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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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앞에 두고 처음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고2 때부터 궁금했으나 알 수 없었던 그 세계를 이해해야만 하는 때가 드디어 도래하였는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이전부터 읽고자 하였으나 제 지식은 빅뱅 이전 혼돈의 시대에 머물러 있으니 어찌 감히 접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책은 혹시 이해를 못 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오디오 강의나 유튜브 강의가 있으니 용기를 내자고 스스로의 용기를 북돋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천문학 책이 더 이상 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게 서술되어 있었으며 정돈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독자가 하늘을 바라보고 거기에 별이 있다는 것만 알지 천문학에 대한 지식은 제로라는 걸 마치 염두에 둔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천공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으로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의 강의를 엮었습니다.

혹시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청취자이거나 JTBC '차이나는클라스' 강의를 통해 윤성철 교수를 만나본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윤성철 교수의 강의가 처음이라 약간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늘의 별을 사랑해 아마추어 천문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동생과는 달리, 저는 별자리의 전설을 떠올렸던 문과 감성 충만한 이과였기에 고등학생 때 몇 파섹... 겉보기 등급 이런 이야기할 때 이미 천문학과는 작별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설보다 더 가까운 과학이기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볼까 말까 망설였었고, 아이가 <코스모스>를 읽을 때에도 저는 고3 때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구해 읽다가 좌절한 경험을 떠올리며 다른 과학책은 몰라도 천문학에 관한 과학 책은 좀 두려워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천문학 책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더 이상 김수현만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라 우리 모두 별에서 왔음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온 우주에 물질들이 흩어져 대 혼돈의 시기에 우연히 일어난 빅뱅은 별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 생명이 시작되는 시초가 되었으니 그 거대하고 위대한 사건을 떠올리면 마치 신화의 그 무엇 같기도 하여 장엄함에 가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우리 인간의 DNA에 새겨진 정보와 원소들은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했던 그것이라는 문구는 나 역시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나라도,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우주의 한 부분이니 아름답지 않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면 이 책이 우주에 관한 감상적인 말이나 늘어놓는 그런 책으로 오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닙니다.

고대인들이 생각해고 있던 우주,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어지는 과정. 그들이 고민했던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증명.

케플러, 갈릴레이, 허블, 아인슈타인...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깊이 들어가려면 무척 어려운 부분이 되겠지만 하늘에 별이 있구나... 하는 정도만 아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하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두려워했던 저도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마지막에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는데요.

과학 책에서도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있구나....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 생명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제주에 사는 저는 깜깜한 밤에 동네 빈터에 나가 하늘을 보면 아직도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다볼 수 있습니다.

시야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 없이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광활한 우주에 나 혼자뿐인 것 같다는 외로움 같은 거죠.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를 것 같습니다. 나 역시 우주의 일부고 저 하늘 별들과 함께 하는 거니까 외롭지 않아요.

과학책을 읽고 난 결론이 이런 것이라니.

조금 부끄럽고, 조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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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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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용자라면 친숙한 캐릭터 브라운이 친구들과 함께 책으로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라인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라인 유저들에게도 무척 친숙한 캐릭터죠. 


언뜻 무뚝뚝해 보이는 브라운이지만 사실은 속이 깊다는 거, 저는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브라운은 말을 아끼는 대신 친구들의 마음을 살피면서 그들이 원하는 걸 알아내 척척 해결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세심하게 살피다니. 


도리어 그러다가 신경쇠약으로 기절하는 게 아닐까 염려됩니다.



이렇게 남의 마음을 잘 살피고 들어주는 브라운이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눈치채지 못하는 바보가 될 때도 있어요.


코니를 향한 마음을 심장 질환으로 오해하다니.


완벽해 보이는, 그리고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브라운에게 이런 허점이 있다니 점점 더 매력이 느껴지더군요. 


자신의 사랑을 눈치챈 브라운. 


이제는 완벽한 조건에서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고백을 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일이 있을 수 있나요.


브라운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하지만 뭐 어때요. 사랑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걸요.



어떤 마음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


-p.154



남의 마음을 지나치게 헤아리다 보니 친구들의 부탁도, 낯선 이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해 특훈이 필요한 브라운이지만 


상냥한 마음만은 누구 못지않아 오늘도 라인 프렌즈의 든든한 히어로가 됩니다. 


쉿. 비밀인데요. 


브라운은 번개를 맞으면!!!!





어디든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모험할 준비는 이미 끝난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흥미진진한 모험 같을 테니까.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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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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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비뚤어진 사랑으로 남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을 고르겠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자신의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그런 범죄자는 아무리 사이코패스에 관한 책을 읽고 스릴러를 읽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떤 소설 중에서는 가끔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 이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정말 아픈 마음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려가며 악한 행위를 하는, 네가 나쁜 놈이라는 건 알겠는데도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은 이해할 수 없어,라는 감정을 자아내는 주인공도 있습니다만, <살인자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범죄자는 그냥 범죄자입니다. 그는 그 여자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일단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사랑할 셈인가 하여 지켜보아도 헛된 수고입니다. 특별하거나 특정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자신의 옆에 두고 싶어 해요.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는 타입도 아닙니다. 그저 죽여서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 옳거니. 커다란 인형처럼 함께 있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죽은 여자의 상태가 생각처럼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시체는 이내 썩고 만다는 걸요.

