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인문학 - 50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나와 세계에 대한 짧은 교양
이준형.지일주 지음, 인문학 유치원 해설 / 나무의철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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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마치고 뉴스 기사를 읽습니다. 불쾌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뉴스를 읽다가 어쩌다 한 두건의 훈훈한 기사에 눈물을 찍어내고 나면 다시 불쾌한 뉴스를 만납니다. 한동안 뉴스 따위 보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시대가 오니 자의반 타의 반으로 뉴스를 열게 됩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도 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데 나는 왜 아침에 뉴스를 보는 걸까, 무언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 아니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하루 10분 인문학>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을 할애해 페이지를 읽고, 나에게 묻는 멈춤을 가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1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생각의 화두. 그렇지만 얻어지는 건 커다란 무엇이었습니다. 스스로 사유하여 자신을 기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 '100일 철학 하기'로, 인문학의 상징 바칼로레아 문제로 필수 교양이라고 하더군요. 바칼로레아라고 하면 프랑스의 입학시험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의 수능과는 좀 다른 걸까요? 책에 등장하는 인문학적인 질문은 30초 안에 지문을 읽고 10초 만에 판단해야 하는 수능과는 달랐습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에 한 층 가까워질 수 있는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 같았습니다.



괜히 '철학'이라는 단어 앞에 주눅 들지 마세요. 그저 50일간 나와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로 생각하고 질문에 답해주세요. 책을 읽어나가며 자연스럽게 느끼겠지만 철학은 대단한 진리를 알려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각자의 삶과 세계에 대한 최선의 답을 내놓은 것뿐이죠. 그러니 질문에 답하는 순간만큼은 당신도 철학자가 되는 거예요.


-p.9



한 가지 주제가 짧게 쪼개져있어 인문학 이야기를 하는 페이지에서는 동서양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하여 현대 사회인이 몸과 정신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척 다정한 문체라 홀린 듯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물음을 던집니다. 이야기를 읽고 물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생각하다 보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자라나는 것을 느낍니다.



이를테면 117페이지의 물음 같은 것.


내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문학의 질문은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일까,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일까?"로, 정- 반 - 합의 변증법으로 역사를 해석한 헤겔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묻기'에서 헤겔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건 - 단순하게는 '알람'이겠지만,


실은 웃는 얼굴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뜹니다. 거의 12년간 단 한 번도 찡그리거나 짜증 내는 얼굴로 등교 시킨 적이 없다면 믿으실까요. 아이가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엄마에 대한 기억은 웃는 얼굴과, 사랑한다는 말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를 떠올리며 사랑받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이의 역사에 새겨질 한 부분일까요? 헤겔과는 관계없지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책을 펼치고 하루 10분씩 할애하여 읽고 생각하며 메모해 나가다 보면 삶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때로는 인문학 이야기와 상관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때도 있겠지만, 괜찮지 않나요? 내가 생각하고 존재하니 그것 또한 인문일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가 철학의 종말,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철학이나 인문학의 가치가 이 시대에 이르러 소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지난 50일의 철학이 당신의 생각을 바꿨나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생각을 토대로 세상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실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370



** 토네이도 출판사(나무의 철학)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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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경제학 - 84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영주 닐슨 지음 / 러닝핏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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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제일 먼저 뉴스 기사를 읽습니다. 


답답한 뉴스, 슬픈 뉴스, 끔찍한 뉴스가 가득한 그것을 아침을 여는 데 이용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청소를 하며 짜증 나는 기분은 날려버리고 정보만을 기억합니다. 이런 아침 습관이 있는 제가 슬그머니 피하는 두 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포츠이고 또 하나는 경제면입니다. 어차피 읽어도 잘 알지도 못하는 거 그냥 눈동자가 허공을 헤맬 뿐 읽어서 뭐 하겠나 싶기도 하고, 특히 현재 동향 같은 건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영화 <블랙 머니>를 봐놓고 스토리 흐름은 알겠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잘 이해를 못 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건을 추려놓은 글들을 읽고 다녀도 더 모르겠더군요. 뭔가 기본 지식이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도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영화의 경우엔 금융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이 거슬렸던 이유도 있었지만요.



