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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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아침 6시 40분, 태블릿으로 웨이브 앱을 열고 LIVE  에서 명품 클래식 채널을 열고 세탁, 청소 등 집안일을 합니다. 해설자 없는 라디오 방송이기에 흘러나오고 있는 곡이 어떤 곡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무척 상쾌한 아침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침 가사 노동을 마치고 여전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커피가 되었든 한방차가 되었든 간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두고 책을 읽으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원래부터 클래식을 즐겼던 것은 아닙니다. 클래식은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눈을 감고 감상한 후 감상문을 적어낼 때나 듣는 음악으로, 어쩐지 사람들이 멋진척할 때나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클래식을 하는 멋쟁이 대신 재즈나 뉴에이지 곡을 연주하는 멋쟁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지만 클래식을 나의 BGM으로 깔고 책을 읽는 이 순간만큼은 멋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흐뭇하게 아침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은 클래식이 멋진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자동차가 후진하면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내보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관념이 깨진 것 같습니다. 이웃집 세탁기가 세탁을 마쳤다고 슈베르트의 송어를 노래하거나 개그콘서트의 '달인' 오프닝으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이 사용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86년 송년의 밤 때 사라 브라이트만에게 반해버린 그날부터 클래식은 제 곁을 맴돌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개구쟁이 스머프를 보고 있을 때조차 클래식 음악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를 읽으며 이런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깊숙이 누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었습니다.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우리 주변에서 늘 함께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상 속에서, 대중음악 속에서, TV나 영화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속에서, 문학 속에서,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클래식 음악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몰라 궁금했던 우리에게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책이 바로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입니다. 스카이캐슬에서 흘러나오던 곡이라거나 띠로리~하고 좌절할 때 들리던 음악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누구의 어떤 곡이고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였는가 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해줍니다. 어렵지 않게, 쉽게 설명해 주는 건 저자가 칼럼니스트이면서 강연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친절히 설명하듯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글로만 설명되어 있는 음악이 빨리 떠오르지 않을 때에도 걱정이 없습니다. 

책의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읽히면 됩니다. 


QR코드는 저자 박소현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물로 연결되는데,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설과 함께 합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요. 책 읽는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서는 저자의 설명을 스킵하고 음악만 듣는 것도 좋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두 번째 읽을 때 음악과 함께 해도 좋겠습니다. 아니면 순서를 바꾸어서 음악을 듣고 감상한 후 책을 계속 읽어도 좋습니다. 어떻게 하든 음악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



흔히 꼬리를 무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역시 그러한데, 그 범위는 책과 책의 꼬리에 국한되지 않고, 책과 음악, 책과 영화, 책과 애니 등 여러 장르의 문화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클래식이 사용된 pop - 일례로 레이디 가가의 알레한드로 라거나 - k-pop을 직접 유튜브에서 검색해 감상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레이디 가가의 알레한드로 뮤직비디오의 기괴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뭐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하니...



이 책 덕분에 봐야 할 영화도 늘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 그 영화들을 보면 이번엔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어오겠죠.



어렵다고 생각했던 클래식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늘 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어려울게 무언가요. 제가 연주할 것도 아니고 감상문을 써 낼 것도 아닌데요. 그냥 들리는 대로 들으면 그만인 것을. 고정 관념이 저와 클래식 사이에 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컬쳐300 으로 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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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의 인문학 - 거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잘게 썰어보기
권기복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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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떨면서 소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인문학, 완전 내 스타일!'이라고 수선을 피워버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인문학은 제게 가깝고도 먼 영역이었는데, <한 컷의 인문학>은 저에게 아주 바짝 다가온 인문학 도서였으니까요.



생각이 많아지면 우울해지는 탓에 생각을 하지 말고 살자고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고 마는 건 아닌가 하는 상태가 되어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데카르트의 유령인가 보다... 하고 엉뚱한 생각에 빠지고 맙니다.



집에 몇 권의 인문학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읽는 매 순간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어려워서 그렇기도 하고.


쉽게 잘 설명해 준 책도 읽을 당시엔 아하 그렇구나... 하며 감탄하고서는 잊어버리기 일쑤인데다가 때로는 실생활이나 과학과 연관 지어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으며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누군가가 '과학 도서'라는 타이틀만 보면 책을 펴기도 전에 얼어붙는 것처럼, 저에게 철학, 인문학 도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궁금해 어쩔 줄 몰라 또 손에 들게 되는 책이기도 하죠.