범죄자는 그걸 겪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그래서 썩지 않는 상태로 함께하려 합니다.

어디서 정보를 긁어모았겠죠. 요즘은 유튜브나 구글 검색하면 간단한 사제폭탄 만드는 법도 알 수 있다던데. 시신 방부 처리하는 방법도 검색할 수 있을 겁니다. 호기심이 일었지만 혹시나 정말 나올까 봐 무서워서 검색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나왔을 거예요. 아무튼 어디선가 얻은 지식으로 시신을 방부처리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 며칠 지나지 않아 시체가 썩기 시작하고 놈은 시신을 유기합니다. 마치 이별하는 연인 같은 애틋한 마음으로.

이런 식의 이별을 세 차례. - 사실은 2.5 차례이지만- 겪었을 무렵 그가 활동하는 시카고로 한 명의 FBI 요원 테이텀과 범죄심리학자 조이가 날아옵니다.

본디 콤비가 아니었던 그 둘은 시카고에서부터 부딪힙니다. 거센 충돌을 하는 건 아니지만 조이의 스타일과 테이텀의 스타일이 잘 맞지 않아 그렇습니다. 그들 각각은 능력도 매력도 충분합니다.

조이는 사춘기 시절 호되게 무서운 일을 겪습니다. 그 일은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가 범죄심리학자가 되는데 일조하였고, 그 분야에서는 무척 유명한 인사가 되었지만 과거의 사건을 추적할 때만큼은 14세의 소녀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과거 조이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진행되며 한 군데에서 만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때의 긴장감과 스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테이텀이 그의 할아버지가 벌이는 말썽 때문에 골머리 썩는 코믹함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조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긴장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긴장과 유머의 텐션이 좋습니다. 너무 가볍게 흘러가지도 않고 너무 억죄어서 힘들게 하지도 않습니다. 장면이 눈앞에 그려질 때면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이내 숨통을 풀게 하는 그 밸런스가 참 좋습니다.

가볍게 쥐었다가 놓지 못하고 내쳐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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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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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사직서 한 통쯤은 품고 있잖아요.


위아래로 치이는 회사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에 몸을 삭혀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주말과 월급날을 희망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은 갑자기 사직서를 던지고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그런데 나오면 뭐 할 거야?


프리랜서가 가능한 직종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치킨집을 차려볼까 하는데 국내 치킨집 숫자가 전 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수보다 많다는 걸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다시 업무로 복귀하곤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는 자기관리를 잘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세운 것들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그리고 어쩌면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라고 정말로 시간을 프리하게 - 제멋대로 다루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백수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걸핏하면 집에서 노는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인데 말이죠.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의 저자 도란은 5년 차 프리랜서입니다. 충동적으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온 게 아니라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9년 동안 거쳐온 회사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영역이자 복잡한 피로감으로 뒤엉킨 공간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모든 감정을 샅샅이 태워야 할 것 같은 회사 생활에 이별을 고했다.'고 해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저는 가끔 심하게 아플 때면 며칠 동안 자리 보존하고 눕는데요. 아픈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만일 내가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라도 나는 지금처럼 누워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요. 집에서 일을 하건 나가서 일을 하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변함없어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몸이 아플 땐 정말 서럽잖아요. 이러다가 정말 회사에서 쓰러져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프리랜서의 장점이라는 건 아플 때 아파도 된다는 거. 우울하면 울 수 있다는 거. 정말 힘들면 쉴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그런 것들이 게으름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잘 관리하는 프리랜서는 정말 멋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하고 있는 번역가님이 계신데,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스케줄을 소화합니다. 규칙적인 그분의 생활을 보며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가끔 스스로는 나태해졌다고 생각하는 듯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누구나 프리랜서가 되면 그럴 수 있다고, 회사 다니는 셈 치고 출퇴근 시간을 지키겠다고 마음먹겠지만 실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이 책의 저자 도란도 그렇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시간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그대로 지키려 애씁니다. 집에서 원고를 만지는 날에는 아무렇게나 점심을 챙기기 일쑤지만, 그마저도 가끔은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을 챙깁니다.


집에서만 원고를 쓰는 프리랜서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보통 외부 취재를 바탕으로 일을 합니다.


클라이언트와 인터뷰이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좋은 분들만 만난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화학에 일정성분비의 법칙이 있듯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 일정 성분비가 있나 봅니다. 스쳐 지나가는 인터뷰이보다는 클라이언트에게, 계약한 회사에 받는 상처가 더 큽니다.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도란 작가의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프리랜서라는 만만치 않은 세상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준비가 되었다면


프리랜서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갈 준비가 되었다면


과연 내가 생각하는 세상과 실제의 세상이 같은 것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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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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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카레를 처음 보았던 어린 시절, 참 신기했어요. 레시피가 적혀있는 요리 가루는 처음이었거든요. 다른 음식은 어른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요리책을 찾아봐야 했는데. 카레 봉지에는 재료랑 분량이 다 나와 있었으니, 라면도 아닌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좀 커가면서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요.

