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
마담롤리나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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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마담롤리나의 첫 번째 에세이집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마담롤리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가 궁금해서 먼저 찾아보았습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상냥하고 다정한 그림, 꿈결 같은 그림을 그리는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이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생각대로 책에는 함축된 많은 이야기와 더불어서 많은 일러스트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스토리가 그림과 글에 실려 있었죠.

감성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예쁘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내용은 무겁고,

그림은 산뜻합니다.

처음에는 글과 그림을 읽고, 다음에는 그림만을 읽습니다.

그러면 즐겁게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불안함과 우울이 전체적으로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가지만,

그림과 함께 있으니 어쩐지 저도 그 우울함과 가끔씩 튀어나오는 무기력함에 동화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울하고 좌절하는 순간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가는 마담롤리나의 에세이에서

여전히 침체되어 있는 그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건,

나 자신이 그렇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이 나는 생각들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지금부터는 이렇게 해야겠어!!라고 다짐을 하며

다시 일어서는 나날을 반복해 왔던 내가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를 읽으며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마담롤리나와 저는 해소 방법이 다릅니다.

물질적인 부분에서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게 하는 것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둘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라는 소망은 더 소중하고 간절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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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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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타자승인욕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인정받지 못하고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마는 것이다.

-p.25

타자승인욕구란 타인에게 내가 인정받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대체로 그런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 행위가 한정적인 기억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일부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작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내 모습이 아니라 정말로 나 자신이 온전히 느끼고 어떻게 긍정하는가에 주목하는 것이 온전한 마인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분노할 적에 타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보편적일 수 있지만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이 감정에 대해서 돌아보는 순간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세뇌하여 자신을 지킵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추락하는 감정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하니까요.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폭력적인 분노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가 타인을 향해 있더라도 결국에는 나 자신까지 상처를 입히고 만다. 분노의 크기가 큰 만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38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내면에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감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실패할까 봐 불안하다거나 참고 견디느라 속이 쓰리다거나 아니면 ‘지금’보다는 ‘다음’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들은 자신의 현재 감정에 충실하지 않고 그것을 억지로 조절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진지하게 성공을 바란다면 '한 걸음 앞을 보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 지금 자신이 임하고 있는 '눈앞'의 일을 천천히 공들여 실감해야 한다. 물론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시간을 들이는 것이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알고 보면 긍정적인 기분과 감정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목표를 착실히 달성할 수 있는 최단 코스라 할 수 있다.

-p.190

감정은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면 삶은 변화하며 성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분노, 인내, 허세, 초초함 같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읽다 보면 그러니까 결국 나보고 더 참으라는 건가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뉘앙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감정을 조절하라는 것이 아닌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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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시대를 초월한 재테크 바이블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좋은번역 옮김, 이재범 감수 / 책수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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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늘 소화하기 어려웠던 경제학 책이려니 했습니다.

과거에 번성했던 바빌론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그 원칙만큼은 지금 이 세대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호기심이 가서 읽게 되었지만, 딱딱한 책을 꼭꼭 씹어먹어주겠다는 각오를 다졌었죠.

그런데 웬걸,

책이 무척 쉬운 게 아닌가요.

탈무드 이야기를 읽듯이, 교훈이 담긴 옛이야기책을 읽듯이 그냥 읽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교훈이 들어있는 이야기책이었습니다.

고대에 찬란했던 바빌론 부자들의 이야기가 조지 S. 클레이슨에 의해 쓰인지도 100여 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건 100년 전, 혹은 5천 년 전의 원칙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바빌론에서 진짜 그런 식으로 부를 축적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릅니다. 작가의 상상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100여 년 전에는 제대로 먹힐 수 있는 원칙이었겠죠. 그런데 그게 지금 21세기에 적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척 맞는 말만 적혀있었습니다.

바빌론의 대 부호 아카드의 원칙과 그의 말을 잘 따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돈을 불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원칙은 무척 간단하더라고요. 딱 7가지만 지키면 되거든요.

1) 저축을 시작하라

2) 씀씀이를 관리하라 (10%는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

3) 돈을 불려라

4) 돈을 잃지 말고 지켜라

5) 집을 사라

6) 미래 수입원을 마련하라

7) 돈 버는 능력을 키워라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걸 잘 지키지 못하니까 지금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반성도 해 보았습니다.

