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스토리콜렉터 7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완벽한 삶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사람들은 완벽한 삶을 동경합니다. 저마다의 기준이 달라 그 완성된 모습은 다르기에 어떤 사람은 소소한 삶,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도 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길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소소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죠. 꿈은 크게 가져야 하겠지만 닿지 않을 게 뻔한 것에 욕심을 부리다가는 호된 꼴을 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작은 꿈이었던, 남들에게는 그냥 존재하기만 해도 가질 수 있었던 그런 삶조차 가질 수 없었던 사람에겐 뭐라 말해야 좋을까요. 그건 네 욕심이니 그 꿈을 버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의 주인공 애거사의 꿈도 그렇게 큰 건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의 구성원이 되고 싶었고, 그렇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해줄 아이가 필요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손을 놓는 바람에 차에 치여 죽은 - 어디까지나 사고였지만 - 의부 동생의 죽음, 그리고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신앙생활을 했던 여호와의 증인의 장로에게 그루밍 성폭행을 당한 끝에 열다섯의 나이로 딸을 낳고 멀리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데다가 모든 손가락질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애거사였습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려 했지만 계속되는 유산과 사산 끝에 결국 이혼하고 최근에 사귀었다가 헤어진 해군 남자친구는 멀리 바다에 있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외로움. 그리고 부른 배였죠. 애거사는 아기와 함께 아이의 아빠인 남자친구를 만나기 원했습니다. 함께 완벽한 삶을 살고 싶었어요.

또 다른 주인공 매건은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느 SNS 스타들처럼 매일 블로그를 갱신하고, 일상 블로거이자 육아 블로거이기에 협찬받은 물품들로 풍요롭게 보였지요. 멋있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게다가 셋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보이는 것일 뿐. 실은 남편과 그렇게 사이가 좋지도 않습니다. 태어날 아이 문제로 자주 다투었던 데다가 경제문제로도 싸우곤 했습니다. 또 하나, 어쩌면 이 아이는 남편의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요. 남편과 트러블이 있던 날,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의 옛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거든요.

148페이지 이후에 대해 언급하는 건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좀 지루했어요. 혹시 이게 스릴러가 아니고 다른 장르였는데 내가 마이클 로보텀이라는 이름만으로 스릴러라고 착각한 건 아닐까 의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스릴러였습니다. 그것도 애거사와 매건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훌륭한 심리 스릴러였어요. 저자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데에 무리가 있진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요. 전혀요. 위화감은커녕 둘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울렁울렁.

Part 1 이 끝나갈 무렵 무척 조마조마했습니다. 저는 애거사의 범행을 응원했던 건지, 누가 저 여자 좀 말려줘요, 잡아주세요라는 말 대신에 들키면 어쩌나 하여 긴장했습니다. 걱정도 했고요.

애거사가 무슨 짓을 저질렀냐고요? 매건의 아이를 훔쳤어요. 자신의 아이로 삼기 위해서.

내일이면 로리를 집으로 데려가 헤이든에게 보여줄 거고, 헤이든은 내가 얼마나 완벽한 엄마가, 그리고 얼마나 완벽한 아내가 될 수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내게는 이제 가족이 있다.

-p.289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애거사의 과거들, 그것들이 쌓여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게 사랑인지 알려 줄 제대로 된 보호자마저 없었기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애거사의 행적은 스릴러이며 나아가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part 2에서부터는 매건을 응원했어요. 아기를 되찾게 해주세요. 비밀이 탄로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요.

책의 맨 마지막엔, 슬펐습니다. 마지막은 슬펐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녀와는 달리 저에겐 아이가 있지만, 애거사가 원했던 완벽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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