아무튼 저는 경알못입니다. 경제를 알지 못해요. 사는데 지장이 있었던가? 많았겠죠. 투자나 재테크를 할 생각도 없었지만 아무튼 경제관념이 없습니다. 낭비하는 쪽은 아닌데 수입 창출도 못해요. 


그래서 어쨌든 애가 스물다섯 살이 되면 가정 경제 지휘도 모두 하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빠릿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 모르는 것도 좀 부끄럽습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어떤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대화에 끼지 못하지 않으려면 골고루 모든 분야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저도 경제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군요. 그렇지만 경제라고 하면 숫자랑 그래프가 잔뜩 있어서 진작 수포자라고 스스로를 가둔 저로서는 답답해 올 수밖에요. 게다가 무슨 용어가 그렇게 많아요. 용어를 모르니까 읽어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사전을 동원해서 읽다가 흐름 끊기고.



현대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어떨 때는 수학인지 경제학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수학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경제학가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우등생들이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집단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데, 그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p.7



경알못인 제게 <84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쓸모 있는 경제학>이라는 책 선물이 날아왔습니다. 저자인 영주 닐슨 교수님이 보내주셨는데요. 친필 사인을 보면서 감동받았지만 이 책을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조금 염려된 것도 사실입니다. 쓸모 있는 경제학이라고 해도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무쓸모니까요.



이 책에서 나는 경제학이 여러분과 상관이 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론과 그 이론을 만든 경제학자들을 주제로 선정했다. 많은 독자가 노벨경제학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 한두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p.8



경제학이 나랑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썼다는 이 책을 믿고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랬어요. 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거든요. 경제 용어를 몰라도 좋습니다. 뉴스 경제면보다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례를 들어 경제 현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책이었어요. 머리를 꽁꽁 싸매지 않아도 커피 한 잔을 두고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경제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수없이 읽었던 심리학이나 철학, 그리고 과학이 경제와 무관하지 않았어요. 어려운 용어와 수치 계산이 경제란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에 만들었던 것뿐입니다. 



오늘날 경제학은 당신이 오늘 얼마나 쉽게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 또는 월급이 얼마나 올라갈까만을 결정하지 않는다. 지금 들이쉬고 있는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도, 또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까지도 의미한다. 결국 경제학은 우리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켜 사회의 효용을 높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24



만일 제가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경제학이라는 게 -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 그리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는 걸 진작에 깨달었었더라면 지금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좀 더 영리하게 세상 돌아가는 걸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겨우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신을 경알못이라고 붙잡아 두었던 것입니다. 



카너먼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다 이렇다. 그리고 그는 이를 '작은 수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기본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려면 많은 수의 예를 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사고할 때는 한 번의 경험으로도 일반적인 결론을 내려버린다. 대수의 법칙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p.81



쓸모 있는 경제학 책에서는 84인의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재미있게 배워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더불어 곁에 있는 경제학이 피부로 느껴져요. 


이론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 비화 등이 각 챕터 후반에 실려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노벨이 왜 노벨상을 만들었는가 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부터,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으나 자의로 포기 한 사람, 타의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 이혼한 부인에게 상금의 반을 나눠줘야만 했던 수상자 같은 흥미롭거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고요. 노벨상과 관련된 재미난 통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어서 저처럼 경제학이란 어려운 것이라서 감히 쳐다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나 경제학자를 꿈꾸는 고등학생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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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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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거나 예기치 못했던 일을 당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어쩔 바를 모를 때를 노려 파고드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다정한 이웃인 것처럼, 때로는 상냥한 친구처럼 다가와 내면을 파먹기도 하고 소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노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지만 의외로 그런 이들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자신들이 하는 일이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당위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형태의 인간으로 마치 인간을 사육하는 뱀파이어와 같습니다. 그들을 뿌리치거나 물리치는 데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극악무도한 인간들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끔찍한 악행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왜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계속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무고한 사람들은 고통받아야 하는가?


