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리 최고의 수영장 이름을 갖게 된 피신 몰리토 파텔은 피신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피싱(pissing 소변을 보는) 과 발음이 유사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파이 ( π ) 라고 하게 됩니다.

 

파이의 아버지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엄마는 독서광, 형은 모험광. 이제 사춘기에 들어선 파이는 상상을 좋아하고, 신을 사랑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느정도였냐하면.. .파이는 기독교인이면서 힌두교도였고, 동시에 이슬람교도이기까지 했거든요.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 당황스러움은 전염이 된 것 같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우연하게도 우리는 산책로에 있는 간디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p .94

이 언뜻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가족은 인도의 정권교체로 - 게다가 개인적인 사정까지 맞물려 동물원 유지가 어려워지자 동물들을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 팔고, 몇 마리의 동물과 함께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합니다.

 

1977년 6월 21일 파나마선적의 일본화물선 '침춤호'에 오른 가족들은 앞으로 닥칠 운명에 대해 전혀 알 지 못한채... 희망을 가슴에 품고.. 그렇게 인도를 떠나게 되지요.

 

그러나... 배는 마닐라를 떠나 태평양의 미드웨이 제도로 가던 중 갑자기 침몰하게 됩니다.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었다. 몸은 노에 매달려 있고,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있고, 밑에는 상어가 다니고, 폭풍우가 몸 위로 쏟아졌다. 이성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물에 빠져 죽기를 바라리라. 하지만 노를 방수포에 끼우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밀려든 잠시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동이 트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힘껏 노에 매달렸다. 그냥 매달렸다. 왜 그랬는지는 하느님이나 아시겠지.

 

 한참 후, 부표를 이용하기로 했다. 부표를 물에서 건져서, 구멍에 노를 끼웠다. 부표를 아래로 당겨 구멍이 내 몸에 끼게 만들었다. 이제는 다리만 신경 쓰면 됐다. 리처드 파커가 나타난다 해도, 노에서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하지만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호랑이보다 태평양이 더 두려웠다.

-p.140

이리하여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 영화나 책을 통해 - 기나긴 여행이 시작 된 것입니다.

 

이 소설은 나이가 든 파이의 이야기로 주로 진행되는데요, 작가가 중간 중간 개입함으로서 더욱 실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얀 마텔이라는 작가는 < 파이 이야기 >로 2002년 부커상을 수상했는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가히 천재적인 것 같습니다. 긴장감과 잠깐의 여유, 그리고 위트.

그 안에 숨어있는 복선들...

적당한 긴장감과 독서의 스피드마저 작가의 손에 의해 좌우되고 맙니다.

 

파이는 점점 표류생활에 지쳐가지만, 리차드 파커와이 관계로 인해 서서히 그 표류에도 적응을 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어떻게 진행 되는지,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결말은 어떤가요?

 

이 이야기의 종국에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사건의 조사를 위해 날아온 일본인들과 대화를 합니다.

무시무시한 벵갈호랑이와의 227일간의 표류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요.

그리하여 파이는 또 다른.. 오히려 이쪽이 현실에 가까운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쪽이 진실일까요?

 

리차드 파커와의 표류이야기..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오직 소년과 신만이 알것입니다.

 

그에게 삶의 의지와 신의 가호가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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