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리커버)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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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수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아마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 자체가 좋아서,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지 못했기에 나름 놀이처럼 읽어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책을 만나고 주니어들이나 읽음직한 글 밥 많은 소설들까지 읽으니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죠.

'15소년 표류기'를 읽었던 게 7살 때의 일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지만 그 뒤로 불어닥친 - 열 살이 되기 전에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 수많은 우여곡절 때문에 더욱더 책을 통해 많은 걸 배워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건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롤 모델이 되어줄 만한 대상이 없었기에 책을 통해 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며 살아남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고개를 드는 억울함과 슬픔을 약간 다크함이 섞인 시트콤처럼 만들며 살아가는 재주도 익혔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린아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겨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면 지금은 그 역시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살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글이 참 아팠다. 그렇게도 아프게 글을 쓴 이유, 가시 돋친 나를 드러냈던 이유는 '살고 싶어서'였다. 나는 내 모습으로 나답게 제대로 살고 싶었다.

-p. 244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저자 고수리가 '살고 싶어서' 글을 썼다면 저는 같은 이유에서 책을 읽어왔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의심되는 순간 독서를 통해서 꿈을 꾸기도 했고, 어떤 판단을 내리기 위한 기준을 알아내기도 했으니까요. 때때로 지금처럼 타인이 남긴 삶의 흔적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과거에 대한 괴로움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아니면 도로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각자 재미있는, 혹은 슬픈 스토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밋밋하거나 평범하게 산다는 거.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드라마가 몇 편씩 쌓여있을 텐데 세상의 고통은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그렇다고 남의 고통을 보고서 행복을 느끼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좋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에서 작가는 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었고 후회막심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스토리들이 쌓여가며 현재의 자신을 만든다는 거. 그런 걸 빠르게 깨달은 사람이라는 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잘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지만 나는 매일 자라고 있다. 하루,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그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처럼이 아닌 고유한 나로 살아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나는 자라 내가 되고 싶다.

-p.237

작가의 말대로 저도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커서 뭐가 되는 게 좋을까 하고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직업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요,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다거나 마블 월드를 정복해버리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원하는 대로 몰랑이 피겨를 사 모으겠다는 포부를 가질 때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무슨 그런 희망 사항을 적느냐고 한다면 투덜대겠지만 어린 시절 저처럼 자란 사람이 영 어덜트가 될 확률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하니, 주저하지 않고 '이다음에는 사고 싶은 피겨도 세트로 사고 소고기 먹고 싶은 날에는 장바구니에 턱턱 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건 곤란할까요?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한 꿈을 다시 꺼내고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길. 이름 모를 당신의 인생은 어떤 책일까. 그 첫 페이지가 궁금하다.

-p. 155

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원하는 바를 슬며시 꺼내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는 참 신기한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거기에 내 인생이 묻어 나옵니다.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음악 이야기가 나오니 엉뚱하게도 - 사실은 요즘도 가끔 듣고 있는 - 劉德華의 誰人이 떠오르질 않나, 텅 빈 엄마의 냉장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엄마는 뭐 드시고 계시려나 하는 염려도 기어올라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신기하다고 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데도 그 장면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포장마차에 앉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잔치국수를 맛있게 호로록호로록 먹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진한 멸치 육수 향이 여기까지 따라오는 것 만 같습니다. 글 솜씨에 이런 묘한 매력이 있기에 브런치 북에서 누적 200만 뷰를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게 아닐까 합니다.

2019년 수오서재를 통해 책으로 만들어진 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 최근에 리커버로 새 단장하여 나왔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새로운 표지로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부드러우면서도 텍스처가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손맛이 있어서 착 달라붙습니다.

표지 속 멀리 둥실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내가 살던 고시원에서도 저런 한 조각 솜사탕이 있었더라면 약을 먹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살아서 드넓은 하늘에 제멋대로 떠다니는 것들을 실컷 보고 있으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면서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아니 참, 그러니까 이 책이 참 이상하다는 겁니다. 분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다시 제 이야기로 버린 걸까요? 그건 아마도 소소한 순간들을 보듬으며 진솔하게 서술했기에 친한 친구에게 그래그래 나는 이랬어하면서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잠들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를 지켜줄 거야."