문제는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열망이 없었다는 건데요.

가장 중요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의가 없다면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는 거겠죠.

클레이슨이 쓴 이 우화는 100여 년 동안 읽히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그랬고요. 재테크는커녕 가진 돈도 없어 쩔쩔매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15권의 책을 낸 저자이자 현재 재테크 분야 인기 블로거인 핑크팬더(이재범)이 감수하였고, 재테크의 팁 같은 것도 전수해 주고 있으니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재테크 기본자세 도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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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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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심지어 대를 이어서 제 딸까지 바라는 세상이 있다면 일상이 뮤지컬인 세상이에요.

감정의 변화에 따라서 BGM도 흐르고 때로는 내 마음과 기분을 표현할 때 말이 아닌 노래로 표현하는 세상. 마치 디즈니 같은 세상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세상일 지도 -아니 그건 그것대로 무섭군요- 모른다는 생각을 해왔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르테에서 출판된 이 책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로 놀라운 팀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이들을 유튜브 크리이에터 팀이라고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참 아까운 분들이어서 무어라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팀'이라고 말하게 되었어요.

유튜브에 티키틱이라는 팀이 있다고 하길래 어떤 걸까 이 책 소개를 하는 영상이 있다던데... 하면서 클릭을 했는데 어랏 묘한 세련됨이 있는 거예요. 호기심이 동해서 구독자와의 Q&A 영상 두 편을 보았답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센스 있는 Q&A라니!!!

제가 원하던 바로 그런 팀, 구독자도 노래로 질문하고 그것을 티키틱화 해서 답을 했더라고요. 이건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몰라요, 직접 보셔야지.

아니 유튜브는 뭐 한다고 이상한 것들만, 제가 별 관심이 없는걸 지들이 지레짐작해서 알고리즘으로 퍼다 준 거예요. 제가 진짜로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고요.

길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그려내는 그들의 센스, 연기, 연출 등등 모든 것이 감각적이고 완성도가 높아서 구독,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니까요.

누군가가 그런 덧글을 달았다고 하는 거 같던데요,

티키틱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만나자마자 퐁당 빠져버린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 저는 이 책 소개 글을 읽다가 티키틱을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팀의 리더인 신혁의 영상을 아주 오래전에 본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10여 년 전에 UCC 영상 히트작 '하이 스쿨 잼'이라는 걸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진짜 잘 만들었다고 감탄했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영상을 만든 분이 신혁 님이라는 거예요. 그때도 이 영상 찍은 학생이 나중에 방송 계통으로 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어서 괜히 기쁘더라고요.

신혁은 연기의 세진, 조명의 추추(추지웅), 디자인의 은택을 모아서 네 명으로 구성된 팀을 결성했는데요, 2018 처음으로 영상을 올린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받고 있어요. 지금은 삼성, 서브웨이 같은 대기업의 협업으로 진행할 때도 있는데, 그것조차 즐거워서 광고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답니다.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는 티키틱의 특별 레시피라고 표현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두었답니다. 팀을 만들기 전 각자의 이야기부터 팀 활동을 하면서의 이야기 등이 실려 있어서 그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된 거 같아요. 그들은 이 책을 내면서 그럴 의도는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어떤 가이드 같은 것이 느껴졌죠. 늘 즐겁게만 보이는 그들에게도 고충은 있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 일을 무척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을 듣다 보면 세상에서 나만 멈춰있는 게 아니라 모두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 마음의 위로도 얻었답니다. 왜 나만 24시간이 모자란 걸까, 워라밸이라는 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금의 상황과 일들은 내가 원했던 것인데 이것에 대해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게 맞는 일인가 같은 걸로 요 몇 주간 고민을 많이 해 왔었는데, 실은 지금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티키틱의 이야기는 특별하거나 특수한 것들에서 따오지 않아요, 어제의 나를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는 일들, 조별과제에서 황당한 팀원들을 만나서 고군분투 하는 일, 새 폰 샀다고 자랑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 같은 것들을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가까이 다가온답니다.

