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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평점 :
요사이 끊이지 않고 보도 되는 청소년 범죄들.
그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마음엔 어떤 어두움이 있길래, 스스로를 파괴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더욱 깊은 어두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일까요.
길을 걷다보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들을 자주 봅니다.
몰래 숨어서 피우다가 어른이 오는 것을 보면 황급히 비벼 끄는 아이들은 그나마 귀여운 편이지요.
보통은 교복을 입은 채로 어른이 지나가던지 말던지.. 당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니까 불량한 아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그마한 반항심일지도 모르지요. 그 담배가 자라나는 자신들의 폐속에 쳐박혀 기침을 해 대면서, 자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그런식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기사를 보면 더욱 답답합니다.
자신은 장난이었다고 말을 하는 가해자 아이들, 그러나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장난 일 수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폭력. 그런데,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의 가해자란, 학교에서의 선배일수도 있고, 동급생일수도 있고, 심지어 선생님이나 부모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상처를 가지고,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사람도 없고, 치유하는 방법도 모르기에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고 마는 것입니다.
천종호 판사의 소년법정에 나온 아이들의 사연들... 부모의 무관삼, 아이들의 반성, 개심, 재범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상처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평범한 - 혹은 이기적인 - 엄마니까, 우리아이가 피해자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가해자의 사연이 어찌 되었간에, 용서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지요. 우리 아이가 그럴리 없어.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럴리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꼭..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아이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나쁜 친구입니다. 그런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저도 보통의 엄마니까 딸아이를 신뢰합니다. 하지만, 우리아이가 가해자가 된다면,
"결코 그럴리 없어!"라고 말하기 보다는
"왜 그랬니?"라고 먼저 물어보겠습니다. 원인은 어딘가에 분명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 원인이 저 자신일수도 있구요. 그리하여, 피해자에게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힘쓰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는 <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라는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 아닐가요?
사랑의 힘으로 치유받고, 새로운 사람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으며, 자신에게 구형하고, 호통친 판사님을 '천10호'혹은 '바보' 또는 '아빠'라고 부를 수 있기까지 마음을 열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엄하지만, 인간 냄새나는 천종호 판사님. 정말로 존경 받으실만한 분입니다.
엄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호통도 치지만
늘 따뜻함을 잃지 않고 소년들과 만나려 합니다.
소년들이 법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때
뿌듯한 기쁨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피해자인 학생이 언제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주어야 합니다.
소년법정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유난히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많습니다.
비행이라는 드러난 거푸집을 벗기고 나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슬픔과 여린마음이 보입니다.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비행청소년들은 스스로 그 기회를 붙들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에게는 사소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아주 큰 기회이자
놀라운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