이번에 읽은 <한 컷의 인문학>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스스로를 '생활 인문인'이라고 말하는 저자 권기복이 자신이 가진 능력과 지식의 조각을 모아 읽는 이로 하여금 물 흐르듯이,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어려운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그림과 함께 두어 이해가 쉬웠습니다. 완전 내 스타일!!



각 페이지는 긴 문장으로 되어 있지 않아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도 굵고 긴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글 밥이 많지 않은 편이라 금세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습니다. 글자 수보다 많은 사고가 저를 지배했습니다.


'깊은 사유가 어려운 당신을 위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지식의 그림을 심어준다!'라는 표지의 문구는 과장된 것이 아니어서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여타 인문학 책들을 읽으며 놓쳤던 것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 돈, 자유, 계급, 공공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챕터를 나누어 인문학을 이야기합니다.


읽다 보면 인문학 소양뿐만 아니라 경제나 정치에 관한 흐름, 또는 역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상식들까지 새롭게 익히게 됩니다.


말하다 보니 어패가 좀 있군요.

이런 것이 모두 인문학의 일부인 걸요.



표지모델인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애덤 스미스, 루소, 데카르트, 칸트, 한나 아렌트를 거쳐 최근의 마이클 센델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도 등장합니다. 그들의 이론을 통해 세상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물결치고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됩니다.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다만, 이 책이 인문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에게도 이와 같을까 하는 점은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인문학을 알고자 하나 거리감이 느껴져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책, 인문학 초심자에게는 더욱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만일 인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이라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웨일북으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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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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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언제든 스릴러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함께 안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지독하게 끔찍한 장르일 수도 있고, 가벼운 오피스 스릴러일 수도 있고요.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까 싶지만, 우리는 이미 입시 전쟁이라는 스릴러를 겪은 바 있는 동지로, 과거의 전투는 추억으로 밀어두고 가끔 꿈속에서 교복을 입고 조용히 시험지를 펴며 다 잊어버렸는데 어쩌나 걱정합니다. 


세상의 전투를 치르고 묵지근한 몸을 이끌고 도달하는 곳은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 일 수도 있고, 혼자 사는 단출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곳에서 평안을 찾기 원합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쉬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에세이 <자기만의 공간>의 저자 유주얼은 이제 서른 중반을 살아가는 독신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건 자유롭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삶의 무게도 함께합니다. 

자신이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저 역시 살아왔기에 유주얼의 삶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자와 나의 차이점은 내가 아플 때도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뿐이지만,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이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괜찮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염려되어 조심조심 몸과 마음을 달래는 건,

우린 같았습니다. 



열 번쯤 바뀐 자신의 공간 - 집 혹은 방-에 대한 깔끔한 에세이를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자꾸만 추억하고 나 스스로를 생각합니다. 글을 쓰려고만 하면 자꾸만 몰려오는 슬픔에 에세이를 써볼까 하다가도 손과 마음을 멈추어야 했던 나와는 달리, 저자는 슬기롭게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죽을 것 같이 무서웠던 기억도, 즐겁고 상냥했던 기억도 공간에 담겨 있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그 공간에 두고 어린 시절 엄마가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그동안 고마웠다며 인사를 남기고 떠나곤 합니다. 

모두가 좋은 추억이었던 건 아니지만 의미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공간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예정입니다. 

새로 만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은 늘 한결같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잘 적응하고 또 살아갈 겁니다. 

좋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아이에게는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니, 이러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는 건가요?



혼자 사는 것을 외로워하거나 슬퍼하고 있는 이에게 권합니다. 

혼자 사는 것을 꿈꾸는 - 가족에 치이는 사람에게도 권합니다. 

단란한 가족 속에서 살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합니다. 

삶을 내 공간에 온전히 두 길 원하는 분에게 권합니다. 




허밍버드 출판사로부터 받은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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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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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남자가 살해당했다.

-p.37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데이비드 발다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일명 '모기남'시리즈의 최신작 <진실에 갇힌 남자>는 표지부터가 강렬합니다.

마치 방탄유리 뒤에 남자가 서 있어, 안전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진실을 요구하던 남자는 등장한 지 몇 페이지 만에 총을 맞고 죽었거든요.