-p.316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의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가 그런 뱀파이어입니다. 아니 정말로 흡혈귀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혹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번에 걸려든 이는 주인공인 셰이입니다. 



셰이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어맨다가 투신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맨다의 목걸이를 주워 자기도 모르게 가방 안에 넣습니다. 어맨다의 죽음으로 셰이는 큰 충격을 받았고, PTSD가 생겨 지하철을 탈수도, 지하도로 내려갈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잔혹한 순간에 내가 어맨다를 만난 건 순전한 우연이었다. (중략) 후텁지근했던 8월의 그날 아침,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묶느라 22초를 허비하지 않았다면 나는 막 떠난 열차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p.422



셰이는 어맨다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고, 추모식에도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를 만나는데, 세련되어 보이는 외모에 매력이 넘치는 그들에게 끌립니다. 자신도 그들과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하지만 금세 잊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와 재회하는데요. 그날 이후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커샌드라와 제인은 어맨다의 죽음에 대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어맨다의 죽음을 목격하고 추모식까지 찾아온 데다가 동물 병원에서 알게 된 사이라고 거짓말하는 셰이를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자꾸만 일부러 셰이 근처를 맴돕니다. 자매가 셰이에게 바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셰이는 자매의 도움을 받아 이사 갈 집도 구하고 - 그게 어맨다가 살았던 집이라는 건 좀 이상하지만 - 예쁜 옷도 살 수 있었고, 좀 더 멋있어진 것 같은데도, 독자인 저는 무척 찜찜합니다. 


자매가 셰이에게 바라는 게 무언인지, 왜 저러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어서 페이지를 열심히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매는 셰이를 감시하며 조종하려 듭니다. 



셰이는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불운하고 불가피한 피해자가 될 것이다.

-p.274




처음 이 책을 열었을 때엔 흔하게 흘러가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을 피해자로 하는, 여성을 소비하는 그런 스릴러 소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게 어떻게 되어 가는 걸까 궁금하고, 그래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일부분을 감추거나 조금 과장하는 일은 흔히 있긴 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과연 이 위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페이지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며 주인공을 걱정하게 됩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 책은 <익명의 소녀>의 작가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이 쓴 소설입니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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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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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소망이 있지요.

나도 책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언제나 그것은 상상만으로 그칠 뿐, 로또 당첨되면 무얼 하겠다고 망상하면서도 로또를 사지 않는 나답게 글 한 조각 쓰지 않고 구상만 하곤 했습니다.



이런 글을 써야지. 에세이를 쓸 거야. 하지만 쓰고 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군가에게 여쭤보면 폐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하기 전에 일단 글을 쓰고 고민하라고!!!라며 스스로를 나무랍니다.



이 책은 30대 무직이었던 한 사람이 독립출판을 하고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게 된 과정을 적어낸 이야기입니다.

- p.4 일러두기 중에서



그런 저와는 달리 김봉철은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외향적이고 씩씩한 사람이라서 해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몸도 그다지 건강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건지. 그는 글을 쓰고 자비 출판하여 독립 서점을 찾았습니다.



내가 과연 내 힘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이 만든 걸 과연 정말로 책이라고 불러도 될까? 책은 대학을, 그것도 국문과나 문창과를 전공하고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문예지 공모전에 등단한 사람들이나 사회의 저명인사들같이 삶에서 어떤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달성해낸 이들이 그들의 고매한 정신을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적어내는 것이 아닐까? (중략) 나는 불안했다.

-p.35



처음에는 정말로 아는 것 하나 없이,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밀어붙였습니다. 소심한 그가 짜 내는 용기는 나에게도 필요한 그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백수로 지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 글로 전하다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라는 책으로 엮어 독립 출판을 하고 독립 서점을 찾아다닙니다. 


