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렇게 딱 내 스타일인지! 나를 위해서 쓴 책은 아닌지! 작가들의 센스, 그리고 상상력에 감탄에 감탄을 더하는 일만은 몇 번이고 반복을 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펄프픽션>은 출판사인 고블의 말에 의하면 '21세기 대한민국식 펄프픽션을 정립해 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입니다. 표지부터 독특함이 느껴지는 이 소설집은 싸구려, 기치함을 추구한다는 설명을 들었었습니다만, 노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급스러움이 좔좔 흐르지는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느끼게 되는 묘한 쾌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펄프픽션>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최근 앤솔로지의 경향이 어떠한 한 장소 혹은 물건. 그것도 아니라면 특정 '단어'나 '때'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작가의 상상력을 모아놓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그러한 테마가 없습니다.
이 소설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 아니 잠깐 영국에 다녀오기도 하지만 -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라거나 고민거리를 슬그머니 끼워 넣어서 재미를 더합니다. 곳곳에 깔려있는 코드들이 때로는 실소를, 때로는 심각함을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