카레는 양파, 감자, 고기, 당근의 조합으로 만드는데 하이라이스도, 고기 감자조림 덮밥도 거의 같은 재료였어요. 뭐지. 재료가 흔해서 그런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카레 스파이스가 일본에서 고기 감자조림의 재료에 응용이 되어 우리나라로 전해져서 재료가 비슷한 거였습니다.

한편, 후나츠 카즈키의 <화려한 식탁>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카레는 일본에서 변형된 카레로 진짜 카레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정통 카레는 만들지 못해도 이 만화에서 본 것처럼 기본 카레에 이것저것 조금씩 넣어서 변화를 줘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맛의 카레를 시도했는데요. 덕분에 인스턴트 카레는 우리 집에서 향신료로도 사용되고 양념으로도 사용되고 때로는 제 용도인 덮밥 소스가 되기도 합니다. 1Kg 짜리는 너무 커서 500g 짜리로 사다 두고 쓰고 있어요. 너무 많이 먹으면 위가 쓰린데요. 그래서 인도 카레집에서는 라씨 같은 발효 음료를 곁들이나 봅니다.

일전에 모리에다 다카시의 <카레라이스의 모험>을 읽었습니다. 일본에 들어온 카레가 어떻게 변천하여 현재에 이르렀나 하는 흥미로운 책이었는데요. 모리에다 다카시는 <화려한 식탁>의 감수자여서 반가운 마음에 즐겁게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는 가라시마 노보루의 책으로, 저자는 카리야 테츠의 유명한 미식 만화 <맛의 달인> 24권에 출연한 바 있는 카레 박사입니다. <맛의 달인>을 본지 오래되어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24권의 부제가 '카레 승부'였던 만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작가의 글에 따르면 '카레 관련 서적을 쓴 인도 역사 전문가 가라시마 선생님'으로 등장하였다고 하는군요.

저자는 인도 유학시절부터 인도 여행에 이르기까지 직접 맛보았던 인도 음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카레란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인도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인도 요리를 테마로 하여 풀어낸 인도 문화에 관한 '문화론'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카레의 어원은 여러 가지 짐작이 있습니다만, 결국엔 인도 요리에 사용하는 스파이스의 총칭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보았던 카레는 강황 때문에 노란색을 띠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에 많아져 방문하기 쉬워진 - 그러나 가격은 편안하지 않은 - 카레 전문점에서 보는 카레 요리는 초록색, 주황색, 갈색 등등 여러 가지입니다. 주재료의 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스파이스의 배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향신료의 배합에 따라 달라지므로 집집마다 특유의 향과 맛이 있기도 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서도 상당히 달라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와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인데 특히 어떤 종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힌두교 신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소고기를 넣지 않는 것처럼요. 닭을 많이 사용하는 지역도 있고 양고기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는가 하면 절대적으로 엄격하게 불살생을 원칙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채소만 들어간 카레 음식을 먹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음식을 '인도 요리'라고 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면 인도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통일성을 가진 인도 음식, 인도 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도는 다양성을 지닌 문화권이며 동시에 하나의 통일성을 지닌 지역이다. 중요한 것은 통일성이 다양성을 배제하고 무언가 단일한 것으로 통일하지 않고 다양성을 허용하는 형태로 통일했다는 점이다.

-p.219

카레라고 말하면서 사실 치킨 코르마라거나 탄두리 치킨이라거나 하는 것도 커리 음식이라는 걸 알면서 자꾸만 걸쭉한 카레, 밥에 얹어 먹는 카레가 상상됩니다. 한 번 잡힌 고정관념은 쉬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봅니다.

<화려한 식탁>을 볼 때만 하더라도 구하기 어려웠던 향신료들을 지금은 우리도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터머릭, 커민, 코리앤더, 후추, 겨자는 중형급 이상의 마트라면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인도 가정처럼 스무 가지쯤 되는 향신료를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약간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인도 가정의 주방에는 반드시 빌트인 돌절구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혼합 스파이스나 혼합 재료가 나와있어 그걸 사용하는 집도 많아졌고, 레토르트 파우치 제품도 나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고전적인 방법을 선호하기도 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에는 친절하게도 몇 개의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향신료 이름만 봐도 어질어질하여 이것저것 해 볼 수는 없겠지만 탄두리 치킨은 시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탄두리가 있어야 하겠지만 레시피대로 따라 하면서 오븐에 구워도 된다니 정확하게 같은 맛은 아니겠지만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났더니 이제 난과 차파티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난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이랑 반죽해서 뭔가를 구워 카레를 찍어 먹었었는데, 그게 바로 차파티였지 뭡니까. 레시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나는 차파티를 구울 줄 아는 사람이었어.

책 뒤에는 카레 관련 용어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카레 전문점에 적혀있는 메뉴를 보며 이건 뭘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책의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부록도 즐거웠던 책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였습니다. 상당히 쉽고 즐겁게 쓰여있어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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