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구에 있는 유리는 도무지 그 뜻을 따라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이들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선한 아이 '시아'가 희생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 능력이 우주의 멸망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습니다.
유리와 시아가 가진 초능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은 숱한 과거들로 미루어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운명을 비껴나가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 안에 들어차 있습니다. 책을 읽는 어른인 저는 '그래, 무슨 상관이야. 스스로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 만큼 이 유니버스가 소중한 건 아니잖아.'하며 그들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이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깨닫고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은 죽어도 좋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얘 하나만 희생하면 다른 사람들은 편안한데...라는 생각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며 딜레마에 빠져버렸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기로에 서서 저는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많은 평행 우주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유리와 시아가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이 스토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나가는 수많은 선택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