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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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회랑정 살인사건입니다. 라이센스가 1994년으로 되어있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뷰가 1985년이니 아주 초기는 아닙니다만, 지금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회랑정이라는 이름은 단골들이 부르는 이름이고 원래는 일원정이라고 합니다. 한 노부인이 일원정으로 가는 택시를 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노부인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입니다. 게다가 사실은 30대 초반의 아가씨로 노부인도 아닙니다.

 

 

자수성가를 한 재벌 이치가하라의 비서였던 '나'는 이치가하라의 아들을 찾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만일 그가 죽으면 친척들이 그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치가하라가 젊었을때 사귀었던 여자가 남긴 그의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삶이 힘들어 아이를 고아원에 몰래 버렸었고, 지금은 그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단서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 '지로'를 찾아내었고,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지로는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지 말자고 하지만, 결국은 나의 설득에 넘어가 큰 결심을 하지요.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날 그러니까 회랑정에서 이치가하라 앞에 나타나 아들임을 밝히기로요. '내'가 먼저 이치가하라와 함께 회랑정에 묵고, 한밤중에 창을 열어두면 그리로 지로가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잠들었다가 눈을 떴을때, 누가 나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정신을 다시 차려보니 방은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살해시도와 방화.

 

그리고 나에게 남은것은 심한 화상흉터와 그의 죽음.

나는 심한 충격을 받습니다. 못생긴 나를 사랑해준것은 평생 그 하나 뿐이었으니까요. 나는 그를 죽인 범인을 찾고자, 위장 자살을 하고,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노부인을 찾아 몸을 숨기려하지만, 노부인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회랑정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라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를 죽인 사람을 찾아 복수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노부인으로 변장을 했지요. 어짜피 화상때문에 아무도 나를 못알아보겠지만,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이치가하라가 사망하였고, 그의 49제를 맞이하여 유언장 공개를 앞두고 친인척들이 회랑정으로 모이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 곳에서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소설은 읽다보면 다잉메시지나 회랑정의 지도 같은 것을 보며 차분히 추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화자가 주인공인 형태로 직접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함께 생각 할 수 있었는데요. 그러니 범인은 이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 반전과 맞딱뜨리게 되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주인공 '나'는 49제날 이미 범인을 알게 되었지만, 완전한 복수를 위해 참고 있던 것이니까요.

어쩐지 비극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그 독특한 '맛'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설판 김전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런 기대를 빼고 읽는다면, 소설 자체로는 괜찮습니다.

추리 소설 초보도 읽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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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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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0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은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각각의 사정에 의해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그렇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미워하게 되기도 하고 안타깝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유>는 고층 아파트에서 일가 4명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실내에서 죽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최후로 자살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그러니까 25층에서 실족사한 20대 초반의 아들. 이들은 소위 말하는 고급아파트 25층에 살던 일가였습니다. 이들이 죽던날 목격된 중년의 아저씨. 그리고 젊은 아기 엄마. 목격된 중년의 아저씨인 이시다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받게 되는데.. 사건을 추적해 나갈수록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됩니다.

 

이 소설은 탐정의 행적을 쫓는 것도 아니고, 형사의 뒤를 쫓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범인의 시선을 따라 흘러가는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작가가 사건을 소설로 옮기기 위해 인터뷰하여 정리한 것 처럼 , 사건은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갑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이 소설이 입에 맞지 않을 겁니다. 이 소설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니까요.  일가의 살인사건이라고 알려져있던 것과는 달리 여기서 죽은 4명은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혈연관계의 가족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지요.

 

애초에 이 집의 주인이 허영심에서 덜컥 집을 사버리고,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각종 사치품을 산다거나 호기롭게 마구 돈을 써댄 것이 잘 못입니다. 어쩌면, 그런 불안정한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이 잘못일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집을 사고 결국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됩니다. 부동산 업자와 짜고 버티기 꾼을 고용하지요. 이 집에 세들어 살고 있다. 이대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그러면 낙찰자가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 합의금을 줄것이다. 그러면 얼마라도 건질수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 요점입니다. 네, 그 집에서 살해당한 사람들은 버티기 꾼들이었지요. 하지만, 버티기 꾼을 하기 위해 급조된 가족은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의해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 나왔지만, 어쩌다보니 모여서 가족이 되고 만, 그러나 정을 키우며 살고 있었지요. 단 한사람만 빼고요.

