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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평점 :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언제든 스릴러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함께 안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지독하게 끔찍한 장르일 수도 있고, 가벼운 오피스 스릴러일 수도 있고요.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까 싶지만, 우리는 이미 입시 전쟁이라는 스릴러를 겪은 바 있는 동지로, 과거의 전투는 추억으로 밀어두고 가끔 꿈속에서 교복을 입고 조용히 시험지를 펴며 다 잊어버렸는데 어쩌나 걱정합니다.
세상의 전투를 치르고 묵지근한 몸을 이끌고 도달하는 곳은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 일 수도 있고, 혼자 사는 단출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곳에서 평안을 찾기 원합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쉬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에세이 <자기만의 공간>의 저자 유주얼은 이제 서른 중반을 살아가는 독신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건 자유롭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삶의 무게도 함께합니다.
자신이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저 역시 살아왔기에 유주얼의 삶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자와 나의 차이점은 내가 아플 때도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뿐이지만,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지경이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괜찮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염려되어 조심조심 몸과 마음을 달래는 건,
우린 같았습니다.
열 번쯤 바뀐 자신의 공간 - 집 혹은 방-에 대한 깔끔한 에세이를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자꾸만 추억하고 나 스스로를 생각합니다. 글을 쓰려고만 하면 자꾸만 몰려오는 슬픔에 에세이를 써볼까 하다가도 손과 마음을 멈추어야 했던 나와는 달리, 저자는 슬기롭게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죽을 것 같이 무서웠던 기억도, 즐겁고 상냥했던 기억도 공간에 담겨 있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그 공간에 두고 어린 시절 엄마가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그동안 고마웠다며 인사를 남기고 떠나곤 합니다.
모두가 좋은 추억이었던 건 아니지만 의미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공간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예정입니다.
새로 만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은 늘 한결같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잘 적응하고 또 살아갈 겁니다.
좋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아이에게는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니, 이러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는 건가요?
혼자 사는 것을 외로워하거나 슬퍼하고 있는 이에게 권합니다.
혼자 사는 것을 꿈꾸는 - 가족에 치이는 사람에게도 권합니다.
단란한 가족 속에서 살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합니다.
삶을 내 공간에 온전히 두 길 원하는 분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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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출판사로부터 받은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