언젠가 이 밤들도 사람들도 사라질 것을 안다. 알지만 조금만 천천히, 오래, 우리가 이 밤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잠들기도 잠들지 않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곁에.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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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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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을 펴기 전에 안예은의 '홍연'을 BGM으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전삼혜 작가의 이 SF 소설을 읽으며 듣기에 가장 적합한 배경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스스로 밝히길 이 음악을 시작으로 '난파'로 이어지는 노래들에 이야기를 붙여서 이 책을 써나갔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을 것입니다.

여섯 개의 평행우주 속에 존재하는 '유리'는 각각의 지구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이름과 능력을 지녔습니다. 우리 지구의 아이야말로 '유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기에 편의상 모두 같다고 표현해 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흩어져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는 재주를 가졌던 이 이 아이는 예지몽을 통해서 사람들의 운명을 예견합니다.

그러나 바뀌는 것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걸 깨달으며 점점 그 악몽들을 밀어내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나날이 쌓여가는 우울감에 병원을 다니던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또 다른 자신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섯 명의 '유리'는 이곳의 '유리'에게 '시아'가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거라는 사실을 알립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손시아'라는 동급생에게 관심조차 없었지만 찾아온 그들로 인해 인연을 맺고 결국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시아는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유리'들은 '유리'에게 '시아'를 죽이라고 종용합니다.

우리가 온 다섯 개의 우주는 멸망하거나 멸망 직전까지 갔지. 그건 다 시아의 능력. 걱정하는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능력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p.47

그러나 지구에 있는 유리는 도무지 그 뜻을 따라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이들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선한 아이 '시아'가 희생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 능력이 우주의 멸망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습니다.

유리와 시아가 가진 초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은 숱한 과거들로 미루어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운명을 비껴나가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 안에 들어차 있습니다. 책을 읽는 어른인 저는 '그래, 무슨 상관이야. 스스로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 만큼 이 유니버스가 소중한 건 아니잖아.'하며 그들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깨닫고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은 죽어도 좋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얘 하나만 희생하면 다른 사람들은 편안한데...라는 생각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며 딜레마에 빠져버렸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기로에 서서 저는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많은 평행 우주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유리와 시아가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이 스토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나가는 수많은 선택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가자.”

유리는 속으로만 덧붙였다. 우주가 더 이상 출렁이지 않는 곳으로. 우리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너의 멸망으로.

-p.218

운명의 '붉은 실'이 존재한다는 건,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걸 뜻합니다. 우리의 지구를 찾아온 다른 '유리'들은 이미 자신의 '시아'를 죽이고 왔습니다. 그들의 시아는 엄마, 쌍둥이 등 가장 소중한 누군가였습니다. 대부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요를 받고 - 스스로의 운명을 인지하고 뜻을 따랐습니다.

각각의 지구에서 베이, 륜, 토토, 렌, 진이라고 불렸던 아이들은 고통과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 스토리가 <붉은 실 끝의 아이들> 사이에 꼭꼭 숨겨져 있습니다. 특수능력자임과 동시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소수자인 그들은 늘 슬프며 운명을 따라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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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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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서 현상이라거나 타인을 재단합니다. 때로는 위로의 말이랍시고 건넨 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가끔은 침묵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야야 합니다. 크고 작은 범죄에 노출되었던 사람에게 '유난이다'라는 말로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다 잊으라'라고 다독이는 것 모두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읽으며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임상수사심리학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게 싫어서 가상이 아닌 현실을 보도하는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발췌해서 시청하곤 하지만요. 김태경은 'PD수첩'이나 '궁금한 이야기 Y'등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상담심리학과 교수입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강력 범죄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실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속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마주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돌이켜 봅니다. 스스로의 잣대를 가지고 그 사람들이 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가 의문을 가졌던 적은 없었던가 혹은 너무나 빨리 회복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면의 상처는 미처 보지 못한 채 일어서서 다행이라며 안도했던 일은 없었나 반성해 봅니다.

역설적이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상 경험을 토대로 범죄 피해자의 생각과 감정을 추측하며 그것을 이해라고 착각함으로써 무수히 많은 오해를 양산한다. 심지어 피해자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하면 무능하거나 게으른 사람이라 비난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 피해자 답지 못하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p.56

권선징악

우리는 어렸을 때 많은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권선징악을 주입당했었습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간단한 이치가 동서양에 넓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조차 범죄에 노출되었던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은 내가 나쁘기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기 탓'을 하며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는 겁니다.

