인공 매건은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느 SNS 스타들처럼 매일 블로그를 갱신하고, 일상 블로거이자 육아 블로거이기에 협찬받은 물품들로 풍요롭게 보였지요. 멋있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게다가 셋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보이는 것일 뿐. 실은 남편과 그렇게 사이가 좋지도 않습니다. 태어날 아이 문제로 자주 다투었던 데다가 경제문제로도 싸우곤 했습니다. 또 하나, 어쩌면 이 아이는 남편의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요. 남편과 트러블이 있던 날,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의 옛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거든요.

148페이지 이후에 대해 언급하는 건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좀 지루했어요. 혹시 이게 스릴러가 아니고 다른 장르였는데 내가 마이클 로보텀이라는 이름만으로 스릴러라고 착각한 건 아닐까 의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스릴러였습니다. 그것도 애거사와 매건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훌륭한 심리 스릴러였어요. 저자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데에 무리가 있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요. 전혀요. 위화감은커녕 둘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울렁울렁.

Part 1 이 끝나갈 무렵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저는 애거사의 범행을 응원했던 건지, 누가 저 여자 좀 말려줘요, 잡아주세요라는 말 대신에 들키면 어쩌나 하여 긴장했습니다. 걱정도 했고요.

애거사가 무슨 짓을 저질렀냐고요? 매건의 아이를 훔쳤어요. 자신의 아이로 삼기 위해서.

내일이면 로리를 집으로 데려가 헤이든에게 보여줄 거고, 헤이든은 내가 얼마나 완벽한 엄마가, 그리고 얼마나 완벽한 아내가 될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내게는 이제 가족이 있다.

-p.289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애거사의 과거들, 그것들이 쌓여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게 사랑인지 알려 줄 제대로 된 보호자마저 없었기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애거사의 행적은 스릴러이며 나아가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part 2에서부터는 매건을 응원했어요. 아기를 되찾게 해주세요. 비밀이 탄로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요.

책의 맨 마지막엔, 슬펐습니다. 마지막은 슬펐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녀와는 달리 저에겐 아이가 있지만, 애거사가 원했던 완벽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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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 반품이 됩니다 - 날 함부로 대하는 못된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법
박민근 지음 / 글담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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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인간관계는 필수이지만 가장 힘든 것이기도 하죠. 저야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는 인간관계 힘들어하는 게 적지만, 대형 폭탄 같은 관계가 몇 개 있어서 나름 엄청나게 스트레스받습니다. 인터넷에서 썰을 읽다 보면 왜 저런 사람과 계속 관계를 맺는가 싶은데 아마도 손절할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하거나 손절할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냥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두 번 마주치고 말 사이나 일시적인 관계라면 그냥 참고 넘어가겠지만 계속해서 봐야 하는 사이라면 정말 힘들겠죠. 그럴 땐 좀 단호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관계 개선을 하던지 반품을 하던지.

이번에 읽은 책 <관계도 반품이 됩니다>는 제목과 표지 모두 눈을 끌었습니다. 쇼핑몰에서 잘 못 산 물건을 반품하듯이 잘 못된 만남, 잘못 꼬은 인간관계를 반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쓰레기, 자존감 파괴범 같은 사람과 더 이상 관계하지 않아도 된다면요.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가요. 쇼핑몰에서 잘 못 산 물품도 반송하기 귀찮아서 그냥 쓰는 사람이 많은 판에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게 쉽게 잘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다년간 인간관계를 잘라본 제가 말씀드리자면. 예. 힘듭니다. 자르기 전과 자른 후 무척 힘들어요. 어떤 관계는 그걸로 딱 끝나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자르려고 해도 투명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잘 자를 수 없을 때도 있거든요.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얽혀있는 경우엔 더 그렇죠.

이 책은 그런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정리해야만 하는 - 정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리 전의 스트레스보다 강하더라도- 사람들을 현명하게 잘라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관계를 정리하거나 재정비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을 잘라내겠다고 마구잡이로 칼을 들이대는 게 아닌, 신중하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이지만 저자가 심리 병원에서 인문치료를 하고 있으니만큼 뇌피셜에 의한 조언이 아니라 문학, 철학, 심리적인 근거와 상담 사례를 통해 얻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 머리에 쏙쏙, 마음에 쏙쏙 들어옵니다. 어렵지 않고 쉽습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우울하거나 답답해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시기라도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잡아 볼 수 있었거든요.

책을 덮고 나서 혹시 나는 반품 당할 사람은 아닐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썰을 보면, 피해자만 있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분명 불편하게 만드는 혹은 가해자도 있을 겁니다. 그럼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으로 양분되는 걸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나는 이쪽에서 이런 불편을 겪지만 저쪽에서는 불편을 주는 사람일 겁니다. 책을 읽으며 반품 대상에 대한 대처법을 익힘과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해 고찰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며칠 전의 저는 괴로움을 당했지만, 오늘은 폐를 끼쳤습니다.