<작은 나의 책>은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로 시작해 <봉철 비전: 독립출판 가이드북>을 거쳐 작가의 말에 의하면 처참하게 망한 책 <마음에도 파쓰를 붙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까지 제작하며 겪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작가가 생각했던 제목인 '독립출판의 왕도'는 부제로 붙어있는데요.

정말로 이것이 왕도일까 그렇다면 나같이 심장 약한 사람은 못할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어 시무룩해지기도 하지만, 없는 용기를 조금 짜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살짝 듭니다. 


저자는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내었으니 만약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신을 낮추며 이야기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의 용기와 책에 대한 사랑에 감동을 받습니다. 



그의 사랑에 마음이 찡해지다가도 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보며 학습합니다. 

글을 쓰고, 편집하고 제작하여 유통할 뿐만 아니라 홍보하는 과정까지. 만일 내가 책을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미련하게 또 상상으로 그칠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뇌내 망상으로는 출판사에 투고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제 꿈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의 책을 읽으며 자그마한 용기를 내 봅니다. 



정말로 가장 빨리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거나 글쓰기, 책 만들기 워크숍을 들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컴퓨터를 켜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거나 펜을 쥐고 노트를 펼친 뒤, 이야기의 첫 문장을 적어나가기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글의 가장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혔을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이다. 


-p.202




그러니 일단, 써야겠죠.



이 텅 빈 페이지가 당신의 첫 페이지가 되기를.




** 수오서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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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나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하는 나를 만나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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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에서 빨강머리 앤을 보았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저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어쩐지 드문드문 본 것 같더라니.


꼬박꼬박 챙겨 보던 보물섬조차 마지막 회를 보지 못했던 그런 나이었기에 빨강 머리 앤은 시간이 맞으면 가끔 보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어쩌다 본 앤은 예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았던 소녀였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앤의 모습은 길버트를 석판으로 때렸다거나 다이애나에게 실수로 와인을 준 일 같은 것뿐. 저는 앤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앤이 겪은 시련이라니. 저 역시 그 못지않은 일들을 겪고 있었을 때라 차라리 나도 마릴라와 매튜 같은 좋은 남매에게 입양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기에 앤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거나 <빨강머리 앤>시리즈가 출간될 때에도 '왜 갑자기 빨강머리 앤 열풍이람.' 하며 코 웃음 쳤었죠. 저는 차라리 모래 요정 바람돌이 쪽이 좋았는데.


하지만 그로부터 30년도 지난 지금, 백영옥의 에세이 <나의 빨강머리 앤>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빨강머리 앤은 참 좋은 아이였군요. 마음에는 언제나 좋은 꿈과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었어요.


꿈을 잃어갈 만한 나이가 되니 앤의 꿈의 보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고 있었더라면 하고 망상할 때는 앤이 보이지 않더니, 내 삶을 살아가자고 결심하고 마주치며 살아가니 앤이 보입니다. 



니폰 애니메이션 <안녕 앤>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빨강 머리 앤이 매튜 남매에게 입양되기 전 많은 고생을 할 때의 이야기와 함께 삶에 대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지금이라면 아동 학대라고 여겨질 정도의 고된 일들을 하면서도 언제가 마음에는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는 앤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떠올립니다. 


나도 힘들었는데.

죽이고 싶은 적도 있었고, 죽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내가 만약 앤 같은 마음으로 살았더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지금처럼 괴로움 속에서도 행복했을까.



앤의 운명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고 생각했어.


함께 가는 것, 혹은 남는 것.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어떤 운명을 선택하든 앤처럼 생각한다면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야.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고통스러웠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걸 깨달은 십 년 전의 어느 날처럼 이 책을 읽으며 지금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언제까지고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한다는 것 또다시 깨닫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있으니까요.




지금껏 자세히 보지 않았던 앤의 모습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봅니다.

나도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어두움을 모두 버리고 밝은 곳에서 밝게 웃는, 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백영옥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천천히 앤을 만나봐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앤이 주는 메시지도, 앤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도 모두 가슴에 품어봅니다.




**아르테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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