 

 

이 소설에는 여러 가정들이 나옵니다. 보통의 평탄한 가족, 엉망진창인 가족, 싸우고는 있지만 사실은 정으로 굳게 뭉친 그런 가족, 불만은 있지만 그냥 그런대로 어떻게든 살아가는 가족, 가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에 가득찬 사람, 가족을 지켜보겠다고 용쓰는 사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저 제 멋대로 살면서 사람을 휘두르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조그만 사정들과 이유들이 모여서 결국 이런 비극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고 한다면, 범인이나 동기를 찾아내는데에 큰 의의나 재미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유>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도하고, 일본의 버블경제의 문제점, 부동산과열등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추리소설로서 소설을 본다면 마음에 들지 않으실거라 말한 것입니다. <화차>에서도 과도한 빚, 신용카드의 사용등으로 생긴 문제들을 다루었던 것 처럼, <이유>역시 당시 일본의 불안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그런 것이,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 재미있다.. 하고 말 소설은 아니지요.

1999년 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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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인생을 바꾸는 내 가슴속 유일한 해법
김원기 지음, 황규백 그림 / 인사이트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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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울림>이라는 책은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책은 울림이라는 단어를 기본으로 하여 울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울림의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문체도 다정하고, 지나치게 높은 곳에서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렇다고 아래에 위치하여 권하는 것도 아닌, 적당한 높이에서 마치 제 눈높이에 맞추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울림이라는 것은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입니다. 내가 '원하고 꿈꾸고 되었으면'하고 바라는 내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진심이지요.  그 진심을 믿고 노력하면 반드시 그 것은 울림 (메아리)이 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 울림은 나에게만 국한 된것이 아니어서 내가 누군가에게 베풀고, 사랑하며, 내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울려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들. 긍정적인 마음가짐. 노력등등..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의 구절구절들은 다시한번 나에게로 다가와서 나를 감싸안았습니다.

 

여기서의 울림이라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일맥상통할수도 있겠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울렸습니다. 엉엉 울리는 것이 아니라.. 데엥.. 하고 울리는 그런 울림 말입니다. 

그러나 경망스럽게 함부로 마음을 휘저어 뒤흔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범종의 울림처럼 깊게, 천천히, 고상하게 그리고 그 여운은 길게 내 마음 속에서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예문, 예화, 명언, 격언, 속담등으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깨닫지만, 어쩐지 사실은 마음속이 치유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로 TV의 대표인데요. 25년전 길거리 노점상으로 시작해 애널리스트를 거쳐 현재의 세계로 TV를 창립한 분입니다. 10대 때부터 유리공장에서 일하는 등 너무나 고된 세월을 이기고 자수성가를 한 분인데요.  어쩐지 갑자기 리처드 브랜슨이 떠오르네요.

 

두분다 자수성가한 기업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상하게 리처드 브랜슨의 책을 읽을때는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울림>을 읽을땐 전혀 거부감도 없고 마음에 깊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차이점이 뭘까요? 아마도, 브랜슨은 나는 이렇게 대단해, 나는 누렸고, 즐겼고, 그럴만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김원기는 겸손히 다가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둘다 멋진 책이고 멋진 분들인데, 나의 동양적인 정서 때문이었에 브랜슨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겸손'과는 거리가 멀기에 다소 불편했던 것일겁니다.

자신만만한게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대단한 분이 겸손하기까지 한 것에는 못 이길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말이지요.

 

이책은 권하고 싶습니다. 20대 이상이라면,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따르고 싶은 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이 책은 좋은 책이로구나'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책은 자주 만나기 힘든 경험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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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리처드 브랜슨 지음, 이장우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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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업 TOP3중 하나인 버진 그룹의 CEO인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정신이 들어있는 자서전입니다.  자전적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자서전이라고 해야할까 고민했지만, 아마도 자서전일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리처드 브랜슨은 무척이나 특이한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독특해서 저와는 맞지 않을 정도이지요. 저는 독특함을 사랑하긴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거부감을 느끼는 고지식함까지 함께 갖추었으니까요.

 

리처드 브랜슨의 좌우명은 위와 같습니다. 저런 것은 상당히 배울만하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브랜슨은 선천성 난독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고등학교때 학업을 중단하고 <스튜던트>라는 잡지를 창간합니다. 열 여섯살 밖에 안된 그의 사업수완은 대단해서 광고주를 모집하고 기사를 정리해 잡지를 판매하지요. 다만, 그의 난독증 때문에 회계업무는 조금 지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숫자에 밝은 친구를 포섭해서 해결합니다. (나중에 그 친구와 조금 문제가 생겼다가 말았다가 하지만요) 그 후 그는 버진 그룹의 첫번째 시작이 될 버진 레코드 사업을 시작하고, 현재는 전세계 30여개 국에 약 200개 회사를 두고 항공, 모바일, 음악, 인터넷, 음료, 호텔, 레져 등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모험정신이 대단한데요. 기구 여행을 하다가 죽을 뻔 하기도 하고, 통크게 섬 하나를 사버리기도 합니다. 투자가 있지 않으면 소득이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는 이일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도전합니다. 딱딱한 CEO의 틀 따위 없지요.