이는 자신에게 직접 벌어진 일뿐만 아니라 사망 시에는 유족에게까지 해당되는 일입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아가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통제감을 돌려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며 죄책감을 안고 살게 됩니다. 권선징악은 정의와 공정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p.60)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아이가 '콩쥐 팥쥐', '헨젤과 그레텔' 혹은 '백설공주'와 같은 동화나 노래 혹은 놀이를 통해 권선징악적 가치 기준을 주입받으며 성장한다. 그렇게 자란 우리는 좋은 일은 선한 사람에게 그리고 나쁜 일은 악한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 믿음, 즉 정의로운 세계관을 형성하고 그 덕에 '내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한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토대로 안전감을 느끼며 일상을 영위한다.

-p.179

공감의 잘못된 예

범죄에 노출되었던 피해자를 대할 때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며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따라서 나름 도움을 주기 위해서 조언을 한다거나 바깥으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력 범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을 주기에 섣부른 이끔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의도치 않게 2차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강력 범죄의 피해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정확히 그 사람을 이해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라거나 정황 등이 모두 다르기에 나도 이겨냈으니 너도 해봐라는 식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왜 여전히 그 안에 갇혀있을까 하는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든 지목된 가해자에 대한 공감이든 객관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진정한 공감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잔혹할 수 있다.

-p.79

용서하지 않을 권리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자극적인 범죄 사건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면 연일 흥미 본위로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며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살해당했는가 그리고 범인이 한 기이한 행동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우리는 피해자나 유족에 대해서 돌아보기는커녕 사건 그 자체만 자극적으로 대하곤 합니다.

어쩌면 감정이입을 했을 때 스스로도 고통스럽기에 애써 피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몇몇 사건에 있어서는 자려고 하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괴로웠었으니까요. 제3자가 느끼는 트라우마라고 하기에는 약한 것일 테지만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피해자의 삶을 책임져 줄 수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금씩 회복하며 챙겨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시한을 우리가, 주변인이 정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죽은 아이는 잊고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읽고선 경악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가 가라앉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타인은 알지 못합니다. 너무나 담담해도,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도 손가락질하고 남들처럼 살아보려 미소 지으면 그 웃음마저 욕하는 일이 다분합니다. 호기심을 거두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걸 모릅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면

만일 주변에 성범죄를 포함한 강력 범죄에 노출된 사람이 있다면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226페이지서부터 그들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잘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인한 STS 간접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가족뿐만 아니라 상담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연민 피로나 공감 피로라고도 불리며 피해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적당한 지지라는 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아직까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사건의 단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피해자를 이해하는 마음을 키워야겠습니다. 오롯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위로할 수는 없기에 적어도 흥미 본위로 사건을 대하는 일만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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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때려잡는 스트레칭
최재석 지음 / 센시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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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 여기저기 쑤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약 십여 년 전, 갑자기 허리가 아찔해지면서 골반이 상당히 틀어져 버렸던 일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스트레칭도 하고  단련해 제 몸 하나 간수할 만큼의 근육을 만들어 두었었습니다. 허나... 지난여름 한 달이 좀 안되는 기간 동안 입원했다고 근육이 죄다 사라져버렸지 뭔가요.


그래도 제법 걷고 움직이고 스쿼트도 하고 그랬더니 체력도 붙고 뭐 살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척에는 오미크론이 발생하고 보름 동안 바깥 구경도 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다시 여기저기서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추우니까, 전염병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슬슬 느끼게 될 즘.


<통증 때려잡는 스트레칭>이라는 책이 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얼마 전 겪었던 어깨 통증은 사라졌지만 그 여파로 팔이 저리기도 하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본격적인 PT는 못 받더라도 운동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던 때래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뼈와 근육, 관절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 책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책은 마치 요리책과 비슷한 사이즈로 근시에다가 노안인 저도 보기 쉬울 정도로, 독서대에 끼워놓으면 보면서 운동하기 편했습니다.


네이버 바이브를 이용하고 있으니 두둠칫 믹스테잎을 이용해 신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잔잔 믹스로 마음을 부드럽게 유지하면서 시행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근거리가 아니면 곤란하니 보고 움직이고를 반복해야 했지만요.


건강을 위해서 스트레칭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준비운동쯤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워킹이나 러닝이 아니라 근육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버거운지라 다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꼼꼼히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죠. 이 책을 쓴 저자 PT재석이라면 걱정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T재석은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입니다. '물리치료사 PT재석'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도  책을 받아들고는 바로 구독 버튼을 눌렀습니다.


