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 한 통쯤은 품고 있잖아요.
위아래로 치이는 회사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에 몸을 삭혀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주말과 월급날을 희망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은 갑자기 사직서를 던지고 뛰쳐나오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그런데 나오면 뭐 할 거야?
프리랜서가 가능한 직종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치킨집을 차려볼까 하는데 국내 치킨집 숫자가 전 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수보다 많다는 걸 떠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다시 업무로 복귀하곤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는 자기관리를 잘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세운 것들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그리고 어쩌면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라고 정말로 시간을 프리하게 - 제멋대로 다루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백수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걸핏하면 집에서 노는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인데 말이죠.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의 저자 도란은 5년 차 프리랜서입니다. 충동적으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온 게 아니라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9년 동안 거쳐온 회사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영역이자 복잡한 피로감으로 뒤엉킨 공간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모든 감정을 샅샅이 태워야 할 것 같은 회사 생활에 이별을 고했다.'고 해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저는 가끔 심하게 아플 때면 며칠 동안 자리 보존하고 눕는데요. 아픈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만일 내가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라도 나는 지금처럼 누워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요. 집에서 일을 하건 나가서 일을 하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변함없어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몸이 아플 땐 정말 서럽잖아요. 이러다가 정말 회사에서 쓰러져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프리랜서의 장점이라는 건 아플 때 아파도 된다는 거. 우울하면 울 수 있다는 거. 정말 힘들면 쉴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그런 것들이 게으름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잘 관리하는 프리랜서는 정말 멋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하고 있는 번역가님이 계신데,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스케줄을 소화합니다. 규칙적인 그분의 생활을 보며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가끔 스스로는 나태해졌다고 생각하는 듯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누구나 프리랜서가 되면 그럴 수 있다고, 회사 다니는 셈 치고 출퇴근 시간을 지키겠다고 마음먹겠지만 실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이 책의 저자 도란도 그렇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시간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그대로 지키려 애씁니다. 집에서 원고를 만지는 날에는 아무렇게나 점심을 챙기기 일쑤지만, 그마저도 가끔은 자신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을 챙깁니다.
집에서만 원고를 쓰는 프리랜서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보통 외부 취재를 바탕으로 일을 합니다.
클라이언트와 인터뷰이 모두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좋은 분들만 만난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화학에 일정성분비의 법칙이 있듯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 일정 성분비가 있나 봅니다. 스쳐 지나가는 인터뷰이보다는 클라이언트에게, 계약한 회사에 받는 상처가 더 큽니다.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도란 작가의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프리랜서라는 만만치 않은 세상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준비가 되었다면
프리랜서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나갈 준비가 되었다면
과연 내가 생각하는 세상과 실제의 세상이 같은 것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