나는 미움과 분노, 질투에 휘말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용서 훈련을 권한다.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서 연습에 앞서 감사 훈련부터 권한다. 용서의 전 단계가 바로 감사다. 감사의 마음이 늘어나야 용서도 가능하다. 이는 마음의 체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p.33

혹시 지금 당신 주변에는 반품해야 할 인간관계가 없는가? 막말과 비난, 상처 주는 말이 난무해서 내 영혼을 서서히 망가트리는 관계 말이다. 서른 즈음 나는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과 일순간 관계를 끊은 적이 있었다. 대량 반품 사태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나는 사람들과 관계가 끊기면 모든 것이 끝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비교적 잘 살고 있다. 내게 소중하고 꼭 필요 한 몇 사람만 잘 지켜낸다면 그 외의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다 견뎌 낼만하다. 그러니 반품해야만 할 것 같은 인간관계가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정리해도 괜찮다. 물론 신중한 선택은 필수이지만 말이다. - 뒤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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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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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양이 날인 오늘,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진 책을 읽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오늘 읽은 건 아니고... 며칠에 걸쳐서 읽었지만 오늘 완독을 하였으므로 오늘 읽었다고 치기로 했습니다. 날이 무덥다 보니 일일 일독이 힘듭니다. 가끔은 밭에 가서 가지나 오이, 고추 등을 따오기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이른 아침에 가더라도 햇볕의 따가움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모기의 공습을 받기도 하고요. 가끔은 하얀 강아지가 콩밭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목줄이 없는 걸 보면 주인 없는 개인 거 같기도 한데, 혹시 작년에 밭을 지키던 어린 개, 순이의 짝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녀석이 경계할까 봐 아는 체 안 하고 그냥 스윽 지나갑니다. 만약에 저와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다가올 테지요. 제가 먼저 접근하면 겁을 먹을 겁니다. 저는 그 녀석보다 커다란 사람이니까요. 가끔은 꿩이 푸드덕 날아가기도 합니다. 척 보고 꿩인 걸 알았으니 그 녀석은 아마 장끼일겁니다. 전 까투리랑 멧비둘기를 구별 못하니까 제 눈에 꿩으로 보였으면 녀석은 분명 장끼입니다. 옛날 전래동화에서 꿩이 콩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습니다. 혹시 장끼전이라는 동화였던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기억나지 않습니다. 콩을 좋아하는 꿩은 콩밭에서 푸드덕 날아올랐습니다. 무화과나무들 사이에서 족제비의 시체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미 내장은 누가 파먹고 없더군요. 며칠 후 족제비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본 사람이 없대요. 저만 보았습니다. 그럼 그건 누가 치웠을까요? 밭에 살고 있는 수많은 - 제가 모르는 동물이 말끔히 치웠겠죠. 어쩌면 쥐가 가져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나절 동네 산책을 다니면 고양이들과 마주칩니다. 인사를 하면 도망가므로 모르는 체, 안 본 체하고 지나갑니다. 그들은 뭐라고 생각할까요? 제가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마당 고양이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와서 다리에 머리를 비비고 가기도 합니다. 그건 아주 드문 일로, 집사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올 때 함께 나와주는 다정한 고양이가 저에게도 관심을 보였을 때였습니다.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이라는 책은 주변에 존재하는, 혹은 좀 멀리에 존재하는 여러 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나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하도록 길들여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입니다. 고양이는 자신이 인간에게 다가왔다는 것이 정설인 반면, 개의 경우 늑대의 새끼를 가축화했다는 것이 보통의 의견이지만 실은 공생하기 위해 함께 했을지도 모릅니다. 25년 전쯤 읽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그런 장면을 본 것 같습니다. 어라, 책 제목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만, <세상의 모든 딸들>의 저자가 이 책,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의 저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M. 토마스였군요. 뜻밖의 발견입니다. 심지어 올해 동 출판사인 홍익출판사에서 개정판을 출간했고요. 글 쓰다 말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척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뜻밖의 만남이라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여러 번 저를 즐겁게 하는군요.

오늘자 매경신문에 '달에 추락한 이스라엘 달 탐사선에 실려있던 수천 마리의 곰벌레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거든요. 곰벌레라니. 제가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게 뭔지 몰랐을 겁니다. 물론, 기사에서도 그 녀석의 생명력이라거나 특이한 점을 설명해두었지만,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을 통해 흥미를 갖지 않았더라면 이 기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참 신기한 벌레거든요. 이 책에서는 물곰이라고 했지만 영어로 된 이름이 같아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무척 반가웠어요.

