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인문학 - 50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나와 세계에 대한 짧은 교양
이준형.지일주 지음, 인문학 유치원 해설 / 나무의철학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른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마치고 뉴스 기사를 읽습니다. 불쾌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 뉴스를 읽다가 어쩌다 한 두건의 훈훈한 기사에 눈물을 찍어내고 나면 다시 불쾌한 뉴스를 만납니다. 한동안 뉴스 따위 보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시대가 오니 자의반 타의 반으로 뉴스를 열게 됩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도 종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데 나는 왜 아침에 뉴스를 보는 걸까, 무언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 아니면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하루 10분 인문학>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짧은 시간을 할애해 페이지를 읽고, 나에게 묻는 멈춤을 가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1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생각의 화두. 그렇지만 얻어지는 건 커다란 무엇이었습니다. 스스로 사유하여 자신을 기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인기 프로젝트 '100일 철학 하기'로, 인문학의 상징 바칼로레아 문제로 필수 교양이라고 하더군요. 바칼로레아라고 하면 프랑스의 입학시험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의 수능과는 좀 다른 걸까요? 책에 등장하는 인문학적인 질문은 30초 안에 지문을 읽고 10초 만에 판단해야 하는 수능과는 달랐습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에 한 층 가까워질 수 있는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 같았습니다.



괜히 '철학'이라는 단어 앞에 주눅 들지 마세요. 그저 50일간 나와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로 생각하고 질문에 답해주세요. 책을 읽어나가며 자연스럽게 느끼겠지만 철학은 대단한 진리를 알려주는 학문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각자의 삶과 세계에 대한 최선의 답을 내놓은 것뿐이죠. 그러니 질문에 답하는 순간만큼은 당신도 철학자가 되는 거예요.


-p.9



한 가지 주제가 짧게 쪼개져있어 인문학 이야기를 하는 페이지에서는 동서양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하여 현대 사회인이 몸과 정신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척 다정한 문체라 홀린 듯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물음을 던집니다. 이야기를 읽고 물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생각하다 보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자라나는 것을 느낍니다.



이를테면 117페이지의 물음 같은 것.


내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문학의 질문은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일까,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일까?"로, 정- 반 - 합의 변증법으로 역사를 해석한 헤겔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묻기'에서 헤겔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게 하는건 - 단순하게는 '알람'이겠지만,


실은 웃는 얼굴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뜹니다. 거의 12년간 단 한 번도 찡그리거나 짜증 내는 얼굴로 등교 시킨 적이 없다면 믿으실까요. 아이가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엄마에 대한 기억은 웃는 얼굴과, 사랑한다는 말이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를 떠올리며 사랑받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이의 역사에 새겨질 한 부분일까요? 헤겔과는 관계없지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책을 펼치고 하루 10분씩 할애하여 읽고 생각하며 메모해 나가다 보면 삶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때로는 인문학 이야기와 상관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때도 있겠지만, 괜찮지 않나요? 내가 생각하고 존재하니 그것 또한 인문일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가 철학의 종말,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철학이나 인문학의 가치가 이 시대에 이르러 소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지난 50일의 철학이 당신의 생각을 바꿨나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생각을 토대로 세상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실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370



** 토네이도 출판사(나무의 철학)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