실제로 10년 차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면서 재활이나 근골격계 도수치료를 시행한 경험이 풍부한 분이라 이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다녔던 병원에서도 가만히 누워서 찜질이나 하는 스타일이 아닌 운동요법을 알려주었었기에 이와 같은 가르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압니다.


PT재석은 이 책에서도 그렇지만 평소에도 아프지 않게, 본인의 몸 상태에 맞추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디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개인의 상태나 현재의 통증에 따라서 강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합니다.


평소에 통증을 느끼더라도 스트레칭 중에는 결코 아픔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목, 어깨, 허리, 무릎, 손목에 발생하는 5대 통증을 다스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물론 연골이나 관절, 뼈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하기 앞서서 정상 관절 가동 범위 각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직접 실시해 보고 문제가 있는지 체크해 보면 되는데요,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신체 관절 가동 범위 측정표에 기인한 것이므로 신뢰도가 높습니다.


​기초적인 동작이므로 만일 자신이 이 범위에 들지 않는다면 근육이나 관절에 이상이 생겼다고 인지하고 병원에서 진찰받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근육의 과도 혹은 과소한 움직임으로 유발되는 통증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매일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까닭에 어깨에 통증을 가지고 있는 저는, 가장 첫 번째 챕터인 등&어깨 통증을 다스리기 위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따라 하기에는 조금 게으르기도 하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므로 일단은 급한 부분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단순히 승모근을 푸는 것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은 분절되어 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이어져있기에 PT재석은 어떤 근육이 짧아져있는지에 먼저 주목합니다. 단축되며 경직되는 곳과 늘어나며 경직되는 근육을 제대로 알려줍니다.


셀프 테스트를 통해서 어깨 충돌 및 통증 검사를 시행하고 가동성도 테스트해봅니다. 이때 통증이 있는 왼쪽 팔이 오른쪽에 비해서 다소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의 스텝들을 잘 따라 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서 근육 이완 마사지를 약 1분간 시행해 주는데요, 이때 림프절을 과하게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간단하게 - 그렇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던 - 복근 운동을 한 후에 비로소 스트레칭에 들어갔습니다.


사진과 글을 읽으며 하나씩 따라 하는데요, 운동이 되는 근육과 이를 실시했을 때의 효능 및 효과, 시간과 횟수 등이 자세히 나와있어서 도움 되었습니다. 팁도 알려주고 있으니 자세를 취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가끔은 글을 읽어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엔 스마트폰으로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읽혀주면 되었는데요, 유튜브 채널로 이어져서 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별 동작을 익힌 후에는 하루 10분 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열고 매일 진행하면 됩니다. 스트레칭을 한두 번 해보았다고 크게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므로- 또한 그만두고 잘못된 자세를 내내 취한다면 원상으로 돌아가므로 루틴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오전이나 오후 어느 때건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어 놓고 순서에 맞추어서 꾸준히 한다면 자세가 달라짐은 물론이고 통증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매일 저녁 위의 코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서툴러서 10분 이상 걸립니다.


특정 부위를 타깃으로 한 10분 운동을 해도 좋지만 전신 20분 루틴 운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 정적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저처럼 운동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나 노약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이 뻣뻣해서 글렀다고 생각하는 분일수록 더 굳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움직여주어야 합니다. 한번 짧아진 근육을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의 후면에는 스트레칭에 관한 Q&A도 있고 근육의 이름과 분포에 대해서도 나와있습니다. 꼼꼼히 살펴보면서 마치 매일 PT를 받듯이 따라 한다면 근육 통증의 완화는 물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오래도록 책상 앞에 앉아 계시는 분 중 손발이 차가운 분들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통증이 없는 경우에도 전신운동을 하루의 정리 체조 삼아서 시행하신다면 보다 나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PT재석은 '오랫동안 반복된 스트레스로 망가진 몸을 재건축하여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드 트레이닝이나 헬스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기본이 되는 스트레칭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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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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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딱 내 스타일인지! 나를 위해서 쓴 책은 아닌지! 작가들의 센스, 그리고 상상력에 감탄에 감탄을 더하는 일만은 몇 번이고 반복을 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펄프픽션>은 출판사인 고블의 말에 의하면 '21세기 대한민국식 펄프픽션을 정립해 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입니다. 표지부터 독특함이 느껴지는 이 소설집은 싸구려, 기치함을 추구한다는 설명을 들었었습니다만, 노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급스러움이 좔좔 흐르지는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느끼게 되는 묘한 쾌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펄프픽션>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최근 앤솔로지의 경향이 어떠한 한 장소 혹은 물건. 그것도 아니라면 특정 '단어'나 '때'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작가의 상상력을 모아놓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그러한 테마가 없습니다.

