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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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거나 예기치 못했던 일을 당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어쩔 바를 모를 때를 노려 파고드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다정한 이웃인 것처럼, 때로는 상냥한 친구처럼 다가와 내면을 파먹기도 하고 소유하고 있는 무언가를 노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지만 의외로 그런 이들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자신들이 하는 일이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당위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형태의 인간으로 마치 인간을 사육하는 뱀파이어와 같습니다. 그들을 뿌리치거나 물리치는 데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극악무도한 인간들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끔찍한 악행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왜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계속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무고한 사람들은 고통받아야 하는가?


-p.316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의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가 그런 뱀파이어입니다. 아니 정말로 흡혈귀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혹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번에 걸려든 이는 주인공인 셰이입니다. 



셰이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어맨다가 투신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맨다의 목걸이를 주워 자기도 모르게 가방 안에 넣습니다. 어맨다의 죽음으로 셰이는 큰 충격을 받았고, PTSD가 생겨 지하철을 탈수도, 지하도로 내려갈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잔혹한 순간에 내가 어맨다를 만난 건 순전한 우연이었다. (중략) 후텁지근했던 8월의 그날 아침,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묶느라 22초를 허비하지 않았다면 나는 막 떠난 열차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p.422



셰이는 어맨다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고, 추모식에도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를 만나는데, 세련되어 보이는 외모에 매력이 넘치는 그들에게 끌립니다. 자신도 그들과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하지만 금세 잊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와 재회하는데요. 그날 이후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커샌드라와 제인은 어맨다의 죽음에 대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어맨다의 죽음을 목격하고 추모식까지 찾아온 데다가 동물 병원에서 알게 된 사이라고 거짓말하는 셰이를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자꾸만 일부러 셰이 근처를 맴돕니다. 자매가 셰이에게 바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셰이는 자매의 도움을 받아 이사 갈 집도 구하고 - 그게 어맨다가 살았던 집이라는 건 좀 이상하지만 - 예쁜 옷도 살 수 있었고, 좀 더 멋있어진 것 같은데도, 독자인 저는 무척 찜찜합니다. 


자매가 셰이에게 바라는 게 무언인지, 왜 저러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어서 페이지를 열심히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매는 셰이를 감시하며 조종하려 듭니다. 



셰이는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불운하고 불가피한 피해자가 될 것이다.

-p.274




처음 이 책을 열었을 때엔 흔하게 흘러가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을 피해자로 하는, 여성을 소비하는 그런 스릴러 소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게 어떻게 되어 가는 걸까 궁금하고, 그래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일부분을 감추거나 조금 과장하는 일은 흔히 있긴 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과연 이 위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페이지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며 주인공을 걱정하게 됩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 책은 <익명의 소녀>의 작가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이 쓴 소설입니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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