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비뚤어진 사랑으로 남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을 고르겠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자신의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그런 범죄자는 아무리 사이코패스에 관한 책을 읽고 스릴러를 읽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떤 소설 중에서는 가끔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 이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정말 아픈 마음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려가며 악한 행위를 하는, 네가 나쁜 놈이라는 건 알겠는데도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은 이해할 수 없어,라는 감정을 자아내는 주인공도 있습니다만, <살인자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범죄자는 그냥 범죄자입니다. 그는 그 여자를 사랑한 적도 없어요.

일단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사랑할 셈인가 하여 지켜보아도 헛된 수고입니다. 특별하거나 특정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자신의 옆에 두고 싶어 해요.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는 타입도 아닙니다. 그저 죽여서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 옳거니. 커다란 인형처럼 함께 있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죽은 여자의 상태가 생각처럼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시체는 이내 썩고 만다는 걸요.

범죄자는 그걸 겪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그래서 썩지 않는 상태로 함께하려 합니다.

어디서 정보를 긁어모았겠죠. 요즘은 유튜브나 구글 검색하면 간단한 사제폭탄 만드는 법도 알 수 있다던데. 시신 방부 처리하는 방법도 검색할 수 있을 겁니다. 호기심이 일었지만 혹시나 정말 나올까 봐 무서워서 검색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나왔을 거예요. 아무튼 어디선가 얻은 지식으로 시신을 방부처리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 며칠 지나지 않아 시체가 썩기 시작하고 놈은 시신을 유기합니다. 마치 이별하는 연인 같은 애틋한 마음으로.

이런 식의 이별을 세 차례. - 사실은 2.5 차례이지만- 겪었을 무렵 그가 활동하는 시카고로 한 명의 FBI 요원 테이텀과 범죄심리학자 조이가 날아옵니다.

본디 콤비가 아니었던 그 둘은 시카고에서부터 부딪힙니다. 거센 충돌을 하는 건 아니지만 조이의 스타일과 테이텀의 스타일이 잘 맞지 않아 그렇습니다. 그들 각각은 능력도 매력도 충분합니다.

조이는 사춘기 시절 호되게 무서운 일을 겪습니다. 그 일은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가 범죄심리학자가 되는데 일조하였고, 그 분야에서는 무척 유명한 인사가 되었지만 과거의 사건을 추적할 때만큼은 14세의 소녀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과거 조이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진행되며 한 군데에서 만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때의 긴장감과 스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테이텀이 그의 할아버지가 벌이는 말썽 때문에 골머리 썩는 코믹함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조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긴장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긴장과 유머의 텐션이 좋습니다. 너무 가볍게 흘러가지도 않고 너무 억죄어서 힘들게 하지도 않습니다. 장면이 눈앞에 그려질 때면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이내 숨통을 풀게 하는 그 밸런스가 참 좋습니다.

가볍게 쥐었다가 놓지 못하고 내쳐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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