이 소설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 아니 잠깐 영국에 다녀오기도 하지만 -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라거나 고민거리를 슬그머니 끼워 넣어서 재미를 더합니다. 곳곳에 깔려있는 코드들이 때로는 실소를, 때로는 심각함을 만들어냅니다.

★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

조예은 -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읽었을 때 이미 저자의 괴이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었습니다.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상 진학하지 못해 슬픈 제이와 자신의 능력 밖의 대학을 종용하는 엄마 때문에 괴로운 루루가 입시학원에서 지내며 겪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이는 급식 직원으로, 루루는 기숙형 학원에서 남몰래 사랑을 속삭이며 괴로움을 잊지만,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더 큰 위험이 그곳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기숙 학원에 들어간 순간부터 아니 햄버거를 먹는 순간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추측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솜씨에 꼭꼭 씹어가며 먹고 싶.. 아니 읽고 싶어집니다.

★떡볶이 세계화 본부

류연웅 - 한국의 '블랙코미디'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z세대. '카라마조프 헤븐'은 무척 충격적이었는데!

디진다 돈까스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이름이 과격하구먼, 허허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설마 사람이 죽기야 하겠어...?싶었는데, 사망 떡볶이를 만드는 바람에 정말 방한한 영국 배우들을 죽게 만들어 가게도 망하고 노가다판을 전전하던 주인공이 영국의 뱀파이어 사태를 종결시키기 위해 파견이 된다?!

뱀파이어가 뱀Fire가 되는 마법을 볼 수 있습니다. 웃음 코드가 남달라서 피식 웃고 나서 자존심 상하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정직한 살인자

홍지운 - 오랫동안 dcdc라는 필명으로 활동. '월간영웅홍양전' 인상적이었는데! '구미베어 살인사건'은 읽었던가?

깜깜한 밤 저수지에 남편의 시체를 버리러 가서 풍덩 던졌더니 굉음과 함께 거대한 쇳덩어리가 쿠구구 나타나서 묻습니다. "선생님께서 떨어뜨린 시체는 이 금으로 된 시체입니까, 아니면 이 은으로 된 시체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도합 세구의 시체를 메고 가야 하는 걸까?

황당한 금도끼 은도끼식의 진행과 더불어서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와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이상야릇하게 촉촉해집니다.

★ 서울 지하철도 수호자들

이경희 - 이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을 만나고 싶다.

진상 고객을 만나면 꾹꾹 참다가 폭발하고 마는 한나에게 팀장은 10년째 최고 진상으로 맡고 있는 꼰대 이명헌을 전담한다면 앞서의 실수는 모두 눈 감겠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특근 수당까지 챙겨준다니 냉큼 일을 하겠다고 했죠. 겉보기에는 여느 꼰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지하철이 멈춘 순간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됩니다.

한양에 잠들어있는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해 깔아놓았다는 복잡한 지하 철도와 노선. 한양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노인들의 노력은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놓았는지, 저는 혹시 진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 시민R

최영희 - 청소년 책을 많이 썼습니다. 접점이 없는 관계로 펄프픽션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스타워즈의 R2D2를 꼭 닮은 청소로봇으로 자신의 주인이자 창조자를 죽인 혐의로 체포당했습니다. 스스로 귀여움을 자처하면서 늘 청결함을 유지하던 그는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면서 주인의 스타일에 맞추기에 알옛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공부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해 나가는 거였죠.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시민R이라고 칭하게 되었으며 어째서 주인을 죽였을까요? 천천히 그가 바뀌어 나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미 그를 로봇 그 이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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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에는 이렇게 각기 다른 색깔과 주제의 이야기들이 놓여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21세기 한국형 '펄프픽션'의 세계라면 저는 두 팔을 들고 환영하며 이들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단 한편도 실망시키는 일 없이, 그리고 지나치게 어렵게 풀어가지 않았기에 모두 편안하게 만나며 상상의 세계로 즐겁게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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