아마존 베스트셀러 TOP 10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빛나는 스릴러의 거장 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는 언제나 그렇듯 우리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은 지금과 같은 수능철에는 몹시 부러울 수도 있지만, 망각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중 하나로, 필요한 것과 좋은 것만을 기억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무척 고통스러운 기억마저 생생하게 내내 안고 있어야 하기에 웬만한 사람의 정신력으로는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 역시 그랬습니다. 경찰로 일하던 중 가족이 죽은 현장을 보고 말았던 그는 누구보다도 또렷이 그날을 기억하며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겨내고 지금은 FBI에 협조하는 경찰로서 어찌 보면 탐정과 경찰의 중간 형태로 사건을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지난 기억은 정말로 그를 힘들게 합니다.

아내와 아이의 기일을 맞아 고향 벌링턴을 방문한 데커에게 한 남자, 호킨스가 찾아옵니다. 13년 전 네 명을 죽인 죄로 감옥에서 평생을 복역해야 하는 그가 췌장암 말기로 석방되어 처음 한 일은 데커를 찾는 일이었는데요. 자신을 감옥에 처넣은 그에게 복수하려 함이 아니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미숙했던 초보 경찰 시절, 기억력은 확실했지만 판단력이 부족해 그를 감옥에 보내고 만 것이 아닌가 염려했던 그는, 옛 파트너 랭커스터를 찾아 그와 함께 호킨스를 만나려 하지만 벌써 누군가가 호킨스를 방문한 후였습니다.

호킨스의 시신에서 발견된 세 개의 문신, 그리고 그의 소지품에 있었던 그의 딸 미치의 사진. 그것을 단서로 데커와 랭커스터는 사건을 추적해나갑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방해하는 경찰과 협조하는 경찰이 있습니다. 때문에 데커는 유치장에 갇히기도 하고 죽을 뻔하기도 하는데요. 반전과 스릴이 넘칩니다.

역시 스릴러의 거장 데이비드 발다치입니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 멜빈 마스와의 협업을 또 보고 싶다는 저의 바램이 통했는지, 지금은 데커의 집주인이자 친구인 마스가 벨링턴으로 날아와 데커와 협력합니다. 다만 조연으로 활약하기에 - 그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 존재감은 좀 약합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이번 편에서는 과거와 현재에서 데커와 관련 있던 사람들이 등장하여 재미를 더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복습할까 생각도 들었거든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이번 책에서도 함께합니다.




북로드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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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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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던 끔찍하고도 슬픈 기사에 댓글 시가 달렸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는 많은 이의 마음을 울렸고, 이후 그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댓글 시를 모은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20년 제페토는 <우리는 미화되었다>라는 시집을 통해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올겨울은 따뜻하겠구나

어디선가 불 지피는 사람들이 있으니.


<좋은 사람들> - 거리에서 파란 담요를 덮은 동물들이 발견된 사연




우리의 삶은 여전히 슬펐고, 외로웠고, 아름다웠습니다.

뉴스에 기록된 이야기들.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함축된 언어로 풀어냅니다.

가끔은 은유로, 가끔은 직설적으로.


그의 언어는 펜 끝의 날카로움보다는 석필과 같아, 후우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으면서도 또박또박 마음에 새겨집니다.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써 올렸던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가 된 셈이다. 나는 지난 책의 서문에서, 풍선을 더듬는 바늘의 위로와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뾰족하고 까끌거린 것만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서문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비록 나의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하는 이유다.


-서문




그는 스스로가 뾰족하고 까끌거린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부드러움은 시를 잘 모르는 내게도 전해져 더욱 마음이 아려옵니다.



<우리는 미화되었다>를 펼쳐보면, 왼쪽에는 뉴스 기사가, 오른 편에는 제페토의 시가 놓여있습니다.

과거의 기사를 다시 읽으며 또다시 마음 아파하고, 제페토의 시로 인해 눈물짓습니다.




먼 곳에서 날아와

이승에 발끝 적시고 날아간 새.



다시 오는 날에

세상이 있을지 모르겠다.



남아나지 않는 인연이 싫다.


<작은 새> - 친부 손에 숨진 아기, 형사들이 장례




책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은 쉬이 사라지지 않아,

가슴에 한숨을 더합니다.




손잡을 수 없어서

포옹할 수 없어서



무더운 여름날

고마움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협조가 충분했나 생각하면

미안함이 땀처럼 흐르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적한 동선으로 멀어지는 것뿐



다가갈 수 없으므로

먼 데서 띄우는 약소한 인사



고맙습니다

덕분에


<덕분에>- 여름도, 덕분에




수오서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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