이렇게 반가운 일들이 많았던 이 책은 내가 보는 동물들, 내가 마주치는 동물들이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동물과의 교감은 사람끼리의 교감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가 느끼는 기쁨, 공포, 불안, 안도를 감지해서 그로 인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위협이 되는 예보다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우리 같은 사람과는 다른 어떤 정신적 언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물의 생태를 잘 알기에 행하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위험천만한 일들을 평화롭게 넘깁니다. 이를테면 곰과 마주쳤을 때의 행동 같은 거요. - 저 역시 곰을 만나면 죽은 체 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겠지만 그들처럼 대담하게, 평화롭게 자연스럽게 넘기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동물들은 희한하게 공포를 잘 읽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공포를 읽기도 하죠. 서로 다른 종으로서 상대를 경계하는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책에서 말하듯 학습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낯선 동물을 만나는 건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눈앞에서 꿩이 푸드덕 날아간다거나, 족제비가 뛰어간다거나 두더지가 뽈랑뽈랑 어딘가로 가고 있다거나 하는 걸 보면 경이롭기도 하지만 뱀이랑은 만나기 싫어요.

작가들의 평화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신기해하지만 사자나 퓨마와 맞닥뜨렸을 때의 이야기 같은 건 정말 무섭습니다. 눈을 바라보며 그가 떠날 때까지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정신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거... 함부로 따라 하면 죽을 겁니다. 저의 경우 100퍼센트 확률로 죽습니다. 왜냐하면 전 공포를 품을 거니까요. 사자한테 읽히고 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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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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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함덕 해수욕장은 극성수기입니다. 상어가 나타났던 날은 어찌되는 걸까 궁금했지만 문제없이 다 해결되고 해수욕객들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도 하고 스노클링을 하기도 합니다. 조금 깊은 다른 바다에서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투명 카약을 타기도 하죠. 내일 올라오는 태풍, 그 뒤를 이어 올라오는 태풍이 해수욕장의 열기를 잠시 식히겠지만 그래도 늦은 휴가를 즐기는 여행객이나 현지인들이 계속 바다를 즐길 거예요. 인근 리조트나 펜션들은 여전히 바쁘거든요. 이렇게 즐거움과 열기가 가득한 바닷가 관광지이지만 구석구석에서는, 아니 바닷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하지만 얼마 전의 뉴스, 그리고 그전의 뉴스들은 바다만 알고 있던 슬픈 사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지요.

<썸씽 인 더 워터>에서는 신혼여행의 달콤함 중 만났던 바다의 폭풍, 그 뒤 건져낸 가방 하나가 그들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가방 안에는 거액의 지폐와 고가의 다이아몬드 여러 개, 그리고 권총 한 자루와 USB 메모리가 있었습니다. 결혼 전 실직한 남편 마크와 다큐멘터리 제작 중인 에린에게 이 돈의 발견은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만일 제가 해안가에 떠내려온 똑같은 상황의 가방을 발견한다면 어떨까요? 도덕적으로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쩌면 현금은 챙기고 나머지만 발견한 척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렇게 쓰고 나니까 무서워지는데요. 그냥 신고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길에 떨어져 있는 만원 한 장이라면 모를까, 갑자기 겁이 나네요. 마크와 에린도 겁이 나긴 했지만 가방을 발견한 곳 깊은 바닷속에서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하자 이 돈을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코 정상정인 돈일 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약간의 꾀를 내어 흔적을 지운 후 귀국합니다. 그리고 스위스에 비밀 계좌를 만들어 돈을 집어넣습니다. 문제는 다이아몬드와 USB입니다. 차라리 버리지. 다이아몬드 역시 어마어마한 금액이니 버리지도 못합니다. 이걸 처분하는 문제가 생기죠.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이 소설은 에린이 남편 마크를 묻기 위한 무덤을 파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마크가 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했더라면 그녀가 직접 제 손으로 무덤을 파는 일은 없었을 텐데.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것 같았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마크를 땅에 묻어야만 했던 걸까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썸씽 인 더 워터>는 작은 불안감과 커다란 불안감이 끊임없이 따라옵니다. 그냥 사이좋게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순간에도 초조하고 불안해요. 그냥 바다를 즐길 뿐인데. 마크는 에린이 조금 싫어하는 것 같아도 그녀를 끌고 가려는 성향이 있고, 에린은 너무너무 싫은 일이어도 마크에게 맞춰주려는 성향이 있었습니다. 좀 짜증 나지만 실제로 있는 커플이라면, 알아서 하겠지... 공연한 오지랖일 수 있으니 참견하지 말아야지... 하며 답답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오지랖 좀 부릴 걸 그랬나 봐요.

그렇지만 에린을 멀리서 지켜보던 왕년의 갱이자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이조차 부리지 않았던 걸 제가 일부러 나서서 참견할 수도 없었겠죠. - 그냥 멋대로 그래보라고 한들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면서.

이 커플이 발견한 것들이 비극과 희극을 낳았는데요.

스릴로 꽉 차 있는 그들의 며칠이었지만 전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좀 더 미래로 간다면 모르겠지만.

에린이 '그'의 말을 잘 지킨다면 아마 정말로 좋은 날들이 이어질 거예요.

<썸씽 인 더 워터>는 영화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첫 번째 소설인데요. 리즈 위더스푼에 의해 영화화가 확정되었답니다. 그럴만해요.

폭풍우 치는 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읽으면 더 좋을 스릴러 소설 <썸씽 인 더 워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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