티키틱의 영상들 중에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보았던 건 바로 이 건데요. '제가 왜 늦었냐면요'


https://youtu.be/aODhSiEI9qM


음악과 연기의 조화로움에 몇 번이나 반복 감상했답니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영상이라 그런지 그 긴박감과 즐거움이 모두 느껴집니다.

학교에 오는데 별의별 상황과 부딪혀서 늦었다는 설명을 하는 그. 설마 그럴 리 있나 하는 핑계들을 늘어놓지만 '지각대장 존'이라는 동화를 보신 분이라면 어 혹시?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저도 몰입하는 바람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보았거든요.(좀비가 나오는데도?)

하지만 마무리에서는 우리와 같은 핑계를 대고 말죠. 그래서 이 영상이 매력적이랍니다.

아참, 영상을 플레이 할 때엔 주의사항이 있어요. 절대로 재생목록에서 '정주행 입장' 버튼은 누르지 마세요. 큰일나요.

제가 그랬어요. 이거 하나만, 이거 하나만... 하다 정신차려보니 새벽 2시 였거든요.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도 유튜브 채널 티키틱 만큼 즐겁게 즐기실 수 있어요. 무척 재미있거든요.

어째서 나는 이 책에 푹빠져서 신나게 읽었을까 하고 잠깐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도 제가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이제는 이런 영상물을 다른 곳에서 만난다면 아마도 '티키틱하다'라고 부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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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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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꾸역꾸역 삼키면서 읽게 되는 각종 범죄들에 대한 판결 내용들은 그 아래 달린 댓글을 확인하며 고구마 동지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댓글이라고 해서 시원한 건 아니고 불쾌함에다가 불편함을 더 얹어 저를 괴롭게 하지만 동지이자 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거, 적이지만 동지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

<불량 판결문>에서는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그러니까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같은 사건의 판결문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도 함께 분노했고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내었던 사건들에 대해 법조인의 입장에서 오목조목 불합리함을 지적합니다.

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는, 입법 기관이나 행정에서 잘못하니까 사법기관에서 그들이 정해준 법을 토대로 판결을 저렇게 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이해하려던 적도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판결이라는 말을 들을 때도 그랬고, 판사도 내심 강한 판결을 내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치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잔뜩 얹힌 기분에 구토를 하고 싶어지지만 가슴을 두들겨가며 화를 억누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반드시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아갑니다. 내가 답답해했던 걸 변호사도 알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씩 속이 뚫림을 느낍니다. 그렇게 사이다를 내 눈앞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걸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불량 판결문에 대한 것을 깔끔하게 지적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맞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하며 인권 문제라거나 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지적합니다. 그러니 이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아직 그 사이다를 딸 수는 없었습니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불량 판결문에 대해 변호사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올바른 이야기를 하는 책 정도로 생각했던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7분 뒤에나 오는 열차를 기다리면서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책을 덮기 아쉬워할 정도로 책에 금방 빠져들어버렸습니다. 두께가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에 수많은 플래그를 붙여가면서 법조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사건 형사건 그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내가 왜 패소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적어도 왜 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또는 어째서 이겼는지 등을 알고 싶습니다. 평소에 사용하지도 않는 어려운 용어로 된 - 법원에서 온 문서를 보면 괜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네이버에서 일일이 검색하면서 읽는데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혹시 이것을 해석해 줄 변호사나 법무사의 밥줄을 걱정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얼마나 불친절한지.

심지어 어떤 때엔 소액 - 저에게는 거액임에도 - 재판이라는 이유로 판결의 사유를 명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액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그러하다는데 그들에게 소액일지라도 그것이 전 재산인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어째서 내가 그 돈을 잃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량 판결문>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우리가 알고 있는 커다란 사건에 대한 불합리한 판결을 지적하며 우리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사건들에서의 불량스러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기득권 세력의 기본자세의 글러먹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조금 보태봅니다. 평소에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면서 그저 분노를 보탤 뿐이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 되었을 때엔 그런 답답함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이유도 아니면서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적힌 판결문을 쓰윽 내미는 판사는 이제 그만.

막말을 내지르는 판사도 이제 그만.

악법은 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 이 사이다를 따서 시원하게 마시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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