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우리가 자극적인 범죄 사건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면 연일 흥미 본위로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며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살해당했는가 그리고 범인이 한 기이한 행동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우리는 피해자나 유족에 대해서 돌아보기는커녕 사건 그 자체만 자극적으로 대하곤 합니다.
어쩌면 감정이입을 했을 때 스스로도 고통스럽기에 애써 피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몇몇 사건에 있어서는 자려고 하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괴로웠었으니까요. 제3자가 느끼는 트라우마라고 하기에는 약한 것일 테지만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피해자의 삶을 책임져 줄 수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금씩 회복하며 챙겨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시한을 우리가, 주변인이 정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죽은 아이는 잊고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읽고선 경악했습니다.
억울함과 분노가 가라앉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타인은 알지 못합니다. 너무나 담담해도,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도 손가락질하고 남들처럼 살아보려 미소 지으면 그 웃음마저 욕하는 일이 다분합니다. 호기심을 거두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걸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