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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경제학 - 84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영주 닐슨 지음 / 러닝핏 / 2020년 8월
평점 :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제일 먼저 뉴스 기사를 읽습니다.
답답한 뉴스, 슬픈 뉴스, 끔찍한 뉴스가 가득한 그것을 아침을 여는 데 이용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청소를 하며 짜증 나는 기분은 날려버리고 정보만을 기억합니다. 이런 아침 습관이 있는 제가 슬그머니 피하는 두 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포츠이고 또 하나는 경제면입니다. 어차피 읽어도 잘 알지도 못하는 거 그냥 눈동자가 허공을 헤맬 뿐 읽어서 뭐 하겠나 싶기도 하고, 특히 현재 동향 같은 건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영화 <블랙 머니>를 봐놓고 스토리 흐름은 알겠는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잘 이해를 못 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사건을 추려놓은 글들을 읽고 다녀도 더 모르겠더군요. 뭔가 기본 지식이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도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영화의 경우엔 금융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이 거슬렸던 이유도 있었지만요.
아무튼 저는 경알못입니다. 경제를 알지 못해요. 사는데 지장이 있었던가? 많았겠죠. 투자나 재테크를 할 생각도 없었지만 아무튼 경제관념이 없습니다. 낭비하는 쪽은 아닌데 수입 창출도 못해요.
그래서 어쨌든 애가 스물다섯 살이 되면 가정 경제 지휘도 모두 하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빠릿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 모르는 것도 좀 부끄럽습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어떤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대화에 끼지 못하지 않으려면 골고루 모든 분야에 대해서 조금씩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저도 경제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군요. 그렇지만 경제라고 하면 숫자랑 그래프가 잔뜩 있어서 진작 수포자라고 스스로를 가둔 저로서는 답답해 올 수밖에요. 게다가 무슨 용어가 그렇게 많아요. 용어를 모르니까 읽어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사전을 동원해서 읽다가 흐름 끊기고.
현대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어떨 때는 수학인지 경제학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수학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경제학가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우등생들이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집단이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데, 그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p.7
경알못인 제게 <84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쓸모 있는 경제학>이라는 책 선물이 날아왔습니다. 저자인 영주 닐슨 교수님이 보내주셨는데요. 친필 사인을 보면서 감동받았지만 이 책을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조금 염려된 것도 사실입니다. 쓸모 있는 경제학이라고 해도 제가 이해하지 못하면 무쓸모니까요.
이 책에서 나는 경제학이 여러분과 상관이 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론과 그 이론을 만든 경제학자들을 주제로 선정했다. 많은 독자가 노벨경제학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 한두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p.8
경제학이 나랑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썼다는 이 책을 믿고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랬어요. 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거든요. 경제 용어를 몰라도 좋습니다. 뉴스 경제면보다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례를 들어 경제 현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책이었어요. 머리를 꽁꽁 싸매지 않아도 커피 한 잔을 두고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경제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수없이 읽었던 심리학이나 철학, 그리고 과학이 경제와 무관하지 않았어요. 어려운 용어와 수치 계산이 경제란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에 만들었던 것뿐입니다.
오늘날 경제학은 당신이 오늘 얼마나 쉽게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 또는 월급이 얼마나 올라갈까만을 결정하지 않는다. 지금 들이쉬고 있는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도, 또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까지도 의미한다. 결국 경제학은 우리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켜 사회의 효용을 높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24
만일 제가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경제학이라는 게 -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 그리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는 걸 진작에 깨달었었더라면 지금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좀 더 영리하게 세상 돌아가는 걸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겨우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신을 경알못이라고 붙잡아 두었던 것입니다.
카너먼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다 이렇다. 그리고 그는 이를 '작은 수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기본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려면 많은 수의 예를 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사고할 때는 한 번의 경험으로도 일반적인 결론을 내려버린다. 대수의 법칙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p.81
쓸모 있는 경제학 책에서는 84인의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재미있게 배워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더불어 곁에 있는 경제학이 피부로 느껴져요.
이론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 비화 등이 각 챕터 후반에 실려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노벨이 왜 노벨상을 만들었는가 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부터,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으나 자의로 포기 한 사람, 타의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 이혼한 부인에게 상금의 반을 나눠줘야만 했던 수상자 같은 흥미롭거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고요. 노벨상과 관련된 재미난 통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어서 저처럼 경제학이란 어려운 것이라서 감히 쳐다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나 경제학자를 꿈꾸는 고등학생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