정말 맨 바닥부터 시작했지만, 현재는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작위를 수여받기도 했구요, 영국 자산 순위 5위 안에 드는 대 부호입니다.

이 책에서는 도전, 모험, 혁신등의 자신의 철학, 나아가 경영철학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무척 당당하고 자유롭고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의 부의 축적은 남들의 몇 배가 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에만 매달리는 워커홀릭은 아니었던 것이 자신이 즐겁다고 생각하며 그 일을 즐기면서 했다는데서 그 파워가 나왔을 것입니다. 물론 운도 조금은 따라주었지요. 이런건 정말 멋져요.

하지만, 전 앞서 살짝 눈치를 드렸듯이 조금 뭔가 찜찜했어요.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엔 내 자신이 좀 부족해서였을까요. 마음이 안열렸어요.

 

질투는 아닌 것 같고요. 어쩌면, 너무나  독특한 - 괴짜인 그의 모습을 다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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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 - 돌직구 표창원의 나의 인생, 나의 공부 이야기 대한민국 실천 지성의 살아 있는 공부이야기 1
표창원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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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표창원. 경찰대 교수직을 사퇴하고 이제는 교수님이 아닌 자유인 표창원의 에세이집 <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를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만약 합법이라면, 이분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탐정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표창원의 저서로 <한국의 CSI>, <공범들의 도시>를 읽어보았는데요. 이 책이 제가 읽어 본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어쩐지 무섭게 생긴 표창원의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인간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프로파일러에다가 경찰대 교수라니 엄하고 딱딱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었고, 이 책의 표지는 귀엽게(?) 나왔지만, 사실 그냥 다른 프로필 사진은 엄청 무섭거든요. 하지만, 웃는 사진은 역시 귀여우십니다.

 

 

 이 책은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 개입 의혹으로 인해 바른말을 하고자 사표를 던지고 자유인이 된 일 부터 시작합니다. 그냥 단순히 용감하다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죠. 자신이 지금껏 바쳐왔던 일을 모두 내던져야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던가요. 하지만, 돌직구 인생 표창원은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자유인이 됩니다.

 

어쩐지 이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바르고 올곧고, 떡잎부터 단단한 사람이었을 것 같았는데, 어린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니 그렇지도 않았네요. 어릴때 같은 반에 있었던 남자아이처럼, 집은 부유하지 못하지만, 명랑하고 아니, 지나치게 명랑해서 쌈질도 하는데 이상하게 공부는 잘하는 그런 어린이 표창원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때도 어른의 눈으로 보자면 좀 어딘가 묘한 그런 학생이었던 것이 사고뭉치이면서도 공부는 열심히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곧은 의지가 있었던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결정적인 인생의 전환이라고 하면, 고3때 장난으로 만들었던 사제 폭탄이 손에서 터지면서 입었던 심각한 부상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했을 때의 일일 겁니다. 돈이 안드는 대학. 그러면서도 어릴때부터 되고 싶었던 셜록홈스에 가까워 질 수 있는 경찰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그는 병실에서 쓰러질 정도로 공부하고, 공부를 금지당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엔 합격을 이뤄냅니다.

 

여기서 그냥 평탄하게 지나갔으면 좋았으련만, 나라 분위기가 그렇지 못합니다. 뭐든지 다 군대식이었지요. 상명하달이었구요. 위에서 까라면 까야하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군사정권이었잖아요. 표창원은 또 자신의 고집대로 아니 의지대로 행동합니다. 결과가 좋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요.

 

그리고, 영국 유학의 길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이루어냅니다. 하지만, 귀국후 또 다른 벽에 부딛히지요. 소위 말하는 가방끈 길다고 싫어하는 그런거요. 그래서 경찰대 교수직에 지원하게 되고, 교수가 됩니다.

 

이렇게 짧게 요약을 해보았지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표창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세대는 다르지만, 어쩐지 왜 그 시대에 우리는 그런것들을 했었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초등학교 시절 어째서 재식훈련을 그렇게나 많이 했었는지.. 나는 군대도 면제면서 어째서 군가를 알고 있는 건지.. 학생이라면 당연히 카드섹션을 지금봐도 놀라울 정도로 해낼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인지... 등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냥 운이 좋아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가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어린시절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사랑이나 의지가 될 어깨가 있다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딸에게 그런 가슴이 되고 싶습니다. 범죄와 인생, 공부 이야기를 하는 표창원의 책을 통해 나는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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